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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프랑시스 잠의 시 '순박한 아내를 갖기 위한 기도'

by 혜강(惠江) 2015. 2. 19.

 


 

 * 서초동 몽마르뜨공원 내에 세운 프랑시스 잠의 시비, 이곳에는   '순박한 아내를 

갖기 위한 기도'가 씌여있다 *


 

 
순박한 아내를 갖기 위한 기도

- 프랑시스 잠


주여, 제 아내가 될 여인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정다운 친구가 될 여인이게 하소서
잠잘 때 손을 맞잡고 잠들 수 있는 여인이게 하소서
그녀가 은목걸이를 가슴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걸게 하소서
그녀의 살갗은 늦여름 조는 듯한 자두가 아니라
한결 매끄럽고 보드라우며, 금빛으로 빛나게 하소서
그녀의 마음속 부드러운 순결이 간직되게 하시고
서로 말없이 포옹하며 미소 짓게 하소서
그녀를 건강하게 하여 잠든 꽃을 보는 꿀벌처럼
내 영혼 돌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가 죽는 날 그녀가 내 눈 감기고
두 손으로 침상을 부여잡고 가슴 메도록 흐느끼며
무릎 꿇는 외의 어떤 기도도 하지 않게 하소서


<작품감상> 


  결혼한 여인의 헌신 가운데서 나이 든 사람이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소박하고 단순하며 종교적인 명상을 즐겼던 프랑시스 잠은 분명 깨끗한 영혼을 소유자였다. 그에게서는 세상의 욕심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내가 지닐 덕목이라면, 겸손·온유·다정함·미소·순결·영혼을 위한 기도 생활로 충분했다.

 

  세상의 가치보다는 맑고 깨끗하고 청순하게 사는 영적 생활이 가장 가치 있는 생활이었다. 그러기에 세상의 삶이 끝나는 날, 슬퍼서가 아니라 한평생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았던 것에 감사하며 기쁨으로 보낼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이 시야말로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운가.


<작자소개>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 1868-1938)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에 있는 작은 마을 오르테즈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파리에는 전혀 드나들지 않고 자연과 동물과 농민과 신을 노래한 자연시인이다. 잠은 어느 공증인사무소의 서기로 일하며 간간이 시를 썼다. 23세 때 두 편의 단행 시집을 인쇄하여 파리의 여러 시인에게 보냈는데, 이는 말라르메의 찬사를 얻었고 앙드레지드의 권고와 도움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개성이 뚜렷한 시인으로서 위치를 굳히게 된 것은 제1시집 <새벽기도 종부터 저녁기도 종까지>와 제2시집 <앵초의 상>을 출간한 이후다. 이 책들의 출현은 새로운 시와 시인의 탄생을 고하는 것이었다. 빈 내용과 난삽한 표현을 일삼던 상징주의 말기의 시에 대해 그의 시는 프랑스 시의 청순하고 소박함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시 속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에 떠오르는 진실을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천진스럽고 따스한 마음으로 표현했다.

 

  이는 당시 문학의 주류를 이루던 고답적이며 현학적이며 기교적이며 지나치게 난해한 시에 대해 순진·단순하고 자연스럽고 평이한 시를 주장한 것으로, 그의 시는 마치 청순한 샘물과 같아 앞을 다투어 그의 시와 글에 목을 축였으며, 오르테즈 마을에 은거하는 이 자연 시인에게 경이와 찬탄을 보냈다. 실제로 이 시기를 전후하여 소위 잠주의라는 문학운동이 일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제3시집 <하늘의 푸른 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그의 시는 차츰 정신화하고 기독교화한다. 원래 잠의 시 세계는 전체적으로 천진난만하고 밝고 깨끗하나 그 배후에는 일말의 불안과 우수가 있었다. 이러한 슬픔과 불안과 고민을 통하여 신앙으로 향하는 마음의 행로가 전기한 시집 가운데 뚜렷이 나타난다. 그는 선량하고 겸손했고 사랑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즉 신의 은총이 필요했다.


 

  1919년 발표한 '기독교 농사시'는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 가운데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인데 시의 주조는 기독교적인 ‘은총’였다. 피레네 산록에서 자연과 가축들과 소박한 시골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명상과 신앙과 시작으로 지낸 이 시인은 1938년 11월 1일 눈을 감았다. 잠은 고향의 자연 속에 묻혀 동식물의 연구를 하는 한편, <엘레뵈즈의 클라라>, <에트르몽의 알마이드> 등의 몇 편의 아름다운 단편소설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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