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
'작은 프랑스'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다운 도시
퀘벡의 일곱가지 F
1. 프랑스, France
프랑스의 옛 정취를 맛보고 싶으면 퀘벡으로 가라. 퀘벡은 ‘작은 프랑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프랑스의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오히려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답다.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한 각종 프랑스풍의 건물들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고, 프랑스식으로 사고한다. 인구의 95%가 불어를 하는 곳. 그래서 퀘벡은 캐나다에서도 이국이다.
1세기가 넘도록 이곳을 지배한 프랑스의 영향으로 퀘벡은 지금까지도 프랑스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다.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는 이곳을 “잘난 척하지 않는 파리”라 촌평했다. 영화 <케치미이트 유 캔>에서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톰 행크스가 연기한 FBI 요원 칼 핸러티가 체포한 곳, 프랑스 중부의 소도시 몽트리샤르의 영화 속 촬영장소가 바로 퀘벡이었다. 퀘벡의 주 깃발은 옛 프랑스 왕가를 떠올리게 하는, 파랑색 바탕에 흰색의 백합문양이며, 퀘벡 주의 모토는 ‘je me souviens (I remember who I am)’이다. 그들은 그 짧은 문장 속에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를 지켜온 자부심을 담고 있다. 주민의 3/4가 프랑스계인 이들 퀘벡주민들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정하고, 적극적인 분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비디오게임에 관한 프랑스어 법안’에 따라 영어로 제작된 게임의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이 더할 나위 없이 프랑스적인 도시에서도 가장 프랑스적인 곳은 르와얄 광장(Place Royal)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가진 이 광장의 한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루이 14세의 흉상. 가파른 지붕을 가진 18세기 초의 건축물들로 둘러싸인 이 광장은 여전히 그들이 프랑스를 계승하고 있음을 몸으로 보여준다.
2.자유, Freedom
▲아브라함 평원에서의 전투
퀘벡의 역사는 자유와 독립을 끊임없이 추구해간 과정이다. 캐나다 연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퀘벡의 움직임은 30여 년간 이어져 왔다. 여러 번의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도모하였으나 0.1%의 근소한 차이로 여전히 그들은 캐나다에 묶여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도시는 그만큼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하다. 캐나다의 유명한 휘트나 레스토랑 체인은 퀘벡에 쉽게 발을 붙이지 못한다.
프랑스 문화의 영향으로 결혼해서도 남편성을 따르지 않고 처녀 시절의 성을 쓰는 퀘벡은 2004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다음해인 2005년에 동성결혼이 캐나다 의회에서 합법화되었으니, 이러한 일화에서도 퀘벡시민들의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자유에 대한 의지는 다른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로까지 뻗어나간다. 프랑스와 영국의 전투 결과, 영국이 이김으로써 영국령이 되었지만 그들은 프랑스 문화를 존중해주었고, 그러한 과정은 그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아브라함 평원(현재의 전장공원)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759년 아브라함 평원에서의 전쟁은 캐나다 지배권을 결정하는 역사적인 전쟁이었는데, 현재 이곳에는 승리자와 패배자, 양국을 대표하는 두 장군의 동상과 기념비가 모두 세워져 있다. 기념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용기는 그들에게 같은 죽음을, 역사에는 같은 명예를, 후대에는 같은 기념비를 갖게 했다.(Valor gave them a common death, history a common fame, and posterity a common monument).”
3. 얼음, Frozen
▲ 원터 카니발의 원형인 마르디 그라스 축제 포스터(1912년)
퀘벡의 겨울축제는 유명하다. 세계 최대라는 형용사가 아깝지 않다. 퀘벡의 겨울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추운 것이 겨울 축제가 화려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평균기온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평균 60cm 이상 쌓이는 눈. 사람들은 눈과 얼음을 이용한 온갖 행사와 작품 생산에 나선다. 그것을 보기 위해 국내외에서 100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1894년부터 시작되어 2주 이상 계속되는 이 유서깊은 축제가 시작되면 퀘벡은 곧 눈과 얼음의 성으로 돌변한다. 옛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거리는 곧 눈 조각상들로 가득 차고, 눈으로 쌓은 성과 암벽타기, 얼음미끄럼틀 등 온갖 놀이도구들이 올드타운 가득 들어선다. 세인트 로렌스 강에 서 잘라온 얼음으로 만든 거대한 얼음궁전이 들어서고 그 앞에 조명이 설치된다. 축제기간 동
안 이 얼음의 나라를 다스릴 본부다.
눈과 얼음으로 하는 것이라면 무엇을 상상하든 이곳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얼음으로 만든 테이블에서 얼음으로 만든 잔으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송어얼음낚시를 하는 사람들, 한쪽편에서는 영하 20도의 날씨에 수영복을 입은 채 눈 목욕을 즐기고, 또 한쪽 편에서는 개썰매 대회가 한창이다. 얼음미로 탈출에 도전하는 일군의 사람들도 보인다.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는 카누
경기가 벌어진다. 공연과 전시도 줄을 잇는다. 축제의 여왕을 태운 화려한 행렬이 지나가는 야간퍼레이드는 축제의 꽃이다.
이 행사의 마스코트는 거대한 눈사람인 봉 옴므(Bon homme)다. 불어로 ‘좋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축제 내내 이 얼음의 도시를 다스린다. 축제가 시작될 때 퀘벡 시장에게서 통치권을 상징하는 열쇠를 넘겨받고, 100평 넓이의 얼음궁전에 살며 눈의 도시 시장으로 군림한다.
4. 프레스코화, Fresco
▲퀘벡의 프레스코화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La fresque des-quebecois'
퀘벡 시티의 거리를 걷다 보면 눈길을 끄는 프레스코화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주로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이 프레스코화들은 실제로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퀘벡의 겨울이 너무 추워서 북쪽으로는 창을 내지 않았고, 그렇게 텅 빈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이 아름다운 벽화들의 기원이라고. 이러한 벽화의 기원은 400년을 거슬러 올라가
며, 현재는 관광자원으로서 주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프레스코화는 즉 ‘퀘벡의 프레스코화’이다. 5층 정도 되는 높이에 그려넣은 실물크기의 이 벽화는 길의 무늬와도 교묘하게 연결되어 그림임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이 그림 속에는 열 여섯 명의, 퀘벡 역사에서 중요한 역사적인 인물이 그려져 있음과 동시에 현재의 생활 모습이 흔연스럽게 섞여 있다. 역사라는 것이 끊어진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와 이어지고 있음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모두 넣은 것도 의도의 연장이라 할 만하다. 그림 옆에는 인물들을 설명하는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다.
퀘벡에 처음 발을 디딘 프랑스의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 퀘벡에 처음 정착한 샤무엘 드 샹플랭, 퀘벡 최초의 주교 라발, 미시시피 강을 발견한 항해자 루이 줄리엣 등 역사적 인물들을 공부하기 위한 학생들의 단체관람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교과서 속의 인물이 이웃처럼 길에서, 계단에서, 창문에서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며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1990년에 완성된 이 벽화는 12명의 아티스트가 2,550시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5. 성곽, Fort
▲ 요새 도시 퀘벡을 건설한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은 추운 겨울 지친 사람들을 위해 노래와 음식으로 기쁨을 나누는 파티를 열었다.
퀘벡 시티의 또 하나의 특징은 북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곽도시라는 점이다. 프랑스로부터 이 지역을 빼앗은 영국은 미국과의 전쟁 때 빼앗기지 않기 위해 1765년부터 성벽을 쌓기 시작했다. 이 성벽은 1957년 퀘벡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관리되기 시작했다.
전체 길이 4.6km인 이 성벽은 해변 벼랑을 따라가며 여행자들에게 전망 좋은 산책로를 제공함과 동시에 도시를 로어타운, 어퍼타운, 신시가지, 구시가지로 구분하는 역할을 맡았다. 구조상 도시의 확대를 방해할 수밖에 없는 성곽을 도시 안에 품음으로써 옛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는 한편 도시에 입체감을 부여한 것이다.
생 장 (Saint. Jean) 거리나 생 루이(Saint. Louis) 거리와 성벽이 만나는 곳에 성문이 있다. 이 성문 옆의 돌계단을 따라가면 성벽으로 올라설 수 있는데, 성벽을 따라 도시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퀘벡 시는 허물어진 성곽을 최대한 복원시키고, 일부 구간은 허물어진 터를 보존하여 성곽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성곽을 따라 걷는 산책은 크다고 할 수 없는 퀘벡 시티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6. 퍼니페이스, Funny Face
▲'보이지 않는 길'의 포스터
캐나다의 국민들은 유머감각이 탁월하기로 정평이 났다. 그동안 캐나다가 배출한 코미디언의 면면을 보면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마아크 마이어스, 레슬리 닐슨, 마틴 숏, 콜린모크리, 톰 그린, 댄 애크로이드.
특히 퀘벡주는 대대적인 코미디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다. 코미디뿐 아니라 서커스에 있어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본사가 있는 곳이 바로 퀘벡 주이다. 1984년 퀘벡 주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태양의 서커스]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천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창립자인 기 랄리베르테는 굉장한 부자가 되어 우주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그들은 아홉 번째 작품인 [퀴담]으로 우리나라에 내한공연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여름의 퀘벡 시티에서 거리공연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2008년 퀘벡시 400주년을 기념한 행사이다. 최신작인 [보이지 않는 길]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퀘벡 시티의 지형지물을 백분 활용하고 있다. 세 개의 색깔로 각각 대표되는 부족들은 시내의 각기 다른 곳에서 출발하여, 고속도로 교차점에서 만난다. 교각과 상판을 이용해 펼칠 이 무대의 입장료는 무료. 태양의 서커스가 야외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7. 샤토 프롱트낙 호텔, Chateau Frontenac Hotel
▲샤토 프롱트낙 호텔의 원래 입구
프롱트낙 호텔은 퀘벡시의 대명사이자 상징이다. 객실이 600개에 달하는, 건물 자체만으로도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이 호텔은 고지에 자리 잡고 있어 시내 어디서나 그 자태를 바라볼 수 있다. 덕분에 여행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도시 안의 등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샤토 스타일로 지어진 이 건물의 이름은 1673년 뉴프랑스의 초대 총독으로 부임한 콩트 드 프롱트낙(Comte de Frontenac)에서 유래한다. 1892년부터 지어진 이 호텔은 프랑스식 성을 참조하여 지었는데, 한때는 군 지휘부 및 병원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이유를 단순히 우아한 인테리어나 웅장한 건물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역사가 깊은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중요한 회의가 있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1943년과 44년에 미국대통령 루스벨트와 영국수상 처칠은 이곳을 방문한다. 캐나다 정부의 초청이었다. 이 둘은 이곳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의 전략을 의논하는데, 이곳에서 결정된 것이 바로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그러한 비밀회의 외에도 다양하고 화려한 행사들이 이곳에서 열렸다. 퀘벡이 고향인 가수 셀린 디옹의 결혼식이 열렸던 곳도 바로 이곳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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