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활짝 꽃피었네
- 빅토르 위고
활짝 꽃핀 오월의 목장은 우리를 부르나니
오라, 그리고 지칠 줄 모르게 그대 가슴에 안아라
저 산촌과 숲, 멋진 그늘
잔잔한 물결 옆의 저 휘황한 달빛
큰길까지 가 닿는 저 오솔길
이 바람과 봄, 그리고 가없는 지평선
천상의 옷 아래 닿는 입술같이
겸손하고 즐거운 이 땅의 지평선을!
오라, 그리고 숱한 장막을 지나
이 지상에 내리는 저 수줍은 별들의 시선
향기와 노래가 스며든 나무
들판에서 끓어오르는 한낮의 숨소리
그늘과 태양, 파도와 녹음
그리고 이 모든 자연의 빛남이
마치 한 송이 두 겹의 꽃처럼
그대 이마에 아름다움을, 그대 가슴에 사랑을 꽃피우게 하라!
<작품감상>
- 봄은 겨울잠에 빠져 있는 생명을 깨워낸다. 생명을 죽음 가운데 가두려는 겨울이 물러가고 온 산하에 생명의 약동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꽃망울 뒷자리에 숨어 또 댜른 향연을 준비하던 푸른 싹들이 나무들에서 움터나 어느새 산하는 연푸른 초록으로 물들었다. 아, 오월은 푸르구나! 시인은 음습한 겨울 왕국에 갇혀 있는 우리를 봄의 향연 가운데로 초청한다. ‘오라, 그리고 숱한 장막을 지나/ 이 지상에 내리는 저 수줍은 별들의 시선/ 향기와 노래가 스며든 나무/ 들판에서 끓어오르는 한낮의 숨소리……’ 억누르지 못하는 벅찬 감정으로 ‘그늘과 태양, 파도와 녹음/ 그리고 이 모든 자연의 빛남이/ 마치 한 송이 두 겹의 꽃처럼/ 그대 이마에 아름다움을, 그대 가슴에 사랑을 꽃피우게 하라!’선언한다. 이 시는 구약성서의 ‘아가’의 한 대목을 방불케 한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내가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아가2:10∼14) 이처럼 아름다운 봄을 노래한 시를 읽은 적이 있는가.
읽고 또 읽어도 늘 새로운 것은 이 시가 ‘소생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렇다. 봄은 인류에게 새 생명, 기쁨, 소망을 선물한다. 아 오월은 푸르구나! 봄을 맞은 우리는 이제 봄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아름다운 봄을 꽃피우기 위하여 슬픔 가운데 있는 소외된 사람들과 어린이들에게 소망과 기쁨을 주고 새롭게 가정을 회복시켜야 한다. 깨어진 인간관계를 복원시키고 사막과 같은 우리의 삶에 생수의 강이 흐를 수 있도록 사랑을 꽃피워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봄이 아니겠는가?
<작가 설명> 빅토르 유고Victor-Marie Hugo(1802~1885)
프랑스 낭만파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1882년 처녀시집을 발표한 뒤 한 평생 시를 쓴 국민적 대시인. 만년에는 저명한 정치가이자 정치적 저술가로 활동하여 보나파르트주의와 권위주의를 비난했다. 희곡 ‘에르나리’를 공연하여 낭만주의의 승리를 가져왔고, 프랑스 문학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겼다. 가장 유명한 장편소설은 〈노트르담의 꼽추 Notre Dame de Paris〉(1831)·〈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1862)이다.
그는 아침마다 시 100행이나 산문 200장을 썼다고 한다. 1830년에는 '낭만파 운동의 가장 강력한 정신'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1845년에는 프랑스 왕실의 인정을 받은 계관시인으로, 귀족원 의원으로, 그 는 국민적인 추앙을 받았다. 권위에 대한 자각을 갖고 자신의 통찰과 예언적 견해를 산문 및 운문으로 기록하여, 마침내 프랑스 모든 도시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겨날 만큼 사랑받는 국민시인이자 온화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의 인기작가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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