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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백령도의 흰날개에 올라타다(두무진·하늬해변의 비경)

by 혜강(惠江) 2010. 8. 16.

 

 

백령도의 흰날개에 올라타다

 

 두무진·하늬해변의 비경 느끼실 텐가, 기꺼이 내 어깨 빌려 드리리

 

 

 

백령도=어수웅 기자

 

 

 

    빠른 물살과 바람이 만 년 동안 자신의 흔적을 새겨 넣은 곳. 백령도 두무진이다.  / 백령도=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내 이름은 백령. 흰 백(白)에 날개 령(翎)을 쓴다. 조선시대, 황해도의 가난한 선비와 사랑에 빠진 사또의 딸을 편지로 맺어준 흰 날개 따오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근래 속세 사람들은 천안함 폭침 등으로 먼저 떠올리지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나 자신. 그 비극적 폭침이 있기 최소 1만년 전부터 나는 황해를 지키고 있었다.

  제4 빙하기만 해도 어머니 한반도와 한몸이었지만, 대략 1만년 전 후빙기에 들어와 빙하가 녹고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나는 결심했다. 황해도 옹진반도에서 떨어져나가 스스로 섬이 되기로.

  엊그제 내 주변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130발의 해안포를 쏜 자들 들어라. 가소롭다. 그까짓 경거망동으로 만년 동안 지녀온 나의 비경(비境)과 자부심이 무너지리라 생각하는가. 여전히 인천여객터미널은 나를 보려고 배에 오르는 사람들로 붐빈다.

  인당수를 기억하는가.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려고 심청이가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그 바다. 여기서 북쪽 바다로 17㎞만 올라가면 거기가 인당수다. 황해도 장산곶 바로 왼쪽, 소용돌이 물살로 악명높은 뱃길이다. 이곳 사람들은 그 효녀를 기려 내 오른쪽 어깨 한 귀퉁이에 심청각을 짓고 효를 숭상하더군. 하지만 오늘 내 요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뱃사람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빠르고 험한 물살과 거센 파도가 만년 넘게 내 육신을 깎고 새겼다. 특히 내 왼쪽 어깨에는 한반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암괴석을 빚어냈다. 세속에서는 이를 두무진(頭武津)이라 부른다.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광해군이 "늙은 신(神)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한 선대암·형제바위·코끼리바위·신선암 등 기기묘묘한 괴석들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입이 쩍 벌어지는 풍광으로 나타난다. 금강산을 다녀온 이들은 두무진을 서해의 해금강(海金剛)이라고 서슴없이 부르더군. 

 

 

 

백령도의 어깨에 올라타다

 

 

 

  두무진이 내 왼쪽 어깨에 새겨진 자랑스러운 인장(印章)이라면, 맞은편 겨드랑이 아래에는 하늬해변이 있다. 표지판에 인색한 이 섬에서 몇 번을 물어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숨은 비경이다. 원래는 지하 수십㎞에서 용솟음친 마그마와 함께 튀어나온 황록색 감람암(橄欖岩)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천연기념물 393호로 지정된 곳이다.

  하늬해변에 오면 용치(龍齒·Dragon Teeth)를 보라. 용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병대가 붙여준 이름이다. 수십년 전 적의 해상침략을 막기 위해 해병대가 바닷가에 박아 넣은 수백 개의 쇠기둥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해삼·전복·굴의 안식처가 됐다. 또 석양 어스름이 피어날 무렵엔 하루종일 바쁘게 퍼덕거렸던 갈매기와 가마우지들이 한 기둥씩 차고 앉아 지친 몸을 가눈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국가안보의 당위가 만나 그려낸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여의도 다섯 배 크기인 내 몸뚱이에는 4000명이 넘는 주민과 그에 육박하는 해병대 장병들이 살고 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민간인 반, 군인 반. 안보와 비경이 공존하는 특이한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내 앞바다에 살고 있는 광어·우럭·놀래미 자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령도 앞바다, 그 차갑고 빠른 물살을 이겨낸 탱탱한 육질을 상상해 보라.

  지난 며칠, 하늘은 우울했다. 거미줄 같은 여우비가 계속되더니 폭포 같은 소나기가 느닷없이 퍼부었고, 빗방울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잔뜩 찌푸렸었다. 지금, 오랜만에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두무진 신선암과 태양을 잇는 최단거리로 한 줄기 햇살이 직선을 긋는다. 한 사내가 가파른 각도의 신선암을 기어오른다. 아예 빈틈없는 90도라면 포기했을 텐데, 발끝의 여지를 가까스로 몇 남겨 놓은 내가 잘못했던 것일까. 아니, 잔인했던 것일까. 욕망에 들뜬 그 사내가 나를 오른다. 내 이름은 백령. 흰 날개에 올라타, 나를 느끼시라.

 

 

 

   어제(8월 11일)부터 백령도는 관광 비수기를 선언했다. 천안함, 서해 해상 훈련 등으로 곤란을 겪은 여행업계가 예년보다 닷새 혹은 열흘 일찍 '할인 요금' 체제로 돌입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dom. icferry.or.kr·032-885-0180)에서 백령도행 여객선을 탄다. 4시간~4시간30분. 성수기 편도 요금은 6만3700원이었지만, 11일부터는 5만7400원이다. 백령여행사(032-836-6662)에서는 평일은 비수기 요금에서 추가로 20% 할인한다. 멀미에 취약한 사람은 꼭 약을 챙길 것. 선상 매점에서도 판매한다.

  백령도는 펜션과 민박이 대세다. 체류 기간 동안 백령아일랜드캐슬(032-836-6700)에서 묵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중가 숙박시설 중 우수숙박업소를 상대로 '굿스테이' 인증을 하고 있는데, 백령도에서 유일하게 인증을 받은 곳이다. 취사 불가. 4인실 6만원, 6인실 8만원.

  백령도는 렌터카 여행이 불편한 편이다. 내비게이션과 휴대전화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고, 이정표도 친절하지 않다. 관광안내지도를 잘 이용하고, 자주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나나 렌터카(032-836-6699)는 아반떼 8만원, 소나타 10만원.

 

 

 

백령도 심청각을 찾은 관광객들이 2010년 8월 10일 전시용 견인포 앞에서 북한 해안포 대가 있는 장산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백령도 별미 맛집 3선

 

 

사곶냉면의 '반냉'



  짬뽕·자장면을 반씩 섞은 짬짜면이 있듯, 비빔냉면과 물냉면의 선택 고민을 해결한 메뉴. 사곶냉면의 '반냉'을 추천한다. 맛과 양, 그리고 가격(5000원)까지 착한, '백령도 대표 반냉'이다. 고추장·식초·참기름으로 비빔냉면 소스를 만든 뒤 자체 제조한 고기 육수를 반쯤 붓는다.

  백령도는 예로부터 황해도 땅. 따라서 사곶냉면은 기본적으로 평양냉면 스타일이다. 면은 툭툭 쉽게 끊어지는 메밀전분이고, 약간 심심한 듯했던 사골 육수는 소스가 잘 섞여 매콤하다. 안주인 김옥순(59)씨는 "직접 재배한 100% 백령도산 메밀"이라고 했다. 참, 냉면 안의 삶은 계란 노른자는 먹지 말고 마지막까지 남겨 둘 것. 메밀 삶은 면수를 면기에 부은 뒤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잘 으깬 후 백령도 특산인 까나리액젓 두세 스푼을 넣고 훌훌 마신다. 짭짤하면서도 개운하다. 사곶 해변 근처. 점심 장사만 한다. (032)836-0559

 

 

  ▲사곶냉면 반냉. / 바다식당 성게칼국수. / 해당화횟집 놀래미회. 

 

 

대청도 바다식당의 성게칼국수



  대청도는 백령도에서 남쪽으로 쾌속선 15분 거리. 이 섬에 별미가 있다. 성게알을 고명으로 얹은 성게 칼국수다. 1년 내내 이 별미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선진포 선착장 앞 바다식당이다. 홍합과 성게알의 단맛이 어우러진 칼국수 향이 깊고 그윽하다. 태양초와 까나리액젓으로 담갔다는 배추김치와 얼갈이 김치도 칼칼하다. 성게 칼국수 6000원. 성게 비빔밥 7000원. 회, 매운탕도 판매. (032) 836-2476

 

두무진 해당화횟집


  주민들에 따르면, 일반 양식 물고기와 백령도 자연산 광어·우럭·놀래미의 차이는 "온실 하우스에서 자란 놈과 온갖 풍파 겪고 이슬 맞으며 노지(露地)재배한 놈 차이"다. 그러니 더 맛있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해당화횟집은 어선 3척으로 직접 고기를 잡아 식당에 낸다. 사람들은 "백령도 인근은 물이 차고 파도가 강해 양식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한다. 백령도 횟집의 회는 모두 자연산이라는 말이다. 밑안주와 반찬은 거의 없다. 소라 닮은 비뚤이 한 접시가 서비스의 전부다. 나머지는 회 그 자체로 승부한다.

  참고사항. 올해 백령도는 전복·해삼·가리비 등에 안식년 처분을 내렸다. 11월부터 채취를 재개한다. 따라서 지금 백령도에 가면 광어·우럭·놀래미를 먹어야 한다. ㎏당 광어 5만원, 우럭 4만원, 놀래미 3만원. (032)836-1448

 

 

 

<출처> 2010. 8. 12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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