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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해발 5천년 마니산 오르기

by 혜강(惠江) 2012. 7. 6.

 

해발 5천년 마니산 오르기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 한강·임진강·예성강이 그곳으로 흐른다.  임진북예성남정맥·한북정맥·한남정맥, 이들도 그곳으로 솟고 솟으며 대지를 훑어간다.  그들을 뒤따라가 보자.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조강'으로 흘러 바다와 만나는 곳은, 개성에서 내려온 예성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과 겹친다. 그 지점이 '강화도'다. 서해에서 황해도, 경기도 내륙으로 들어가는 뱃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 국사 등 교과서 차례에 나오는 시대순으로 대표적인 사건이 하나씩은 있을 법한 섬이다. 가슴이 먹먹한 이유는 유난히 전쟁, 침략, 항쟁 등 치열한 사건이 많아, 슬픔과 한이 깊이 스며들어 있는 섬이기 때문이리라. 

 

  이번 여행은 등산이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오르듯 산을 타는 재미가 있다. 5천년을 뛰어넘어야 하니 경사가 조금 가파르다. 심호흡 두 번 정도 내쉬고 출발하자. 목적지는 강화도의 마니산이다. 

 

  강화도, 대한민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다. 둘레 112㎞, 남북 28㎞, 동서 16㎞에 이르는 규모지만, 대중의 인식 속 강화도는 섬이라기보다 다리 건너에 있는 또 다른 육지에 가까울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댈 수 있는데, 첫째는 용이한 접근성이다. 강화도와 내륙을 연결하는 다리가 2개이며, 여러 방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도 다양한 편이다.  

 

  또한 섬 치고는 내륙과 떨어져 있는 거리가 매우 좁은 편이다. 일례로 강화대교는 약 700m 길이, 걸어서 10분이면 내륙에서 섬으로, 섬에서 내륙으로 넘어갈 수 있다. 강화대교 아래가 강화해협이다. 이 바다를 두고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강화도 동북은 강이 둘러있다"고 표현해 섬과 육지 사이의 애매한 경계 선상에 강화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강, 예성강, 임진강이 각 발원지에서 흘러 내륙을 관통해 강화도까지 이어진 물줄기가 참 인상적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정맥도 이와 비슷한 형상을 띤다. 임진북예성남정맥, 한북정맥, 한남정맥, 이 3개의 정맥이 백두대간에서 출발해 서쪽의 강화도로 모이는 모습을 띠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강·임진강·예성강 그리고 임진북예성남정맥·한북정맥·한남정맥이 내륙 곳곳에서 출발해 강화도로 향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마치 태고, 태초에 강화도를 만들기 위해 정맥과 강이 한데 모여 기운을 합치기라도 한 것일까.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바다에 만들어진 강화도에서 한민족의 맥이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번 여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강화역사박물관 내부

    * 강화역사박물관에서 강화도의 구석기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

 

 

  사실 강화도에 언제부터 사람이 머물기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강화도에서 본격적인 구석기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탓도 있지만, 강화 내가면 오상리 고인돌군에서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바 있어 다수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참성단

  * 마니산 정상에 위치한 참성단 *

 

 

  기원전 2333년경에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신화 또는 역사가 우리 민족의 시발점이다. 곰이 사람으로 변한 웅녀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 혼인해 낳은 아들 단군, 그가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마니산에 참성단을 지었다고 전해지면서 강화도는 민족의 성지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강화도에서는 많은 수난이 일어났다. 몽고침략과 40년 동안의 항쟁, 국난의 병자호란, 프랑스군 침입의 병인양요, 광성보의 신미양요, 강제 개항 운양호사건 그리고 1876년의 강화도조약 등 대사만 거론해도 이외에 숱한 일들이 있으니 소사는 얼마나 더 많이 있었을 것이며 기록조차 되지 못한 일 또한 무수했으리라 예상된다.

 

  마니산과 관련된 것도 있다. 마니산이 강화도민에게는 마리산으로 불린다. 마리란 머리를 뜻하는 고어로, 고려사 지리지에서 다뤄진 바 있는 지명이다. "有摩利山 在府南 山頂有 塹星壇, 也傳 檀君 祭天壇" 풀이하면, "남쪽에 마리산이 있고, 산꼭대기에 참성단이 있는데, 단군이 하늘에 제를 드리던 곳이라 전해진다"이다.

 

  이외에도 마리산, 머리산, 두산 등 여러 이름이 쓰였는데, 현재에 와서 쓰이는 마니산은 당시 기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마니산은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쓰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일본이 마리산을 일본어 가타카나 식으로 변환해 '마니산'으로 변경, 으뜸이라는 뜻을 퇴색시켰다고 분석한다. 현재 강화군과 시민단체에서 마리산으로 지명 변경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인 상황이다.

 

 


 

마니산 안내도와 입구

 

 * [왼쪽/오른쪽]마니산 안내도, 참성단까지 능선이 일자로 뻗어 있다 / 마니산 국민관광지 *


 

   "참 곧다" 국민관광지 입구에서 시작한 마니산 능선이 일자로 하늘을 향한다. 뾰족한 느낌을 전하는 봉우리,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듯 하지만 해발 500m가 채 못 된다. 섬, 즉 해발 0m 가까이 서 있음을 체감케 한다.

 

 

국민관광지 입구에서 참성단까지 가는 길

   * 국민관광지 입구에서 참성단까지 두 개의 경로가 있어 한바퀴 돌 듯 등산하기에 좋다 *

 

 

   국민관광지 입구에서 참성단까지 등산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르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편이 계단길, 오른편이 단군길로 조성됐다. 두 구간 모두 가파른 계단코스를 지녔으나 좀 더 긴 코스를 지닌 단군길이 비교적 완만하다. 하지만 페이스조절, 속도 안배에 신경 쓰며 올라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람의 손길로 포장되고, 계단이 놓였지만 주위에서 진동하는 원시적 숲내음이 코를 찌른다. 가파른 계곡에 버티고 있는 나무가 마치 태곳적 마니산을 연상케 한다.

 

 

 

계단길

 * 계단길 *

 

여름의 마니산 풍경

 * 여름의 마니산, 곳곳에 생명이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

 

 

  계곡에서 능선으로 올라가면서 기어가는 것이 더 편한 계단길을 만난다. 길 폭이 비교적 좁아서 그늘이 많아 다행이다. 땀 뻘뻘 흘려가며 쉬기를 수차례, 그때마다 펼쳐지는 뒤 풍경이 선물이다. 고려산, 혈구산 등 강화도가 품은 산은 물론, 논과 밭의 농촌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져 강화도를 한 폭의 그림으로 담을 수 있다.

 

  이런 풍경 덕일까. 1977년 마니산은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이후로 더욱 많은 등산객의 발길을 모았고 지역주민에 따르면,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인파가 줄줄이 이어질 정도라고 한다. 끝없이 놓인 돌계단을 탓하며 기어오르다 보면 약 8부 능선, 봉우리 근처에서 맛볼 수 있는 해풍과 풍경이 시원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8부 능선을 지나면서 등을 따라다니는 풍경

  * 8부 능선을 지나면서 등을 따라다니는 풍경 *

 

쉴 수 있는 벤치에 드리운 그늘

                                       

* 쉴 수 있는 벤치에 드리운 그늘 *

 

 

"천천히 오르면 40분이면 가죠"라고 등산 소요시간을 알려줬던 한 매점 사장님이 야속하다. 참고로 마니산 취재 이후 2일 정도 다리에 알이 배겨 꽤나 고생했다. 오랜만에 등산하거나 마니산이 초행인 경우, 등산 전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준비가 필수다. 또 중간 중간마다 충분히 쉬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계단길이 끝나고 모습을 드러낸 참성단

 * 끝날 것 같지 않던 계단길이 끝나고 참성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

 

참성단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사나무

 
*
참성단, 오른쪽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지정된 150년 수령의 소사나무 *

 

 

  그렇게 마니산을 탄 지 한 시간 조금 넘겼을 무렵, 마법처럼 탁 트인 전망의 참성단을 마주했다. 작년부터 참성단이 개방돼 다시 찾아오는 등산객이 늘었다고 한다. 단군이 손수 쌓은 것으로 전해지는 참성단, 높이 5.1m에 21단으로 이뤄져 있다.  

 

  오랜 세월, 강화도를 낀 국가가 천제를 지냈으며, 고려 원종 11년(1270), 조선 인조 17년(1639), 숙종 26년(1700)에 중수, 보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에서 하늘을 향해 한민족의 염원이 전해졌다. 작은 소망하나 참성단에 놓아보자.  

 

  이 위치에 흥미로운 비밀이 있다. 참성단에서 백두산까지 직선거리와 한라산까지의 직선거리가 같다고 한다.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의 대표적인 두 산의 중심에 마니산 참성단이, 역사가 재미있는 순간이다.

 

 

마니산 위에서 보이는 풍경

               

* 남쪽 전경, 왼쪽으로 내륙 풍경이, 오른쪽으로 서해가 보인다 *

 

 

 

  그늘진 석벽에 기대 숨을 돌린다. 피부를 스치는 해풍이 어느 때보다 상쾌. 석벽을 타고 내려오는 냉기는 약간 추운감 마저 든다. 기분 좋은 그늘에서 서해를 바라보며 쉬는 시간이 꿀맛이다. 지평선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리고, 드문드문 만상의 표정을 드러낸 섬이 풍경에 양념을 더한다. 동쪽과 남쪽으로 김포와 영종도 등 내륙의 풍경이 강화해협 너머로 펼쳐진다.  

 

  시선을 조금 내리면 계곡 아래, 평화로운 어촌이 바다와 맞닿았고 파도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밀려오는 파도가 마음속 그윽함으로 치닫는다. 너른 바위에 자세를 고쳐 앉아 하나하나 눈에 담아본다. 마니산의 낙조를 두말할 것 없는 명경이다. 낙조 시각을 감안해 참성단에 도착하는 등산계획 짜기를 적극 권한다. 

 

 

헬기 착용장에서 보이는 참성단과 주위 풍경

  * 헬기 착륙장에서 보이는 참성단과 주위 풍경 *

 

 

  눈을 감고 한강에서 물길을 따라가 본다. 임진강과 만나 조강을 이루고 강화도를 한 바퀴 둘러본다. 포를 뿜던 초지를 지나 멀리 마니산 봉우리가 눈에 띄고 남쪽으로 내려와 영종도, 월미도를 지나니 바로 인천의 제물포항이다.

 

 

 

마니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언제 생각해봤는지 까마득한 '한민족'에 대해서도 참성단을 통해 곱씹었다. 하산하는 길, 다시 오천년을 거슬러 내려 현 시각으로 되돌아가자. 포탄이 교차했던 세월 지나고 여러 국난의 사건이 지나 고요해진, 평화로운 강화도에 도착했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강화대교 → 알미골 삼거리(좌회전) → 84번지방도 → 찬우물삼거리(우회전) → 인산삼거리(좌회전) → 마니산
- 초지대교 → 초지진 → 84번지방도 → 길상면사무소 → 화도면사무소 → 마니산 

2.맛집

고송 : 옻닭, 032-932-5991
별미정숯불장어 : 장어, 032-932-1371
신아리랑집 : 젖국갈비, 032-933-2025
장수촌 : 오리백숙, 032-932-8544 

3.숙소

세인관광호텔 :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654, 032-937-6826
노을내리는아름다운집 :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650-56, 032-933-9677
알프스모텔 : 강화군 선원면 금월리 583, 032-933-9997
그린파워모텔 :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61, 032-937-9994

 

 

<출처> 2012. 6. 28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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