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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강화 별립산, 안개-섬-벌판 발아래 펼쳐진 ‘겨울의 수묵’

by 혜강(惠江) 2009. 12. 17.

 

강화 별립산

안개, 섬, 벌판, 발아래 펼쳐진 ‘겨울의 수묵’

 

이경택기자

 

 

* 별립산 정상 모습 *

 

 

  “별립산이 어디에 있지요? 처음 들어보는데….” 

 

   인천 강화군 서북단의 별립산(399m) 산행을 준비할 때 주변에서 한결같이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별립산은 국내에 출간돼 있는 산행안내서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마땅한 산행 개념도도 없다. 그러나 낙엽이 수북한 호젓한 숲길과, 적당한 경사의 난이도 그리고 무엇보다 산길을 따라 곳곳에 펼쳐진 장쾌한 조망은 강화군 내의 어느 유명산 못잖게 등산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특히 별립산 인근의 창후리포구는 요즘 제철인 숭어가 많이 나는 곳으로 산행 여독을 ‘맛기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별립산은 인천 강화군 하점면의 창후리와 이강리 그리고 양사면의 인화리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별립산(別立山)’이란 산 이름은 강화 군내의 유명산인  고려산(436m)이나  혈구산(466m),  퇴모산(338m) 등과 연결되지 않고 외따로 떨어져 있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별립산의 산세가 호랑이가 꿇어앉은 형상이라고 해 ‘준호산’이라고도 부른다.

  산행기점은 창후리포구 못미처 자리잡고 있는 서해유스호스텔 입구로 잡았다. 서해유스호스텔 입간판은 포구에서 도보로 2, 3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서 유스호스텔을 향해 펜션 건물을 왼편으로 바라보며 100여m 오르다보면 오른편에 컨테이너가 보인다. 컨테이너 앞에 우측으로 흙길이 나 있다. 자동차 한 대 정도는 너끈히 지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별립산으로 가기 위해선 그 길로 들어서야 한다.

 

  한 5분여 오르면 갑자기 길이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숲길에 듬성듬성 너덜바위도 모습을 드러내고 오른편으로 묘지도 몇기 보인다. 묘지를 지나면 길은 더욱 가팔라지다 갑자기 평탄해진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숲이 우거진 분지같은 지형이 나타나고 그 한편에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자리잡은 약수터가 산행객을 반긴다. 약수터 주변에는 낙엽을 떨군 관목들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지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약수터에서 길은 끊긴다. 따라서 별립산 정상을 바라보고 길을 잡아온 산행객들로서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약수터 위편에 산사태를 막기 위한 축대가 만들어져 있지만 그쪽으로도 길은 없다. 별립산을 찾는 산행객들이 항상 길을 잃는 곳이 바로 이 약수터다.

  별립산 정상으로 길을 잡기 위해선 약수터 오기 전에 나무 둥치에 붙여놓은 ‘서해유스호스텔 표지판’에서 왼쪽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숲길이 좁고 낙엽에 덮여 있어서 길이라고 생각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스호스텔 방향 표지판’은 찾기 쉬운데 방향을 지시하는 손가락 모양의 그림과 함께 ‘서해유스호스텔’이라고 씌어 있다. 따라서 약수터까지 진입했다면 다시 돌아나와 정상을 향한 등산로로 올라야 한다. 물론 약수터에서도 정상에 오르는 능선을 탈 수 있지만 마치 덤불처럼 빼곡한 잡목림을 30여분 거쳐야 한다.


  사실 길을 제대로 찾았다고 해도 대부분 산들에 설치된 정상부까지의 거리나 우회로 등을 알려주는 등산 안내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외길이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약수터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서서히 별립산 특유의 훌륭한 조망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오르다 보면 갑자기 발 아래 바둑판같이 드넓게 펼쳐진 평야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점면 망월리 벌판이다. 오른편으로 창후리 포구에는 드나드는 배들이 마치 몇점 낙엽처럼 점점이 떠있다.

  능선길에 오르면 서서히 별립산 정상부도 모습을 드러낸다. 비록 해발 400m가 채 안 되는 산이지만 봉우리 주변에 희끗희끗 암벽을 드러낸 산세가 제법 우람해 보인다. 숲길을 걷다보면 유난히 소나무가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초겨울인데도 멀리서 바라다보이는 별립산이 푸른 빛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소나무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다.

  정상을 향해 가는 길에는 몇 차례 로프가 설치된 구간도 모습을 드러낸다. 로프는 약간 미끄러운 흙길과 너덜바위 지대 등에 설치돼 있다. 평소에는 로프가 굳이 필요없어 보이는 구간이지만 비온 뒤 미끄럽거나 눈길이 얼어버리는 겨울철에는 로프가 요긴할 것으로 보인다.

 

  등산로에선 곳곳에 바다 쪽으로 툭 트인 구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건너 석모도와 교동도가 마치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다가온다. 마침 이날은 해무가 가득해 석모도의 상봉산(316m)이나 해명산(327m)이 뚜렷이 보일 정도로 선명한 시야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흐릿하게 젖어 보이는 섬들의 모습이 오히려 한폭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을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표지석도 따로 없다. 대신 바로 건너편 봉우리에 공군 ‘별립산 관제부대’가 보인다. 부대가 보이는 쪽으로는 절벽지대여서 아예 접근이 어려운 지경이다.


  정상부에서의 조망은 그저 감탄사를 연발케 할 정도로 호쾌하다. 석모도는 물론이고 왼쪽인 남동쪽으로는 퇴모산과 혈구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고려산까지 시야에 잡힌다. 북쪽으로는 황해 연백 일대의 북한땅이 아스라이 펼쳐지는데 날씨가 맑은 날은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하산은 오르던 길을 되짚어 내려와야 한다. 원점회귀 산행의 경우 그대로 서해유스호스텔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내려오는 길에는 ‘손가락 모양’만 그려놓은 표지판을 나무둥치에 매달아 놓아 하산길임을 알려줘 이채롭다.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면 창후리 마을로 바로 내려올 수도 있다. 나무둥치에 매달아 놓은 서해유스호스텔 안내판 중에 빨간 노끈과 노란 노끈으로 안내판을 매달아 놓은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서 왼편으로 길을 잡으면 창후리로 내려올 수 있다. 이 길로 접어들면 물이 마른 계곡을 지나는데 계곡을 지나 오른편 내리막길을 선택하면 된다. 마을을 지나면 도로와 만난다. 도로에는 ‘별립산장’이라고 쓰인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길 건너편에 ‘별립산 입구’ 정거장이 있다. 이 정거장에서 창후리포구까지는 걸어서 약 10여분. 등반객들은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강화읍으로 다시 나오기보다는 다시 포구로 걸어가 요즘 한창 제철인 숭어회로 요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등산코스


▲ 창후리포구 - 서해유스호스텔 입간판 - 약수터 - 정상 - 서해유스호스텔
▲ 별립산 버스정류장 - 계곡 - 정상 - 약수터 - 서해유스호스텔

대중교통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 공영버스터미널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야 한다. 강화읍에서 하차, 창후리행 버스로 갈아탄다. 지하철 5호선 송정역 1번 출구에도 강화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역시 강화읍에서 하차해 창후리행 버스로 갈아탄다.

     

<출처> 2009-12-11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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