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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멕시코, 쿠바

멕시코 여행, "같은 동포여서 잘 해드리는 겁니다.

by 혜강(惠江) 2009. 11. 9.

멕시코 여행

 

"같은 동포여서 잘 해드리는 겁니다"

 

멕시코 한인 여행사에 '불쾌'

 

 

 

▲ 소나로사 거리에 우뚝 솟아 있는 독립기념탑

 

 

  멕시코 시티에 도착하자마자 당한 소매치기의 충격으로 이틀을 호텔에서 꼼짝하지 않고 휴식만 취했다. 멕시칸들로 가득한 지하철 객차안에서 혼자인 이방인을 노리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한 마음에 당장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점심 식사를 하러 소나로사 거리로 났다. 불과 몇일 전까지만 해도 다른 중남미 국가 사람들에 비해 신사적으로 보이던 이곳 멕시코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도둑’처럼 느껴졌다. 사람 마음, 참으로 간사하다.

 

  머무는 호텔이 있는 소나로사는 영어로는 ‘핑크 존’(Pink Zone)이라는 의미다. 멕시코에서 제일 세련된 상업지구로 백화점, 명품점 및 레스토랑, 대형 오피스 빌딩, 호텔 등이 즐비하다. 이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 찌든 가난이나 슬럼화된 도시의 범죄로 상징되는 소칼로 구시가지는 완전히 다른 나라처럼 느껴진다. 

 

 

▲ 기념탑 앞 계단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과 영웅들의 상.

 

 

  숙소 앞 플로렌시아(Florencia) 거리를 따라가면 큰 대로인 레포르마(Paseo de la Reforma) 거리와 만나는 지점에서 독립 기념탑을 보게 된다. 멕시코 혁명이 한창이던 1910년에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탑의 대좌 부분에는 스페인 식민통치에 맞서 싸운 멕시코 독립 영웅들의 상이 있다.

 

  탑 내부에는 이달고 신부, 모렐로스 등 영웅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멕시코 시티를 대표하는 상징물인지라, 많은 젊은 남녀들이 이곳에서 만남을 약속하고 담소를 나눈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곳을 ‘앙헬(Angel)’이라고도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독립의 천사(Angel de la Independencia)’다.  

 

 

 

▲ 독특한 건축물이 많은 레포르마 거리.

 

 

▲ 거리에 놓인 벤치 하나에도 독특한 미의식이 담겼다. 마치 ‘이쪽으로 와 서 앉으세요’하는 듯하다.

 

 

  독립기념탑을 중심으로 레포르마 대로를 따라 걷다보면 거리에 즐비한 크고 작은 동상들, 조각, 회화 작품 들을 만나게 된다. 멕시코 사람들의 예술혼이 거리의 벤치 같은 일상품에도 깃들어 있다. 특히 개성이 독특한 주변의 대형 빌딩군과 잘 조화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울의 테헤란로와 성격이 유사하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정신은 이곳 멕시코 사람들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 배 모양으로 생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중앙분리대도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다음날인 월요일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을 통해 한국에서 송금받을 수 있는 업체를 소개 받았다. 소매치기를 당한 토요일에 당분간 몇일간 사용할 여비 정도는 송금을 받았지만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돈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대사관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대신 멕시코 시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대사관 직원은 “믿을 수 있는 업체이니 잘 처리해 주실 겁니다”라고 했다. 이름도 항공사의 이름과 비슷해 익숙했다.

 

  여행사를 찾아가니 “대사관 직원에게 얘기를 들었다”며 흔쾌히 한국에서 송금을 받을 수 있도로 협조해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수료였다. 한국에서 계좌 송금시에도 법정 최고 환율 이상으로 적용을 했을텐데 거기에다 수수료로 5% 이상을 요구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어느 정도 성의를 표시해야겠다고는 생각했지만, 과대한 수수료에 빈정이 상했다. 그럼에도 여행사에서는 “같은 동포니까 서비스로 잘해 드리는 거예요”라고 했다.

 

  싫다는 것을 억지로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대사관 직원이 대사관의 송금 프로그램 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추천해서 온 것뿐인데. 

 

 

 

<출처> 2009. 11. 1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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