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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정보/- 맛집

외지에서 맛집 찾기, 외지에서 식당을 찾으려면 관공서 앞을 찾아가라

by 혜강(惠江) 2013. 4. 3.

 

                                      

외지에서 맛집 찾기

 

“모르는 도시에서 식당을 찾으려거든, 관공서 앞을 찾아가라"

 

 

박은주 기자

 

 

 

 

 

                                               

통영벚꽃./박은주 기자

 

 

 

  맛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명제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비교적 출장이 잦은 기자들 역시 낯선 도시에 가면, 이 오래된 ‘격언’을 새삼 떠올립니다.

  서울의 나무들은 아직 꽃을 피워내기엔 버거운 것처럼 보입니다만, 남쪽 통영에는 지난 주말 이미 바람이 불면 ‘벚꽃비’가 내릴 만큼 꽃이 만개했더랍니다. 오랜만에 기자는 먼 길을 나서봅니다.

  주말의 통영은 ‘원주민’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관광객 천지입니다. 통영 중앙시장 근처의 주차장은 물론 서호시장 인근까지 외지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분소식당(복국) 같은 곳은 아침부터 손님들이 긴 줄을 섭니다.

 

  지난 30일 통영에 도착한 기자는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을 조성한 조각가 심문섭 선생을 만났습니다. 심 선생께 “관광객 많이 가는 곳 말고, 맛있는 집 좀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내처 시청으로 달려갑니다.

  통영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서울대 미대 교수직을 퇴임한 후 통영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간 곳은 통영 시청 근처. 통영 북신동의 ‘우리집 식당’(055-642-7856) 입니다. 식당에 들어가 그는 냅다 외칩니다. “내가 말해 놓은 걸로!”




  
                                             도다리쑥국./박은주 기자

 

 

    반찬이 차려지고, 드디어 ‘그것’이 나옵니다. 도다리 쑥국입니다. 냉면 대접에 작은 도다리 한 마리, 그리고 쑥이 전부입니다. 국물을 한 수저 뜹니다. 강한 쑥향이 납니다. 아, 너무 쑥향이 진한 것은 아닌가. 회로 먹어서 맛있는 담백한 도다리는 추위를 견디느라 몸에는 지방이 좀 끼어있는 듯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방 덕인지, 입에 들어가면 폭삭 녹아버립니다. 쑥과 도다리를 한꺼번에 떠서 먹어봅니다. 이번엔 아삭한 것이 씹힙니다. 자세히 보니 잘 씻은 묵은지가 쑥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네요. 첫 향은 강하지만, 먹을수록 달착지근한 맛이 나는 것은 개성이 강해도 너무 강한 쑥을 묵은지가 한번 ‘눌러’ 주기 때문입니다. “도다리 쑥국은 언제까지 하십니까?” “모르겠네예. 쑥이 너무 커버리면 억세져가 맛이 없어가.” “그럼 앞으로 한 일, 이주일은 더 먹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안 그렇겠습니까.”

  이 집을 찾았을 때도, 시청 공무원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외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 손님을 많이 받으려는 식당들은 시청이나 경찰서처럼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터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맛집은 시청 주변에 있다”는 전설은 이번에도 ‘참’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험이 또 있네요. 두어 해 전, 부산으로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그날 점심은 해운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복국집에서 코스로 요리와 탕을 먹은 터. 저녁으로 또 다시 ‘탕’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 그닥 기대는 없었습니다. 해운대 복국이 어지간히 맛이 있어야지요.

  상대방 공무원이 잡은 약속 장소는 부산 중앙동의 오뚜기식당(051-257-0944). 대구탕을 주문하자, 오로지 대구 반마리와 무 몇점이 덩그러니 냉면 대접에 담겨나왔습니다. 국물 두어 숟갈 뜨고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대구에도 고유의 ‘향기’가 있다는 걸. “내 생애 최고의 국물 베스트 3‘에 속한다”고 비명을 지르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합니다. 알고보니 이 집은 부산시청이 연제구로 이전하기 전부터 사랑을 받던 오래된 맛집이었다 하네요.

  이후로 바닷가 도시라 할지라도, 최고의 선택은 시청 옆에 있다는 ‘선무당 식당 법칙’을 더욱 신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바닷가의 식당 중에도 왜 맛있는 집이 없겠습니까만은, 통영 우리집 식당에서 연거푸 두 끼 도다리 쑥국을 먹고 나니, 조금은 흥분이 되는 걸 어쩌겠습니까.

 

 

 

<출처> 2013. 4. 3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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