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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미국. 캐나다

캐나디안 로키 탐방의 전초기지 밴프(Banff) 국립공원

by 혜강(惠江) 2011. 6. 7.

 

로키산맥(Rocky Mountains) 1

 

캐나디안 로키 탐방의 전초기지 밴프(Banff)

미네완카 호수, 보우폭포, 어퍼 핫 스프링스 등 

 

 ·사진 남상학

 

 

 

 

 

  오늘은 캐나다 여행의 셋째 날, 로키산맥과 그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밴프로 떠나는 날이다. 이틀에 걸쳐 캐나다 서부 밴쿠버와 빅토리아 섬을 둘러본 뒤에 나는 캐나다의 가장 웅대한 자연, 로키(Rockies)의 광활함을 찾아갈 차례다. 밴쿠버에서 로키를 가려면 캘거리까지 국내 비행기로 가서 캘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밴프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첫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새벽 4시 30분에 기상, 호텔에서 서둘러 조식을 끝내고 5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했다. 8시 정각에 밴쿠버 공항에서 AC204편으로 캘거리 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소요되지만 1시간의 시차로 10시 30분 경 캘거리에 도착해 보니 날씨가 좋지 않다. 로키의 관광은 날씨가 받쳐주어야 한다는 안내자의 말에 걱정이 앞선다.  

 

  중식 후 로키 탐방의 관문이 되는 밴프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밴프(Banff)까지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고 하는데 간간이 비가 내린다. 안내자는 로키의 날씨는 시간시간마다 변덕이 심하다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로키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로키산맥은 북미대륙 중서부를 남북으로 잇는 거대 산줄기다. 알래스카로부터 캐나다-미국을 거쳐 멕시코까지 뻗어 내린 길이만 장장 4500㎞. 그 중 캐나다 알버타주의 산줄기는 만년설과 빙하호, 짙푸른 초록의 숲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최고의 경관을 담아낸다. 캐나다 로키(록키산맥)에서는 가끔 신기루와 마주친다. 전나무 숲 아래에서 뿔이 멋진 엘크 무리를 만나거나, 설산과 호수에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한다. 골목에 스며든 로키의 풍경에는 늦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이 될 때까지 눈이 시릴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로키는 캐나다 여행의 로망이다. 광활하고 원시적인 캐나다의 자연을 강건하게 대변한다. 앨버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경계가 된 산줄기는 미국 북부까지 수천km 이어진다. 캐나다 로키는 밴프 등 4개 국립공원의 절경을 품고 있다. 캐나디안 로키 산맥의 동사면에 있는 밴프 국립공원은 대규모 빙원과 빙호들을 포함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 주 남서쪽에 있으며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캐나디안 로키 탐방의 전초기지격인 밴프는 인구가 1만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밴프 애비뉴를 중심으로 1시간이면 시내를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세계적 관광명소답게 해마다 400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따라서 50여개의 호텔과 상가, 레스토랑은 늘 성시를 이룬다.

 

  밴프는 1886년 철도가 건설되며 도시가 형성됐고, 온천이 발견되며 사계절 관광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캐나디안 로키에는 밴프의 어퍼 온천 말고도 재스퍼의 마이엣 온천, 비시 주의 라디움 온천 등 유명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밴프 국립공원 안에는 어퍼 핫 스프링스 외에도 밴프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는 설퍼산이 있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에일머산(3162m), 캐스케이드산(2998m), 브루스터산(2859m)은 물론 밴프를 감싸고 굽이치는 보우 강, 미네완카호수,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호텔 등이 모두 볼거리다.

  밴프를 향하여 가는 길의 주변은 온통 삼나무와 전나무 숲이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은 모두가 하늘을 향하여 키재기하듯 밋밋하게 하늘로 솟아 있고, 이런 숲들은 산의 일정한 고도(高度)까지 형성되어 있을 뿐, 그 뒤로 높이 솟은 바위산은 모두 흰 눈을 그대로 이고 있었다.

 

  밴프에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와!’ 하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내리던 비가 함박눈으로 변하여 쏟아진다. 길가 나무는 푸른 잎들이 무성한데 6월에 접어든 시기에  함박눈이라니! 흥분이 일었으나 그것도 잠시, 흥분은 염려로 변해간다. 이러다 어렵게 이곳까지 와서 날씨 때문에 로키를 제대로 보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일정상으로 보면 이곳에서의 온천욕은 오늘 일정의 맨 나중에 하기로 되어 있는데 날씨 관계로 먼저 온천욕을 하기로 하였다. 유황온천욕을 하는 장소는 밴프 도심 인근의 어퍼 핫 스프링스(Upper hot springs). 밴프국립공원이 자랑하는 설퍼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어퍼 유황온천은 아담한 노천탕을 갖추고 있어 여독을 풀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규모나 시설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박하다. 5월부터 눈 녹은 물 등이 섞여 미지근한 온천수가 나오기 시작하다가 6~9월에 섭씨 47도의 뜨끈한 물이 솟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수영장 개념이라 수영복을 착용하고 1시간가량 야외온천 수영장에서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편안한 휴식을 즐겼다. 온천탕에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반반,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밴프가 관광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이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아름다운 산세를 배경으로 로키산맥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을 터인데 무척 아쉽다.

  1시간여 온천을 하고 나니 피곤한 몸이 풀렸다. 다행히 눈발이 약해져 우리를 태운 버스는 울창한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로키의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얼마를 달리다 보니 울창한 숲 속에 마치 중세 유럽의 고성(古城) 같은 건물이 나타났다. 밴프 스프링스 호텔(Banff Springs Hotel)이라고 했다. 1882년 세워진 이 호텔은 캐나다 로키의 관광 심벌로서 밴프 국립공원과 함께 약 1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공원 최고의 자랑인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로비나 다이닝룸의 장식이 멋있고, 티 룸이나 라운지는 가볍게 이용할 수 있어서 숙박객 아닌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고 하는데 짧은 일정을 소화하는 우리로서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곳을 지나 버스가 멎은 곳은 미네완카 호수(Lake Minnewanka). 밴프에서 11km 떨어져 있는 로키산맥의 높은 고도에 이런 광활한 호수가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디언의 전설에 의하면, '죽은 자들의 영혼이 만나는 곳'이란 뜻을 지닌 호수에선 로키의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어 사진작가들과 낚시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려면 낚싯배와 도구를 빌려야 하며 낚시 허가증은 낚시 임대장소에서 구입하면 된다. 낚시는 5월 중순에서 9월까지 가능하며 100분간 운항되는 크루즈를 이용하면 미네완카 호수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호수면의 눈이 채 녹지 않았고, 방금 내린 눈이 그대로 덮여 있어 사진 몇 장만 찍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보우폭포(Bow Falls), 밴프타운의 남쪽을 휘돌아 흐르는 강의 한 구비에 수직 120m 높이의 폭포가 장관을 이루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보우강은 멀리 재스퍼국립공원 근처에서 발원하여 캘거리, 위니펙 호수를 거쳐서 멀리 허드슨만으로 흐르는 강인데, 보우빙하 위쪽 거대한 아이스필드(만년설)를 이루고 있는데,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눈이 굳어져 형성된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것이다.

 

  보우폭포는 위쪽 보우빙하 아래 형성된 빙하호수 물이 떨어지는 것이다. 보우(Bow)란 ‘활’이라는 의미로 이 주변에 살았던 인디언이 강가의 나무에서 활의 자료를 구했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돌아오지 않는 강” 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일행은 밴프 국립공원 안에서의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야외 BBQ로 저녁식사를 했다. 현지 교민이 양념한 LA갈비가 한 사람당 석 대, 그리고 소시지 등이 밥과 함께 제공되었다. 비록 지정된 곳이기는 하나 로키의 한 자락 밴프국립공원 안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것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고기 맛은 일품이었지만 고기 타는 연기가 맑고 깨끗한 로키의 공기를 더럽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호수 주변에 로키 산맥의 동물군의 하나인 엘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이것 외에도 로키에는 곰·큰뿔사슴·사슴·야생양·염소 등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투숙한 곳은 스프러스 그로브 인 호텔(Spruce Grove Inn Hotel). 일찍 일어난 관계로 피곤이 몰려왔지만, 아기자기한 밴프 거리와 아름답고 이국적인 상점들을 잠시 둘러보고, 내일 콜럼비아 대빙원 탐사와 레이크 루이스를 만나본다는 기대 속에 잠이 들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며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 안에서 숙박한다는 것은 꿈만 같았다. 

 

 

 

*밴프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잠시 정차하여 찍은 사진, 저지대에는 잎이 파랗지만 멀리 산에는 눈이  덮여 있다.

 

캐나디안 로키에는 밴프의 어퍼 온천 말고도 재스퍼의 마이엣 온천, 비시 주의 라디움 온천 등 명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울창한 숲 속에 마치 중세 유럽의 고성(古城) 같은 건물, 밴프 스프링스 호텔(Banff  Springs  Hotel)

 

 

밴프에서 11km, 로키산맥의 높은 고도에 자리잡은 광활한 미네완카 호수(Lake Minnewanka)는 결빙된 채 반은 녹아 있었다. 

 

 

밴프타운의 남쪽, 수직 120m의 보우폭포, 보우빙하 위쪽 거대한 아이스필드(만년설)가 녹으면서 생긴 것이다. 

 

 

밴프 국립공원 호숫가의 허가된 시설 안에서의 바비큐로 저녁식사. 주변 호수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엘크가 보인다.

 

 

저녁 무렵 비 내리는 밴프 거리를 거닐며 스켓치한 것들 

 

 

우리가 묵은 숙소, 국립공원이어서 대부분 목재로 된 집이 많다. 

 

 

 

  하루종일 밴프 주변 지역은 바람이 좀 불고, 비와 눈이 내려 날씨가 우중충했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로키의 비경, 컬럼비아 대빙원 체험과 레이크루이스 탐방, 콘돌라를 탑승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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