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연미정
강화 월곶돈대 북쪽 끄트머리의 연미정
강화군 강화읍 월곶리 242번지
글·사진 남상학
어제 눈발이 내려서인지 날씨가 제법 차갑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 내외분과 바람을 쐴 겸 나간 나들이 장소가 강화도였다. 강화도는 이웃집 드나들듯 여러 차례 들락거렸지만 아직 못 가본 강화도 북쪽 철산리에 세워진 강화평화전망대에 가보기로 하고 그곳에 가기 전 먼저 연미정에 들렀다.
강화군 강화읍 월곶리 242번지에 있는 연미정(燕尾亭)은 강화도 동북쪽 끝자락인 바닷가 야트막한 언덕에 있다. 오른쪽으로 김포를 바라보며 그 사이 좁은 바다를 끼고 동산처럼 솟은 언덕배기 위에 앉아있다. 이곳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한 줄기는 서해로, 한 줄기는 강화해협으로 흘러 "그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하여 연미정이라 이름 붙였다.
이 지역은 한반도 서쪽 허리를 흐르는 임진강과 한강과 예성강이 한 몸으로 섞여 바다로 향하는 곳이어서 '강의 끝과 바다의 시작'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해 첫 출발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곳이며, 그리 넓지 않은 강 너머로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명절에 찾아와도 좋을 듯하다.
2년 전만 해도 이곳은 일반인이 다가서기 어려운 금단의 지역이었다. 바다를 가운데 두고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민통선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초소의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었다. 특별한 용무가 없는 외지인은 아예 출입이 통제되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멋진 조망을 가진 연미정이 여름에는 기다림에 지치고 녹음 속에 늙어가며, 겨울에는 삭풍에 시들어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양사면 철산리에 강화 평화전망대가 건립되어 안보관광을 개시하면서 주변 여건이 호전되어 연미정으로 가는 길의 통제를 풀면서 그 동안 숨겨졌던 연미정의 모습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길옆에 차를 세우고 올려다보면 정작 연미정을 보이지 않고 돌로 쌓은 둥근 성곽이 보인다. 성곽으로 오르는 계단 좌우로는 정비사업을 진행중이어서 약간은 어수선하다. 경사진 계단을 올라가면 성곽에 뚫린 문이 입구가 된다. 그 문을 들어서면 40㎡(약 10평) 크기의 고풍스런 정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건립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고려 제23대 고종이 구재(九齋)의 학생들을 이곳에 모아놓고 면학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뒤 조선시대 국가에 공로가 많은 장무공(裝誣公) 황형(黃衡)에게 조정에서 이 정자를 세워 하사하였다고 한다. 황형은 중종 5년(1510) 삼포왜란 때 왜적퇴치와 중종 7년 (1512) 함경지방에 북로가 침입하자 순변사가 되어 이를 진압하였으며 함경 절도사, 공조판서를 역임하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대부분 파손된 것을 1744년과 1891년에 걸쳐 중수하였으며 1931년에도, 625전쟁 때 다시 파손되어 전쟁이 끝난 후에 중수하였고, 1976년 강화 중요 국방유적 복원 정화사업으로 현재와 같이 복원하였다. 서남쪽 모서리의 기둥은 6·25전쟁 때 포탄에 맞아 세 동강 난 것을 붙여 다시 세운 것이다. 특히 인조 5년(1627) 정묘호란 때에는 강화조약을 체결한 곳이기도 하다.
구조는 팔작지붕 겹처마로 10개의 기둥을 돌기둥[石柱] 위에 얹은 민도리 집이며 정면 3칸, 측면 2칸에 면적은 약 10평(40㎡)이다. 정자 옆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 있어 정자의 운치를 더한다. 정자 옆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있어야 제격인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연미정의 달맞이는 강화팔경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재 인천광역시 지방유형문화재 제 24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사방이 바라볼 수 있도록 훤히 트여 있으며, 월곶진 꼭대기에 세워져 있어 북한지역의 개풍과 파주· 김포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어느 핸가 북한에 홍수가 나서 북한에서 떠내려 온 소 한 마리가 상륙하여 언론에서 화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 유도가 가깝게 보인다. 강 하류에 형성된 섬이라 바라보는 운치가 있다. 유도는 비무장지대에 속하여 남북 어느 주민도 살지 못한다. 썰물 때에는 물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보일 정도로 물살이 세다. 6.25전쟁 이전에는 서해에서 서울로 가는 배가 연미정 아래에서 만조를 기다려 한강을 올라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강변은 철조망으로 차단되어 있다. 언제 통제를 풀고 저 북녘 땅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인지, 답답한 마음으로 김용택 시인의 '우리 땅의 사랑노래'를 중얼거려 본다.
내가 돌아서드래도/ 그대 부산히 달려옴같이
그대 돌아서드래도/ 내 달려가야 할
갈라설래야 갈라설 수 없는/ 우리는 갈라져서는
디딜 한 치의 땅도/ 누워 바라보며
온전하게 울/ 반 평의 하늘도 없는
굳게 디딘 발밑/ 우리 땅의 온몸 피 흘리는 사랑같이
우린 찢어질래야 찢어질 수 없는/ 한 몸뚱아리
우린 애초에/ 헤어진 땅이 아닙니다.
연미정을 둘러보고 내려와 고개를 북으로 돌리니 초소가 지척에 있다. 나는 소독기를 등에 진 마을 아저씨에게 강화 통일전망대에 가려면 초소를 통과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친철히 가르쳐 준다.
초소를 통과해 가도 되지만 뻥 뜷린 해안도로로 갈 수 없어 오히려 복잡하단다. 오히려 강화읍을 지나 송해면을 거쳐 가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 도로에서 바라본 연미정 성곽, 계단 우측에 '고장무공황형장군택지
(故裝誣公黃衡將軍宅址)'이라 쓴 비석이 있다.*
* 연미정으로 오르는 계단과 입구로사용하는 성곽의 문 *
* 연미정을 여러 방향에서 찍은 사진 *
* 연미정에 대한 안내판 *
* 연미정 양 옆으로 수령 500년이 되는 느티나무가 정자의 운치를 더해고 있다. *
● 가는 길 : 강화대교를 지나 강화시내 강화경찰서에서 강화중학교 방면(옥림리)으로 4㎞ 계속 직진하거나 강화대교 지나 우측 해안도로로 진입,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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