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
캘리포니아 유일의 해변 놀이공원(Amusement Park)
글·사진 남상학
토요일 오후, 산호세 남쪽 바닷가 산타크루즈로 나들이를 떠났다. 산호세 다운타운을 벗어나자 차의 속도가 점차 늦어진다. 이보다 더 완벽한 날씨는 없을 거라는 오늘 아침 둘째아들의 말처럼 따스하고 쾌청한 날씨에 주말을 즐기려는 행렬이 길게 뻗어 있다. 길이 다소 막히는 기색을 보이자 두 손녀는 안달이다.
종일 이용권을 예약했는데, 늦게 도착하면 그만큼 노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차는 우리나라 강원도 한계령을 넘듯 꼬불꼬불한 길을 오른다. 길 양 옆으로 울창한 아메리카 삼나무들로 꽉 들어차 있다. 산악도로를 따라 산타크루즈로 넘어가는 도로의 경치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고갯길에 올라서자 우측으로 장승 몇 개가 보이고 아담한 집 한 채가 보였다. ‘한국도 아닌데 웬 장승이지?’ 내가 궁금해 하자 운전하던 둘째 경우가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휴게소라고 했다. 아들 얘기로는 이 정도로 자리를 잡고 휴게소를 경영한다면 제법 성공한 경우라고 했다. 한국인의 남다른 근면성으로 일군 성공에 찬사를 보낸다.
\
고갯길을 내려서면서 고지대에 오르며 막힌 귀가 뚫렸지만, 도로는 여전히 시원스레 뚫리지 않는다. 삼나무 우거진 숲속에 미스터리 스팟(Mystery Spot)이 있다. 세계에서도 유명한 초자연적 공간, 사방 46㎡의 공간에 한 발이라도 디디면 평형 감각이 일시에 무너져 버린다.
둥근 공이 언덕 위로 올라가는가 하면, 입구에 있는 널빤지 위에 키 차이가 있는 사람이 동시에 오르면 작은 사람이 더 커 보이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磁氣) 이상에 따른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새나 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공간이다.
산타크루즈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차량이 줄을 잇자 막내 손녀 현지가 차들이 많아 주차를 못하는 일이 있어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미리 못을 박는다. 정상이라면 40분 안에 도착해야 하는 길을 1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차를 할 수가 없었다.
놀이터가 있는 산타크루즈 비치 브로드워크 테마파크 주차장을 두 차례나 돌았지만 주차를 못하고, 마을을 돌다가 언덕 위 주택가 길 옆 한 자리를 발견하고서 가까스로신히 차를 세웠다. 부라보!!! 차를 세우게 되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캘리포니아주 서부 몬터레이 만(灣) 북쪽에 있는 산타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30km 떨어져 있고, 산호세에서는 약 40분 남짓 거리에 있다.
1866년 캘리포니아주에 합병된 산타크루스는 1989년 10월에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에 해당하여 중심가의 상가들이 큰 손실을 입기도 하였으나 빅토리아풍의 주택과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이 해변 도시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온화한 기후, 배고니아와 삼나무 정원, 환상적인 해변 등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46km에 걸쳐 이어지는 아름다운 비치에는 여름이면 해수욕과 낚시, 파도타기 등의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휴양객들로 붐빈다.
그러나 산타크루즈의 관광명소는 무엇보다 산타크루즈 비치 보디워크(Beach Boardwalk). 캘리포니아의 유일한 해변 어뮤즈먼트 파크로서 우리나라의 월미도 놀이공원을 연상시킨다.
몬터레이 만 1.6㎞에 펼쳐진 해변 유원지에는 1924년에 제작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이언트 딥퍼 롤러 코스터(Giant Dipper Roller Coaster)', 허리케인(Hurricane), 와이프아웃(Wipeout), 자이드롭 등을 비롯해 약 25종의 놀이기구와 유령의 집 ‘Fright Walk'가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고, 1일 자유이용권을 사거나 놀이기구마다 티켓을 끊어야 한다.
산호세에 살면서 한번 와 본적이 있는 우리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바이킹(Biking), 스페이스 레이스(Space Race), 워터 슬라이드(Water Slide), 클리프 행거(Cliff Hanger)를 몇 번씩 탔다.
그밖에 미니골프장, 게임 아케이트 등이 있으며 상점과 레스토랑도 많다. 산타크루즈 비치 보디워크의 상점들에서는 햄버거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거리에는 얼굴에 페인팅을 해주는 거리화가도 있다.
해변 상가 위로는 한장의 그림같이 리프트가 지나간다.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리프트를 타는 사람들은 보디워크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놀이기구와 모래사장에서 쉬거나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여유롭고 한가롭게 보이는지.
주말이어서인지 산타크루즈 비치 보디워크나 해변에는 엄청난 사람이 몰려 들었다. 클리프 행거(Cliff Hanger) 옆 의자에 앉아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드넓은 산타크루즈 비치의 모래사장에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비치파라솔을 설치하고 돗자리 위에서 음식과 음료수를 마시며 바다의 정취를 맘껏 즐기고, 비치발리볼(Beach volleyball), 축구 게임에 열중이다. 아이들은 바다에 발을 담그며 놀거나 모래놀이 삼매경에 빠져들어 있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해변 오른 쪽으로 바다 위로 길게 떠 있는 부두(wharf)를 걷기로 했다. 이곳에는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바다 위에 주차하는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300여m쯤 되는 긴 부두에는 미국식 레스토랑을 비롯하여 많은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 카약을 대여해 주는 곳도 있다. 바다낚시꾼들이 사철 찾아와 계절에 따른 어종의 물고기를 낚는다. 부두 입구에선 주차요금을 받는다.
수십 대의 차들이 주차하는 것으로 볼 때 부두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피어 끝에는 샌프란시스코 Pier39에서 볼 수 있는 바다사자들의 놀이터가 있다. 수십 마리의 사자들이 지르는 힘차고 우렁찬 울음소리를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다.
오후에 출발했으나 우리 가족은 신기하리만큼 새파란 물빛의 태평양을 보며, 탁 트인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피곤한지 골아떨어져 짐을 잤다.
<끝>
'해외여행 및 정보 > - 미국. 캐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 영 박물관, 골든게이트 공원에 있는 문화·인류학 박물관 (0) | 2015.06.17 |
---|---|
골든게이트 공원, 천연림을 방불케 하는 세계 최대의 도시 공원 (0) | 2015.06.16 |
미국여행 중 체리 따기(Cherries Picking) (0) | 2015.05.27 |
미국 빅서(Big Sur) 해안도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서부 해안 명승지 (0) | 2015.05.27 |
스탠퍼드박물관에서 로댕의 작품 감상 (0) | 2015.05.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