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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보들레르 의 시 '교감'

by 혜강(惠江) 2015. 2. 19.


 

* 서초동 몽마르뜨공원에 세운 보들레르의 시비. 시 ' 교감'이 소개되어

있다. * 


 

교감(交感) /보들레르 


자연은 하나의 신전, 거기에 살아있는 기둥들은 
때때로 어렴풋한 애기들을 들려주고 
사람이 상징의 숲을 통해 그곳을 지나가면 
숲은 다정한 눈길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광막한 
어둡고 그윽한 조화 속에서 
저 멀리 어울리는 긴 메아리처럼 
향기와 색채와 소리가 서로 화답한다. 

어린아이의 살결처럼 신선하고, 
오보에처럼 부드럽고, 초원처럼 푸른 향기가 있고 
- 또 썩고, 짙은 독한 향기들도 있어 

호박(琥珀), 사향(麝香), 안식향(安息香), 훈향(薰香)처럼 
무한한 것으로 퍼져나가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한다.


원문


LA Nature est un temple o de vivants piliers

Laissent parfois sortir de confuses paroles;

L'homme y passe travers des forts de symboles

Qui l'observent avec des regards familiers.

Comme de longs chos qui de loin se confondent

Dans une tnbreuse et profonde unit,

Vaste comme la nuit et comme la clart,

Les parfums, les couleurs et les sons se rpondent.


Il est des parfums frais comme des chairs d'enfants,

Doux comme les hautbois, verts comme les prairies,

-Et d'autres, corrompus, riches et triomphants,


Ayant l'expansion des choses infinies,

Comme l'ambre, le musc, le benjoin et l'encens,

Qui chantent les transports de l'esprit et des sens



<작품감상> 

보들레르는 진정 자연과 교감한 시인이다. 보들레르의 시 ‘교감(交感)’은 보들레르 미학의 본질적인 관념들이 내포되어 있다. 물질세계와 정신세계는 서로 교감하는바, 물질세계는 상징을 제공하며, 그것을 통해 정신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질세계와 정신세계가 소리와 메아리처럼 서로 화답한다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계(자연)가 우리에게 마련해 두는 상징을 통하여 우리는 영혼계에 접근할 수 있는데 우리의 모든 감각은 자연의 신비를 드러내기 위하여 서로 합쳐서 협력한다. 그리고 자연이라는 신전이 마련해 주는 상징의 수수께끼를 푸는 일을 맡아 보는 것이 바로 시인이다. 물질 세계와 정신세계 사이는 서로 상응하고 시인은 만상이 숨기고 있는 뜻을 해독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럴 때 사물은 곧 상징이며, 시인은 친근한 시선으로 그것을 지켜본다. 즉 물질과 영혼, 인간과 자연, 자연의 상징을 통한 인간(시인)과 영혼의 세계가 서로 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인은 상징의 숲을 거쳐 미의 절대적인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본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감상하면 작품의 의미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시인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하여 깊은 심혼의 상태 속에 도달하여 행복을 느끼게 될 때 시인은 초자연의 힘을 가지게 된다. 그 순간 ‘자연은 하나의 사원’이 되며, 그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사원’은 높은 심혼의 상태에 도달한 진정한 시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세계이다. 그 속에 결코 안과 밖의 경계 없다. 이럴 때 향기는 무한으로 번져 나가서 유한한 것들 사이의 모든 거리를 없애버린다. 따라서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지고, 내 안의 번뇌가 사라지며, 내 밖의 죽음이 사라져 단지 모든 것이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즐길 줄 아는 삶의 축제 속에 거한다는 시적 상징이야말로 시인이 누리는 절대 행복이다. 정신과 감각의 환희 속에서 모든 것이 긍정과 축복이 변환된다.

 

[작가소개]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 



  프랑스의 시인ㆍ미술평론가. <악의 꽃>으로 유명한 샤를 보들레르(1821~1867)는 빼어난 감수성으로 상징주의(퇴폐주의, 악마주의) 시대를 연 시인이다. 


  1857년 그의 최대의 걸작인 《악(惡)의 꽃 Les Flours Du Mal》은 시에서 산문적인 요소를 모두 배제해 시를 순수한 형태로 높이는 데 공헌하였다. 당시에는 외설과 신성모독으로 미풍양속을 문란케 한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았지만, 현재는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타락과 악덕의 존재로 동일시되는 보들레르는 19세기보다는 20세기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있는 듯 여겨질 만큼 당대의 어느 사람보다 현대 문명에 가까이 접근한 시인이었다. 그는 낭만주의의 부자연스러운 꾸밈을 거부하고, 대부분 내성적인 시 속에서 종교적 믿음 없이 신을 추구하는 탐구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생명의 모든 징후(한 송이 꽃의 빛깔, 창녀의 찡그린 얼굴)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했다. 시인이자 비평가로서 그는 현대 세계의 인간 조건에 호소하고 있으며, 주제 선택의 제약을 거부하고 상징의 시적 힘을 강력히 주장한 점에서도 역시 현대적이다. 


  산문시집〈파리의 우울〉, 평론집〈낭만파 예술론〉, 그 밖에〈인공 낙원〉 등이 있다. 랭보, 베를렌느, 말라르메에게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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