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동 '도나우'
은은한 풍미의 '연탄구이 돼지불고기'
월간외식경영 이정훈 기자
-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꿈을 안고 외식업에 진출한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직장생활을 정리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이재윤 사장도 그런 경우.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와 대기업체에 근무하다가 명예퇴직을 한 뒤 고심 끝에 창업하였다. 이 사장은 페인트를 취급하는 대기업체 지역 본부장으로 일했다. 그는 직장생활 중 동료들과 식사를 하러 가면 ‘나도 저런 식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몇 해 전부터 점점 건축경기가 나빠지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 결국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평소 하고 싶어 했던 외식업으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어떤 아이템으로 할 것인지 고심했다. 그러다가 고향 대구에서 인기 있는 메뉴였던 고추장불고기를 생각해내었다.
직장 그만둔 외식업창업자 대개의 경우가 그렇지만, 처음에는 이 사장도 부인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나 혼자 다 할 테니 걱정 말라’며 큰소리 쳤지만 불안하기는 이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점포가 건재상 밀집지역이고, 몇 년 동안 이 사장이 페인트 대리점을 했던 곳이어서 식당 입지로는 누가 봐도 아닌 곳이었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혼자 고추장불고기와 연탄불고기를 개발했다. 고향 대구의 옛 맛을 최대한 회상하면서 맛을 복기해내었다.
주변의 반대와 우려 속에 드디어 2007년 여름 개점을 하였다. 하지만 이 사장의 예상대로 서울에서 보기 드문 메뉴였기 때문이었는지, 사람이 몰려들었다. 실내 테이블이 모자라 식당 앞에까지 테이블을 내놓고 손님을 받았다. 어떤 할머니는 버스 타고 가다 잔치가 벌어진 줄 알고 내려서 국수를 얻어먹으러 들어오기도 했다.
최근에도 직장 그만두고 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이들의 성공률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이것은 국가차원에서 자원 낭비이자 사회불안 요인이다. 월급쟁이 출신 사장들이 식당을 개업하고 나면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사장은 선배로서 단호히 말한다. ‘월급쟁이 출신 사장들이여, 앞치마를 두려워 말라’고.
이 사장이 숱한 시행착오 끝에 연탄불고기와 연탄고추장불고기를 개발하였다. 은은하게 연탄불로 구워 내온 불고기는 훈향이 나면서 담백하다. 간장소스로 초벌구이를 한 채 내오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좌석에서 굽지 않아 매운 연기로 인한 불편함도 없다. 파채를 곁들이면 담백한 맛이 더 살아난다. 연탄고추장불고기는 보기에 매울 것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얼얼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에는 경상도식 고추장불고기답게 무척 매운 맛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차츰 서울 입맛에 맞게 조정이 되었다. 된장찌개, 계란찜, 볶음밥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한 끼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은은한 풍미의 연탄불고기에 소주 한 잔은 딱 제격이다. 가격도 부담이 없다. 다만 된장찌개와 찬류의 맛은 좀 더 업그레이드했으면 싶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불고기를 먹을 수 있고 식당이 깔끔해, 부담 없는 사람끼리 편하게 고기와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고추장불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부지런히 뒤집어야 한다. 제 때 뒤집어주지 않으면 밑에는 타고 위에는 익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이집은 ‘탄다 디비라’라고 쓴 고추장불고기 조리매뉴얼을 아예 좌석마다 비치해두었다. 그렇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뒤집어야 할 때 뒤집지 않으면 타고, 너무 일찍 뒤집으면 익지 않는다. 소주 한 잔과 함께 잘 익은 고추장불고기 한 점을 입속에 넣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진지 오래다.
점심 영업을 안 하고 오후 5시부터 문을 여는 데,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는 손님이 많아 대기해야 한다. 가급적 이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좋고, 오후 10시부터는 좀 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 백제고분로의 잠실병원 옆, 송파구민회관 건너편에 있다. 영업시간이 17:00부터 인 것을 참고할 것.문의 02)2202-3897
<출처> 2011. 2. 18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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