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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정보/- 맛집

도심에서 맛보는 강원도식 투박한 막국수

by 혜강(惠江) 2013. 6. 8.

 

 

도심에서 맛보는 강원도식 투박한 막국수

 

글·사진 김인규(아포리아)

 

 

 

▲산촌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에서 대표적 건강식품으로 재탄생한 막국수

 

 

 

  얼마 전 모 방송 매체에서 막국수 로드 동행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다녀온 적이 있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막국수의 매력에 푹 빠져 틈만 나면 막국수를 찾아다니고 있다. 막국수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막 갈아서 막 뽑아 막 먹는다고 해서 막국수이다. 일설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 메밀이도입된 시기가 삼국시대 7~8세기 경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지만 조선시대, 특히 임진·병자 양란으로 전국토가 피폐해진데다가 설상가상으로 흉년까지 들자 국가에서 그 위기 타개책으로 메밀 재배를 권장했었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들로 보아 적어도 조선조 중기 이후 에는 우리가 메밀로 어떤 형태든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게 처음에는 수제비나 칼국수와 같은 형태였을 것이고 그러다가 국수틀이 보급되면서부터는 국수로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메밀을 재료로 하는 막국수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을까? 몇 가지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 중에 하나가 1960년 대 이후 화전민과 북한강 수계 댐 수몰지 주민들이 춘천을 비롯한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국수를 만들어 팔게 되었고 그것이 점차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사랑받으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걸까? 막국수하면 춘천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춘천 및 홍천 등지에는 수많은 막국수집들이 산재되어 있다. <샘밭막국수>가 유명하고 동치미가 맛있는 <유포리막국수>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강원도로 가야만 맛있는 막국수를 만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수도권에도 내공이 넘치는 막국수집들이 꽤 있는데 그중에 몇 집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육과 매콤한 회무침이 일품인 ‘고성 막국수’

 

 

  먼저 방화동에 위치한 <고성막국수>를 찾았다. 따로 주차장이 없어서 동네 골목 적당한 자리를 찾아 주차를 했다. 그냥 동네 지극히 평범한 가게 정도로 보이지만 손님을 응대하는 서비스나 태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반찬으로 나온 백김치와 열무김치가 아주 먹음직스럽다. 열무김치에 자꾸손이 간다. 나중에 추가로 주문하면 약간의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만 이 정도의 맛이라면 돈이 아깝지 않다.

 

  거기에 함께 나오는 회무침이 아주 인상적이다. 누구는 대구식해라고 하고, 누구는 명태식해라 고도 한다.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 명태 회무침이라고 보는 게 맞다. 갖은 양념을 넣고 무쳐낸 회무침은 매콤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역시 더 달라고 하면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만 맛있어서 큰 불만은 없다. 편육은 들쑥날쑥한다는 항간의 평가가 있긴 하지만 가격대비 최상이라 할 만 했다. 부드럽고 잡냄새가 없었다. 촉촉하면서도 야들거리는 고기를 매콤한 회무침과 함께 싸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청량감 넘치는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막국수는 더위를 잊게 한다.

 

 

  면발은 다소 가늘게 보였고 순면이라는데 다른 순메밀 국수집들에 비해서는 살짝 거뭇한 입자들이 눈에 띈다.  식감과 시각적 효과를 위해 겉메밀을 일부 사용한 듯하다.  입으로 와 닿는 느낌은 역시 좋았다.  솔직히 비빔막국수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반면에 동치미막국수는 정말 압권이었다. 숙성 정도가 정말 훌륭했다. 요즘 잘나가는 수지의 눈매에 한가인의 오똑한 콧날에 송혜교의 입술...뭐 이런 식으로 조합을 하면 과연 환상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어쩌면 너무 인형 같아서 오히려 매력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의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이대로 유지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용서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부터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위치한 <장원막국수>다. 이 집 역시 순메밀국수의 강자로 일컬어지는 홍천 <장원막국수>에서 그 비법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영업하는 집인데 청출어람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생각나게 만드는 집이다. 그야말로 주인장의 열의와 노력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집이다. 막국수집들 중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과거 변두리 후발 국가였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듯 그 기세가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집이다.

 

                                                  ▲바람에 실려 오는 숲의 소리가 들릴 듯한 아늑한 느낌의 ‘장원막국수’

 

 

  이집 역시 요즘 유행하는 순메밀 100%를 고집하는 집이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용인시 수지구이지만 들어가는 길은 저 먼 어느 산골 마을을 찾아 들어가듯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한다. 많이 올라왔다고 느낄 즈음에 비로소 아담한 한옥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예쁜 한옥 뒤로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풍광이 아주 그만이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예쁜 화초들이 손님을 반긴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심에서 보는 전형적인 음식점의 모습이 아니라 온돌방에 크게 세련되지는 않았어도 화초와 몇 가지 소품들로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특히 들어가는 입구 쪽에는 투명한 유리를 설치하여 음식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그 만큼 위생과 청결 그리고 정성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손님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

 

 

 ▲‘장원’의 막국수는 투박함보다는 아주 세련된 막국수를 보는 듯하다.

 

 

  메밀은 본점에서 도정한 것을 받아다 쓰고 있다. 반찬은 본점과 살짝 다르다. 백김치 대신에 무절임을 내놓는다. 육수는 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비빔 스타일로 기본 제공이 되는데 약간의 육수 및 양념장과 정성껏 손질한 몇 가지가 고명으로 올라간다. 고소한 기름향이 작렬한다. 거칠지 않은 비빔양념이 아주 만족스럽다.

 

 주문과 동시에 반죽을 하고 면을 삶아 만들기 때문에 메밀의 은은하고 구수한 풍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언젠가 집안 식구들끼리만 가끔 해먹는다는 약간의 기름과 김가루를 얹은 메밀국수를 얻어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하겠다. 한가한 시간을 빌어 다시 한 번 요청해볼까 생각 중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집으로 가게 규모와 인력에 비해 찾는 손님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찾는 게 좋겠다.

  메밀의 대표 성분인 루틴은 혈액 순환과 고혈압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예전에 먹던 그 똑같은 거친 막국수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웰빙식 막국수, 즉 메밀국수는 점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막국수나 냉면이 본래 겨울 음식이었다고 하지만 솔직히 더운 여름날에 더욱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양념장에 고소한 기름을 두르고 쓱쓱 비벼먹는 막국수도 맛있고 더위를 한 번에 내칠 만큼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한 사발 들어간 막국수도 너무 좋다. 어떤 집은 김가루가 잔뜩이고 어떤 집은 참깨가루가 폭탄 맞은 것처럼 들어있는 집들도 있다. 아무려면 어떤가? 각기 다른 그 개성을 올 여름 그저 실컷 즐길 수만 있다면야...

 

<고성막국수> 서울시 강서구 방화3동 323-6(삼익APT 411동 옆) 02) 2665-1205
<장원막국수>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439-1 031) 26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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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 www.cozy95.blog.me
‘아포리아’ 김인규씨는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아포의 맛집 탐방)로 맛집과 식재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추억에 근거해 풀어내는 것을 즐긴다. 허름하고 낡아도 오랜 역사력과 진정성이 묻어 있는 집을 사랑한다

 

 

 

<출처> 2013. 6. 3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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