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여행 종합

봄의 판타지아 동백 여행지

by 혜강(惠江) 2012. 3. 23.

봄의 판타지아 동백 여행지

 

봄바람에 흩날릴 때 더 예쁜 ‘春栢(춘백)의 유혹’

 

 

박경일기자

 

 

 

▲  제주도 카멜리아힐 호젓한 별장 마당에 떨어진 동백의 꽃잎들이 선혈로 낭자하게 땅을 물들이는 것 같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  전남 여수시 오동도 해안의 동백 숲.
 
▲ 경남 거제시 지심도 동백나무 꽃봉오리.
 

 

 ‘겨울 동(冬)’에 ‘나무 이름 백(柏)’.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틔워 올리는 동백은 겨울의 꽃이지만 사실 동백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낙화 무렵이다. 봄의 훈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힘겹게 한 송이씩 꽃을 피우던 동백들이 화르르 불붙듯이 타올랐다가 일제히 떨어진다. 봄의 전령사라는 매화가 고결하고 맑은 꽃을 피운다면, 동백은 나른한 봄에 강렬한 비장미로 방점을 찍어 준다. 이제 봄기운이 완연한 남쪽에서 동백, 아니 봄에 만나는 춘백(春栢)의 여행지를 꼽아 봤다. 

 
  봄꽃이 가장 이르게 피어나는 제주야말로 도처에서 동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주에서라면 구태여 찾아갈 필요 없이 어디서나 돌담을 두른 마을 어귀에서 선명하게 피어난 동백꽃을 만날 수 있다. 도로변에 가로수처럼 심어진 동백나무 흔하디흔하다.

  그윽하게 피어난 동백을 만나 볼 요량이라면 단연 선흘곶자왈을 추천한다.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들이 뒤섞여 한겨울에도 성성한 초록으로 빛나는 숲을 이른다. 곶자왈은 북방한계식물과 한대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을 지닌 곳. 선흘곶자왈의 상록림 터널을 걸으며 하나둘 꽃을 피운 동백을 만나는 정취가 그만이다. 이런 이유로 선흘곶자왈엔 ‘동백 동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민가의 돌담과 어우러져 피어나는 동백은 남원읍 위미리의 동백 숲에서 만날 수 있다. 이즈음 수령 130여년 된 동백나무 500여그루가 마을 곳곳에서 붉은 꽃을 매달고 있다. 숲의 규모는 작지만 짙게 드리운 초록의 숲 그늘 속에 떨어진 꽃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잘 조성된 화려한 동백 숲은 카멜리아힐에 있다. ‘카멜리아(Camellia)’가 동백을 이르는 말이니 카멜리아힐은 ‘동백 언덕’이다.

  카멜리아힐에는 제주 출신의 사업가가 감귤나무를 베어 내고 20여년에 걸쳐 조성한 500여종 6000여그루의 동백꽃이 그득하다. 봄이 무르익는 이즈음 카멜리아힐에서는 떨어진 꽃잎들이 선혈처럼 낭자하게 땅을 물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백꽃의 명성만을 놓고 보자면 전남 여수의 오동도만 한 곳이 없겠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인 곳. 오는 5월 해양엑스포가 열리는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 포인트다. 여수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00m 남짓 동백열차를 타거나 방파제를 걸어 들어가면 오동도에 도착한다. 오동도의 넓이는 12만5000여㎡. 축구장 16개 정도의 크기다. 섬에는 동백나무와 신우대 등 200여종의 상록수가 초록빛을 뿜으며 한겨울에도 하늘을 가린 채 자라고 있다.

  봄이 오면 잔디광장 내의 화단과 기념식수 동산에 야생화가 만발한다. 오동도의 동백은 10월부터 한두 송이 개화되고 2월 중순까지 30% 정도 피며 3월 중순을 넘으면 절정을 이룬다. 섬 곳곳에 동백 숲 탐방로가 있어 가벼운 산책이나 데이트를 즐기는 맛이 각별하다.

  오동도 입구 선착장에서는 유람선과 모터보트가 운항돼 병풍바위, 용굴 등 오동도 일대 해안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돌산대교와 향일암 아래 마을까지 오가는 유람선도 있다. 오동도 종합상가 횟집에서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맛볼 수 있다. 여수엑스포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박람회 홍보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을 겸하는 것도 좋겠다. 오동도 관리 사무소 061-690-7303

  하나의 섬이 온통 동백나무로 뒤덮인 곳. 그곳이 바로 경남 거제시 일운면의 외딴섬 지심도다. 지심도는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쯤 떨어진 섬. 너비 500m, 길이 1.5㎞의 자그마한 섬이다.

  지심도에는 후박나무, 소나무 등 37종의 식물이 자라는데 이 중 동백이 70%에 육박한단다. 지심도 동백 숲엔 어른의 한 아름쯤은 족히 넘을 만큼 굵고 오래된 나무가 많다. 그래서 밑동에 이끼가 낀 채 가지를 뒤틀고 자라는 거대한 동백나무는 한눈에도 신령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다.

  지심도의 동백은 12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추위가 오면 꽃눈을 닫고 날씨가 풀리면 꽃을 피워 올린다. 그러다 봄기운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가지마다 본격적으로 폭죽처럼 꽃을 피워 낸다. 동백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초록의 오솔길에 마치 붉은 카펫처럼 모가지째 낙화한 동백꽃이 뒹구는 풍경은 초록색과 붉은색의 보색 대비로 강렬한 느낌을 준다. 거제시청 055-639-3000

  우리나라에서 단일 수종의 동백 숲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이 어딜까. 두말할 것 없이 전남 장흥의 천관산 자락이다. 천관산 자연휴양림 입구 쪽에는 무려 20ha(6만여평). 진도의 여귀산 동백 숲 면적이 100ha(30만여평)에 달한다지만, 동백나무 외에 다른 난대 수종들이 얽히듯 뒤섞여 있어 천관산 쪽 동백 숲의 정취에는 어림도 없다. 이곳의 동백나무들은 제 스스로 자라 이렇듯 거대한 숲을 이뤘다. 한꺼번에 조림된 나무들이 아니니 나이도 제각각이다. 1만2000여그루를 헤아리는 동백은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것부터 100년이 넘은 것들까지 두루 거느리고 있다.

 

   동백나무는 천관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임도 아래 협곡에 있다. 임도에는 동백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협곡으로 내려가는 나무덱도 조성돼 있다. 휴양림의 반대쪽 천관산 산행 들머인 장천재 쪽에도 크지는 않지만 동백 숲이 있다. 장천재는 조선 후기 실학자 위백규가 수학하며 후학들을 길러 냈던 곳. 휴양림 쪽의 동백이 홑꽃으로 기품 있게 피어난다면 장천재 쪽의 동백은 겹꽃이 섞여 있어 화려하다. 천관산 자연휴양림 061-867-6974 

 

<출처> 문화일보 / 2012. 3. 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