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박물관
현대 조각의 문을 연 로댕의 작품 감상
글·사진 남상학
스탠퍼드대학교(이하 스탠퍼드)를 방문하여 캠퍼스를 둘러본 나는 스탠퍼드 안에 있는 ‘Cantor Arts Center’로 향했다. 정식명칭은 ‘Iris &B. Gerald Cantor Center for Visual Arts at Stanford University’, 비공식적으로는 ‘Stanford Museum’으로 불인다.
박물관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가 없다. 박물관 중앙 로비(Main Lobby)에 들어서자 데스크에서 나이 지긋한 여자가 환영한다며 복사한 용지 한 장을 내밀었다. 박물관 내부도면이었다. 박물관은 24개 갤러리와 야외 조각공원, 테라스, 코트 야드로 구성되어 있어서 예상보다 규모가 컸다.
박물관 내부 도면을 보니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시관은 1층에는 아프리카관, 로뎅관, 기획전시실, 강당, 스탠퍼드 훼미리 룸, 아시아-오세니아관이 있다. 그리고 1층 좌측에는 작은 카페가 있어 한가로우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아프리카관
먼저 아프리카관으로 입장했다. 아프리카의 전통가면, 악기, 조각품, 도자기, 전통의상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정서가 담긴 회화와 벽화 등도 볼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의 로댕관
아프리카관에서 아프리카 유물을 둘러보고 이어지는 홀에서는 로댕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스탠퍼드박물관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로댕 컬렉션으로, 파리와 필라델피아 로댕미술관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프랑스의 오귀스트 로뎅(Auguste Rodin,1840~1917)의 작품은 실내에 5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 세계에 걸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7개의 복제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댕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은 높이 186cm. 작품의 석고상(石膏像)은 1880년에 완성되어, 최초에는 ‘시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지옥의 문(La Porte de l’Enfer)’의 윗부분에서 아래의 군상(群像)을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것을 1888년에 독립된 작품으로서 크게 하여 발표, 1904년 살롱에 출품하고부터 유명해졌다.
단테의 ‘신곡(神曲)’을 주제로 한 ‘지옥의 문’의 가운데 시인을 등장시키려고 하는 로댕의 시도가 벗은 채로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여러 인간의 고뇌를 바라보면서 깊이 생각에 잠긴 남자의 상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로댕의 ‘지옥의 문’에는 단독상이나 그룹상으로 유명해진 여러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후에 그 상들에는 고유의 제목이 붙여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 또한 그 대표작으로 지옥에 스스로의 몸을 내던지기 전에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팽팽한 긴장감과 사실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신 근육의 긴장에 의하여 격렬한 마음의 움직임을 응결시켜, 영원히 계속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을 강력하게 표현하였다.
로댕 전기를 쓴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는 말없이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다. 그는 행위하는 인간의 모든 힘을 기울여 사유하고 있다. 그의 온몸이 머리가 되었고, 그의 혈관에 흐르는 피가 뇌가 되었다”
샬롱 출품 후 파리의 판테온에 놓아두었으나(1906∼1922), 그 후 로댕미술관의 정원으로 옮겨졌다. 모작품(模作品)의 하나는 로댕의 묘를 장식하였다.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 생각하는 사람 Le Penseur ,두산백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외에 이어지는 홀에는 로댕의 작품들이 무수히 전시되어 있다. 약 50여점이나 된다고 한다. '생각하는 사람' 외에 이처럼 많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니 ~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시아·오세아니관
1층 우측으로는 아시아·오세아니관이다. 동양인인 내개는 눈에 익숙한 작품들이며, 특히 우리니라 고려자기가 보여 어찌나 반가웠는지.
유럽-아메리카관
2층에는 유럽-아메리카 19세기관, 유럽-아메리카 20세기관, 아메리카관, 유럽관, 고대 아메리카관, 현대 작품관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흥미를 끄는 것은 2층 현대미술관을 지키고 있는 밀랍 아저씨였다. 실제 인물로 착각할 정도였다.
박물관 내부를 관람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바깥에 있는로댕의 정원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로댕의 정원에는 로댕의 여러 조각상이 있는 로댕의 정원(The Rodin Sculpture Garden)이 있다.
박물관 외부의 '로댕의 정원(The Rodin Sculpture Garden)'
로댕의 정원에는 '지옥의 문(Gates of Hell)' 등 로댕의 많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로댕의 작품은 박물관 내부 1층에 50여 점이 전시되어 있고, 바깥의 로댕 조각공원에 20점, 그리고 박물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 대학 중심부의 Memorial Court 정원에 6점이 있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로댕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들 스탠포드의 조각상들은 1980년대 로댕 재단이 당시 로댕이 사용한 제작용 거푸집을 이용해 뽑아낸 작품이라 진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옥의 문>
로뎅의 ‘지옥의 문들(The Gates of Hell)’의 크기는 세로 635㎝, 가로 400㎝, 너비 85㎝이며, 청동으로 만든 조각이다. 로댕의 1880∼1917년 작품으로, 파리 로댕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칼레의 시민’ ‘발자크 기념비’와 더불어 로댕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1880년 프랑스 정부는 새로 건립하기로 한 장식미술관의 출입문을 로댕에게 의뢰하였다. 평소 단테의 ‘신곡’을 즐겨 읽었던 로댕은 ‘신곡’의 ‘지옥편’을 조각의 주제로 삼았는데, 그 내용은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을 방문하여 처절한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목격한다는 이야기이다.
우선 점토로 작게 제작된 186여 개의 작은 조각상들은 다시 석고로 제작되었고, 그후 형상을 첨가하거나 떼어내는 등 여러 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다. 또 이러한 조각상들은 청동이나 석고, 대리석의 독립상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지옥문의 가운데 팀파늄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은 그중 가장 유명한 독립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창조적인 인간의 정신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우골리노’ ‘웅크린 여인’ ‘세 망령’ 등의 작품이 지옥문에서 시작되어 나중에 독립상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지옥의 문’은 2쪽의 패널로 구획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성은 기베르티(Lorenzo Giberti)의 피렌체세례당의 문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옥문 속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각기 다른 모습의 인간 군상이 한데 얽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러한 구성은 네모로 나누어진 청동문의 형식을 무시하고 형상과 문이 한데 얽혀 녹아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옥의 문’은 1917년 로댕이 죽을 때까지 제자리에 세워지지 못했다. 장식미술관 부지에 오르세미술관이 들어서고 장식미술관은 루브르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래의 계획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1900년 로댕은 이 작품의 오리지널 석고 모형을 자신의 회고전에서 선보였다. ‘지옥의 문’의 청동 작품은 모두 로댕의 사후에 제작된 것이다.
이 작품은 로댕의 전 생애에 걸친 집약적인 작품으로 간주된다. 즉, 여기에는 고딕건축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리고 단테와 보들레르 등 로댕의 주된 관심사들이 폭넓게 반영되어 있으며, 인간 신체에 부여한 로댕의 표현력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지옥의 문’은 파리 로댕미술관을 비롯하여 필라델피아 로댕미술관,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스탠퍼드대학교, 시즈오카 현립미술관 로댕관, 서울 로댕갤러리 등 전세계 7곳에 소장되어 있다.
<칼레의 시민들(The Burghers of Calais)>
1871년에 비스마르크가 이끄는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의 분위기는 침체하였고, 국민들은 의기소침해 있었다. 1884년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도버(Dover) 해협에 임한 프랑스의 작은 항구 도시 칼레시(The French City of Calais)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자긍심을 고양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여러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명사를 기념하는 동상을 조성하면서 로댕(Rodin)에게 백년 전쟁의 영웅들을 기리는 조각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로댕은 프랑스가 1347년 백년전쟁에 패한 뒤, 자원하여 목을 밧줄로 묶인 채 맨발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끌려간 여섯 명의 칼레시의 영웅들, 그들 자신의 생명을 칼레시민들을 대신하여 희생한 영웅들을 조각의 대가다운 솜씨로 조각하였다. 조각상에 나타난 칼레 시민들의 태도나 표정은 그들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그들의 확신을 잘 나타내고 있다.
스탠퍼드를 방문하여 박물관에 들러 로댕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많은 작품을 접하고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그를 조금이라도 가깝게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 조각의 문을 연 사람, 그의 조각은 이때부터 '청동시대'의 사실적 표현에 만족하지 않고 내면적인 깊이가 가미된 생명력 넘치는 표현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단테의 '신곡(神曲)' 지옥편에서 얻은 영감에 두고 거작 ‘지옥의 문’을 제작했는가 하면, 이러한 사상 속에서 그의 명성의 중핵을 이루는 갖가지 작품, 즉 ‘생각하는 사람’ ‘아담과 이브’ ‘칼레의 시민’ ‘발자크상(像’(1898) 등을 통해 다채롭고 정력적인 활동을 하였다.
그가 추구한 웅대한 예술성과 기량은 그간 장식물에 불과했던 조각에 생명과 감정을 불어넣어, 예술의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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