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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에세이/아름다운 동행

자녀교육을 어떻게 했냐구요? - 밥상머리 교육과 가족여행

by 혜강(惠江) 2011. 6. 27.

                 

 

자녀교육을 어떻게 했냐구요?

 

- 밥상머리 교육과 가족여행 -

 

 

글 · 남 상 학

 

 

 "우리도 부모 자식이 한 상에 앉아 식사를 나누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된다면 자녀교육은 저절로 이루어 질 것이라 믿는다. "

 


 

 

 

  어느 해인가 교회에서 개최한 젊은 엄마들의 가정교육 세미나에서 ‘가정에서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켰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또 두 아들을 잘 키운 것으로 생각하여 별다른 자녀교육의 비법(秘法)을 알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학교 교사일 뿐, 두 자녀의 가정교육에는 별로 신경을 쓴 일이 없어서 그냥 ‘하나님이 키워주셨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대답이 무성의한 것처럼 들렸는지 구체적으로 답변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래서 굳이 답한다면 첫째는 밥상머리 교육이요, 둘째는 가족여행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가정에서 자녀 교육을 어떻게?”라는 질문 속에는 지식 교육, 인성 교육, 신앙 교육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나 나는 이것은 따로 떼어 생각하기보다는 가정에서 유기적인 연관을 이루며 상호작용에 의하여 터득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가정에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교사인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고, 아내조차 살림을 하면서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이었으므로 매일 가족이 함께 마주 앉을 시간은 아침식사 시간뿐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정은 아침이면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함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아이들에게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시간 활용에 철두철미했던 아내가 아이들을 달래고 설득했고 아이들은 투정부리지 않고 잘 따라와 주었다. 그래서 한 식구가 아침 밥상에 둘러앉는 것은 자연스런 일상이 되었다. 주일이나 공휴일에 푹 쉬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 원칙은 그대로 지켜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은 모두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나는 식탁에 마주 앉은 우리 가정을 <식탁>이란 제목으로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아침마다
  가을날의 햇볕 같은
  행복의 부스러기를
  주워 모은다.

  네 사람이 앉는
  사각(四角)의 식탁
  모락모락 김이 오르듯
  둘레에 피는 사랑

  그 행복과 사랑을
  보석처럼 꿰어
  아내의 목에 걸어주고

  나머지는 똑같이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두 이이의
  빈 밥그릇에 담아준다

  아침마다
  우리들의 식탁에는
  호박죽 냄새와 숭늉 냄새가
  도란도란 피어오른다.

 


   성서에 “네 집 안방에 있는 네 아내는 결실한 포도나무 같으며, 네 식탁에 둘러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시편 128:3)라고 했다. 찬송가 가사에도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559장)하지 않았는가? 식구란 의미는 먹을 식(食), 입구(口) ‘밥을 함께 먹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상에 둘러앉은 자리는 단순히 필요한 음식을 나누는 자리만이 아니었다.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밥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곧 교육으로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밥상머리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느끼는 공간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인성교육, 신앙교육의 장(場)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 공부를 챙기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또 이 자리는 자연스럽게 가족간의 ‘관계’를 배우고, 그 관계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배우게 되고, 하루의 일을 챙기며,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기회로 삼았다. 우리는 흔히 ‘공부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앉는 밥상머리는 인성 교육의 기본을 가르치고 배우는 최상의 자리가 되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과 존경, 형제간의 우애도 밥상머리에서 얻을 수 있었다.

   또 부모와 자식이 한상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는 의사소통의 자리이기도 했다. ‘어제 학교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니?’ ‘고민거리는 없니?’ 이 평범한 질문은 학교생활이나 학습에 어려움은 없는지, 친구 간에 문제는 없는지, 특별한 고민거리는 없는지를 물어보고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경험이 풍부한 부모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자녀들은 문제 해결의 다양한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이때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읽고 자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도울 수도 있다. 가정이나 집단에서 생기는 갈등의 주요 원인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부모와 자녀간의 원활한 대화는 친구 사이, 선생님과의 사이, 부모와 자식간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와 갈등, 학교공부나 학습에서 오는 문제 등을 파악하여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밥상머리 덕분에 학업에도 큰 문제가 없었고, 문제를 일으키거나 몰상식한 일을 저지르는 일 없이 잘 자라주었다. 우리 집의 아침 시간이 항상 바쁘고 분주했지만 온 가족이 아침 밥상에서 만나는 시간은 늘 행복했다.

   요즘 부모들은 맞벌이로 바쁘고, 자녀는 학원을 순례하느라 밥을 함께 먹기는커녕 단 1분도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시간이 없는 형편이 되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누어야 할 시대인 것이다.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아침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대화가 필요한 때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서라도 실천하다 보면 부지런한 습관을 키울 수 있고, 상쾌한 아침 시간에 하루 일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수 있다.

밥상머리 교육이 효과적이 되려면 식사시간 20분 정도 전에 TV를 끄고,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정중하게 말하는 등의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가 권위를 앞세워 지시일변도로 강요하거나 주장하는 훈육의 태도로는 자녀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컬럼비아대학 CASA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족 식사를 많이 하는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동급생들에 비해 학업 성적에서 A학점을 2배 이상 더 많으며, 청소년의 흡연과 음주, 마약 등 청소년 비행에 빠지질 확률은 1/2정도로 낮았다고 한다.

   또 하나, 가정교육의 일환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가족여행이었다. 가족여행은 가정을 하나로 묶는 기회요, 화목을 이루는 지름길이 된다. 색다른 현장에서 만나는 우리만의 기회는 가족이라는 가족간의 유대와 가족애, 화목을 배울 수 있고, 가족간의 정서적 교감을 높여준다. 부부간에, 부모자식간에, 형제간에 서로 사랑하고 화목하면 삶의 안식처가 평안해지고, 여기서 아이들은 사랑을 느끼며 정서적으로 행복감에 젖을 수 있다. 또 가족여행은 학교공부에서 오는 누적된 피로감을 풀어주면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교과서의 학습과 연관시켜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똑똑한 아이를 둔 부모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시치다 마코토에 의하면 ‘넓은 시야를 키우기 위해 여행을 시키라’고 권한다.

   단 하루라도 좋고, 2~3일 이상이라면 더욱 좋다. 나는 짧은 여행은 공휴일에, 긴 여행은 자녀들의 방학을 이용했다. 여행은 세 번 즐거움을 준다는 말이 있다. 먼저 여행 전 함께 계획하면서 즐길 수 있고, 여행을 떠나서는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맛보며 여행의 참맛을 즐길 수 있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여행의 내용을 정리하여 여행기를 쓰고 사진을 편집하여 가족 블로그에 올리거나 비디오 등으로 남겨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되도록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가족 여행을 하면서도 가족 모두에게 이런 즐거움을 최대한 맛보도록 했다. 여행의 목적, 장소, 날짜와 기간, 준비물, 가족간 분담해서 할 일을 사전에 아이들과 협의하여 결정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분담한 일은 철저하게 지키도록 했다. 또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여행에서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 토론도 하고 대화를 통해 정리했다. 기록을 남기는 일은 아이들이 부담이 될 것 같아 주로 내 몫이 되었지만, 그것도 아이들에게 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가족여행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터득하는 기회이며,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고 진한 가족애를 갖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어린 시절 겨울 설원에서 썰매타기, 여름바다에서의 해수욕과 바다낚시, 갯벌에서의 조개잡기, 시골 하늘에 빛나는 별자리보기, 수목원 통나무집에서 밥 짓기 등은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고, 그 아름다운 추억으로 삶이 윤택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나누기 거북한 내용도 낯선 곳을 여행하며 나눌 때는 별로 어색하지 않았고, 대화의 결과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혹자는 여행을 하려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지만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소득(?)에 비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리미리 준비하여 일시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면 된다. 또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여행이냐고 할 것이다. 꼭 교과서적인 지식만이 지식이겠는가? 여행은 안목을 넓히고 책에서 찾을 수 없는 살아있는 실물 교육의 효과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우리는 흔히 가정교육을 잘 하는 민족으로 유대인을 든다. 유대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IQ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지만, 철저한 교육 때문에 지금 세계의 정치・경제・군사적인 부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대인이 식사 때마다 <탈무드>를 공부하는 것처럼 우리도 부모 자식이 한 상에 앉아 식사를 나누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된다면 자녀교육은 저절로 이루어 질 것이라 믿는다.

 

 

 

 

* 출처 : 졸저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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