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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정보/- 맛집

청담동 '피어에비뉴', 캘리포니아 롤이 맛있는 집

by 혜강(惠江) 2011. 5. 2.

 

청담동 '피어에비뉴'

 

캘리포니아 롤이 맛있는 집

 

 

 월간외식경영 글·이정훈 기자 사진·변귀섭 기자

 

 

 

 

 

롤은 날생선 먹지 않는 미국인 입맛에 맞게 스시 변형시킨 것



  음식도 그 내력을 추적하다보면 생활문화사의 일부로서 정치 경제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패권을 장악한 세력의 음식이 주변세력의 식탁까지 점령하는 장면을 역사의 페이지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된다.


  고도 성장기를 거친 일본기업들이 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높아진 엔화 강세를 배경으로 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뉴욕․LA․하와이에 있는 큰 빌딩과 노른자위 땅을 마구 사들였다. 미국인들은 일본의 ‘미국부동산 사냥’을 보면서 일본과 일본경제에 대해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바로 이 시기에 일본의 엔화 강세만큼이나 미국에서 위세를 떨쳤던 음식이 캘리포니아 롤(이하 ‘롤’)이다. 미국인들이 쳐다보지도 않던 동양음식이 고급스런 귀빈접대용 음식으로 처지가 바뀐 것이다.

  롤의 탄생에 대해서는 미국 서부 지역에서 날 생선과 김을 잘 먹지 않는 미국인들에게 생선·야채·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그들의 입맛에 맞게 스시를 변형시킨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의 김밥에 오이가 꼭 들어가는 것처럼 항상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아보카도를 넣어 맛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는 것도 롤의 특징이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서부지방에서 위세를 떨치던 롤이 90년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눈에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롤의 자리매김은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초기에 롤의 참맛을 충실하게 전달해준 업소도 일부 있었지만, 롤을 보급한 사람들이 자기 잇속만을 생각해 부실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대중들에게 ‘캘리포니아 롤은 저렴한 김밥의 아류’ 정도쯤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한 때 다채로운 색상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고 입맛을 자극하면서 기세 좋게 등장했지만 대중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다보니 어느덧 맛있는 롤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30초 안에 만들어야 롤의 제 맛 낼 수 있어


 

 서울 강남구 청담동<피어에비뉴>는 미국에서 롤을 만들었던 오너 셰프가 직접 본고장의 롤 맛과 원형을 선보이고 있다. 이 집의 주인이자 주방장 윤원준 씨는 1991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에서 청년기를 보낸 미국시민권자다. 1996년, 윤씨는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었으나 부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졸지에 가장이 되었다. 그때부터 비교적 보수가 높은 식당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 롤과 인연을 맺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졸업 후 회계학을 전공한 윤씨였지만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보다 외식사업이 훨씬 비전이 있을 것으로 판단, 1999년 처음으로 달라스에 미국식 일본식당인 <미도리>를 차렸다. 이때 LA에서 배운 롤을 식당 메뉴로 선보였는데 풋볼 선수들을 비롯해 미국인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롤의 사업성을 확신한 윤씨는 달라스의 식당을 누나와 매형에게 넘겨주고 귀국, 2003년 경기도 분당에 롤을 주 메뉴로 하는 스시 식당을 차렸다. 역시 대성공이었다. 미국에서 사용했던 재료를 최대한 그대로 살려, 유학생 출신이나 고급 롤 수요자들의 입맛을 제대로 공략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소가 좁았던 게 흠이었다. 더 넓은 자리를 물색한 끝에 2006년 지금의 서울 청담동으로 식당을 옮기고 이름도 ‘피어에비뉴’로 정하였다.

 

 

 

  롤은 속에 들어가는 재료나 겉을 토핑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느 음식보다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집에도 20여 가지가 넘는 여러 가지 롤이 준비되어 있다. 전문점답게 정확한 간맞춤과 신선한 재료 사용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롤은 빨리 만들어서 재료가 마르기 전에 손님에게 내놓아야 한다. 롤을 마는데 30초 이상 걸리면 재료의 촉촉한 맛이 사라져버려 롤의 참맛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셰프의 높은 기술과 숙련도가 필요한 데 주인장 윤씨의 노련하고 빠른 손놀림이 역시 맛난 롤의 비밀이었던 셈이다.

 

 

 

소스의 매콤함과 키조개의 쫄깃한 식감, 어설픈 스시보다 나아



  윤씨가 만든 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볼케이노(12,900원)’와 ‘레인저 원(12,900원)’. 볼케이노는 이름에서 연상되듯이 날치 알 같은 붉은 색깔의 토핑 재료를 사용해 마치 분출하는 용암과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식욕도 자극한다. 원래 생물 가리비를 듬뿍 집어넣었는데 최근에는 씨알 굵은 가리비를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 가리비 대신 싱싱한 키조개의 관자를 듬뿍 넣는다. 미국에서 사용했던 베트남 산 칠리소스를 대신한 청양고추와 스파이시 소스도 충분히 매콤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소스의 매콤함과 어우러지는 키조개의 쫄깃한 식감이 어설픈 스시보다 훨씬 나았다. 그렇다고 화산처럼 입안에서 불이 날 정도로 맵지는 않다.

  미국 달라스의 식당에서 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던 롤이 ‘레인저’시리즈다. 레인저는 윤씨가 식당을 처음 창업했던 텍사스주에 연고를 둔 미국 프로야구팀의 이름에서 따왔다. ‘레인저 1’은 연어를, ‘레인저 2’는 광어를 구워서 롤 위에 얹었는데, 스파이시 크랩소스와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오메가-3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연어는 미국인들이 평소에 즐겨 먹는 생선이다. 광어로 만든 레인저 2는 연어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 입맛에 맞추었다. 그러나 레인저 ‘1’과 ‘2’를 반반씩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롤과 함께 아보카도를 비롯해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넣은 샐러드도 본고장 롤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역시 캘리포니아 롤이 주 메뉴이지만 각종 초밥과 스시는 물론, 게살 소스로 구운 홍합(4,400원)과 데리야키 핫소스로 맛을 낸 해물야키우동(10,900원) 등 안주류들이 술맛을 돋우어준다. 세련된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대, 주인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한 점이 이 집의 강점. 서울 강남이면서도 번잡스럽지 않고 차분한 실내는 여러 모임을 갖기에 좋아 보인다. 다만, 고객의 주문 응대시간이 다소 느린 점은 개선하여야 할 듯하다.

 


 

 

 

맛있는 롤 먹으면서 발레 공연 감상도

 


  최근에는 주인장의 친 누나이면서 ‘S.H발레단’ 단장이자 피어에비뉴 공동 대표인 윤선형 씨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8시에 식당 한 편에 마련한 소극장에서 15분 정도씩 발레공연을 한다. 윤선형 씨는 이화여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고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마스터 클래스 전임을 거친 바 있는 전문 발레인이다.


  S.H발레단 단원5~6명이 출연, 윤 단장의 해설을 곁들인 발레 공연은 좌석을 미리 예약하여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발레의 기본 지식과 감상 포인트를 배울 수 있어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단위 손님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평소 발레 대중화에 앞장 선 윤 대표는 처음에는 공연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어색해 했는데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다고 한다. 현재는 실험적 시도에 머물고 있지만 반응이 계속 좋을 경우 공연을 상설화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물론, 발레 공연 관람료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 동양의 음식문화와 서양의 식재료가 행복하게 만난 것이 롤이다. 그럼, 롤과 발레의 만남은 어떨지 자못 궁금해진다. 02)2129-4949

 

 

<출처> 2011. 4. 18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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