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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고양시 고봉산 - 산밤, 단풍 등 늦가을 정취에 빠지다.

by 혜강(惠江) 2009. 11. 18.

고양시 고봉산

후두둑 산밤… 바스락 단풍… ‘가을의 뒷모습’을 만나다

 

이경택기자

 

 

 

▲ 장사바위. 고봉산에서 가장 높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인근의 성석동 등 고양시내 조망이 좋다.

 

 

  산 높이만 보자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에 자리잡은 ‘고봉산’은 제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 해발 높이가 208m에 불과하다. ‘동네 뒷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고봉산의 연혁과 산세 등을 보면 결코 ‘가벼운’ 산이 아니다. 고봉산은 한북정맥에 맥을 대고 있는 산이다. 한북정맥은 강원도와 함남도의 도계를 이루는 평강군의 추가령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남쪽으로 내려와 운악산, 도봉산, 북한산 등을 거쳐 일산의 고봉산과 파주 장명산에서 맥을 다한다.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고봉산은 한강 유역 일대를 두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군사, 교통, 전략상의 요충지다. 지금은 군사시설 때문에 접근이 안되지만 봉화를 올리던 봉수대도 아직 남아 있다. 고봉산 인근에 살던 백제의 한씨 미녀와 고구려 왕자의 사랑이야기가 ‘한씨 미녀전’이란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고도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얘기를 다 접어놓는다고 해도 고봉산은 한나절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산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적당한 오르막의 소로를 따라 2시간여 등산로를 따라 돌다보면 잠시나마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잊고 자연의 향기에 푹 취해볼 수 있다. 고양시 시민들은 물론 서울에서도 시산제 등을 위해 고봉산을 애용하는 것도 산행이 주는 즐거움이 여느 유명한 산 못지않기 때문이다.

고봉산 산행기점은 일산 시내에서 파주 봉일천 가는 98번 지방도로에 인접한 경기 일산동구 고봉동의 ‘고봉산주유소 삼거리’다. 산 반대편의 안곡초교 쪽에서 올라오는 코스도 있지만 원점회귀산행의 경우에는 고봉산주유소 삼거리쪽이 유리하다. 또 이곳 삼거리에서는 도로 건너편의 황룡산(135m) 종주도 연계할 수 있다. 황룡산도 정상에는 군부대 시설로 인해 접근할 수 없고 높지 않은 산이지만 능선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고봉산주유소 삼거리에 서면 왼편에 주유소와 ‘쌈밥집’, ‘고봉산 장어집’ 간판이 모습을 보인다. 고봉산 장어집은 주말이면 서울에서도 손님이 몰릴 정도로 유명하다. 등산로는 쌈밥집과 장어집 오른편으로 난 비좁은 포장도로에서 시작한다. 포장도로에 접어들면 오른편에 샛길이 보인다. 초입에 노란 제설함이 놓여 있고, 소로가 보이기 때문에 등산로라고 곧 짐작할 수 있다. 제법 가파르다. 소로에 접어들면 경사가 있는 돌계단길이 나타난다. 길은 곧 우거진 숲길로 이어지고 벤치가 설치된 쉼터와 정자가 산행객을 반긴다.

  길은 목조계단길로 이어진다. 길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특이한 것은 낙엽들이 활엽수의 잎들이 아니라 빛바랜 누런 솔잎들이다. 소나무가 유난히 많은 고봉산의 특징을 보여준다. 고봉산에는 소나무 외에도 느티나무, 참나무, 밤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어 늘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또 딱따구리 등의 보호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청설모도 많다. 오르는 중에 참호와 화장실처럼 보이는 하얀 가건물도 보인다. 가건물은 화장실이 아니라 예전에 창고로 쓰였던 곳이다.

  가건물을 지나면 오른편으로 인수봉 등 북한산의 자태가 위용을 드러낸다. 숲길이 고즈넉하다. 문득 최근 주말이면 인파가 붐비는 북한산과 대비된다. 숨을 고르고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곧 헬기장이 모습을 보인다. 헬기장에서는 고봉산 정상에 세워진 군사기지용 첨탑이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첨탑 아래로는 지나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듯 울긋불긋한 고봉산 자락의 ‘단풍바다’다.

  헬기장을 지나면 길이 곧 나뉘어진다. 정상 인근의 장사바위로 바로 치고 오르는 등산로와 영천사 방향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 갈림길에서 영천사를 택한다. 영천사는 1960년대에 세워진 작은 사찰이지만 대웅전과 삼성각을 갖추고 있고, 마당 한쪽에 약수터도 있어 제법 산사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영천사를 마주보고 서면 오른편에 비포장 찻길이 있다. 등산로로 이용하는 곳이며 ‘수연 약수터’로 가기 위해선 이 찻길로 들어서야 한다. 이 비포장 임도를 지나 시멘트도로에 오른 후 잠시 걷다보면 수연약수터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표지판 이전에 오른쪽으로 노란 제설함이 놓인 샛길이 있지만 그 길 바로 다음에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 영천사 가는 숲길.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져 늦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제설함이 있는 길로 가면 정상 인근의 장사바위에 바로 오를 수 있지만 한마디로 ‘산행 재미’는 맛볼 수 없다. 그러나 막 ‘산밤’이 나는 철이라면 한번 가볼 만한 길이다. 영근 햇밤이 산행객들의 머리 위에 툭툭 떨어지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약수터길은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수북한 낙엽길이고, 중간에 벤치도 놓여 있다.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왔다면 벤치에 앉아 정담을 나누고 싶은 장소다. 마침 이날 산행에 나선 주부 두 사람이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정겹기 그지없다.

  약수터 바로 곁에는 초록색 천막의 배드민턴장과 주자창이 있다. 주말에는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많이 찾지만 평일이어서 그런지 고즈넉하다. 이곳에서는 주차장 왼편에 있는 목조 계단길을 선택해야 한다.

  계단길에 오르면 곧이어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숲길이 시작된다. 10분여 숲길을 걷다보면 왼편에 장사바위로 바로 오르는 길이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호젓한 숲길을 계속 걷고 싶을 경우 오른편의 숲길로 직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곳에서 한 10분여 또 걷다보면 장사바위 오르는 길이 또 왼편에 나타난다.

  그러나 일산의 등산 동호인들 사이에 ‘환상의 길’로 불리는 길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정상 길을 버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난 길을 선택해야 한다. 길 중간에는 망부석이 세워진 묘지도 한두개 보이지만 걷다보면 추수를 안 끝낸 논도 보인다. 길은 이 논을 지나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가을 햇살과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져 빚어낸 아름다운 풍광의 숲길이 산행객을 반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사색의 숲길’ 정도가 적당할까.

  숲길은 완경사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급경사로 변한다. 정상인 장사바위에 오르는 코스다. 장사바위에는 너른 공터와 함께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다. 공터 한편의 장사바위에 오르면 고양시 성석동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비록 군부대 레이더 기지가 있어서 정상에 접근할 수는 없지만 장사바위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고봉산은 야트막하고 오르기도 쉽지만 코스를 선택하기에 따라서 한나절 숲길에서 심신을 가다듬으며 푹 쉬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일산의 등산 동호인들 사이에는 ‘북한산에 갈 시간이 안되면 고봉산에 간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코스
▲중산배수지∼헬기장∼영천사∼만경사∼수연약수터∼장사바위∼헬기장∼중산배수지(원점회귀산행)
▲중산배수지∼장사바위∼중산배수지∼황룡산∼중산배수지(종주산행)
▲안곡초교∼만경사∼수연약수터∼장사바위∼헬기장∼중산배수지

대중교통
▲ 서울에서 산행기점인 중산배수지까지 가기 위해선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이나 백석역에서 내려 파주 봉일천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백석역에서는 3번 버스가 중산배수지 앞을 지난다. 초행일 경우 운전기사에게 고봉산주유소 삼거리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 안곡초교를 산행기점으로 잡으면 정발산역에서 내려 90번이나 7727번 버스를 탄다. 안곡초교는 일산복음병원 맞은편에 있다.

 

 

<출처> 2009. 11. 13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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