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및 정보/- 멕시코, 쿠바

상그릴라 바라코아, 쿠바 같지 않은 느낌의 도시

by 혜강(惠江) 2009. 11. 9.

쿠바 상그릴라 바라코아

쿠바 같지 않은 느낌의 도시

 

 

지역간의 연락 및 배송 및 잡무도 책임지는 비아술 버스.

 

 

  산티아고에서 동쪽으로 비아술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리면 조용한 해변 도시 바라코아(Baracoa)가 나온다. 그런데 이 곳 쿠바의 장거리 버스인 비아술 버스의 특이한 점은, 버스 기사들이 중간 중간 자주 정차하여서 승객들은 버스 내부에 내버려 둔채 버스 운행과 상관없는 볼 일을 많이 본다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도로변에 있는 민가에 들려서 망고를 한 박스 산다든가...하여튼 주로 농산물을 사거나 물건을 픽업하는 등 여러 가지 개인적인 볼 일을 본다. 처음에는 언뜻 그러한 행동들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사회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서 타 도시로 여행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고 설사 여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쿠바 국내의 장거리 교통 수단이 아주 열악한 상황이어서 지역과 지역 또는 도시와 도시간을 두루 다니는 장거리 버스 기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이 떠난 버스는 중간의 몇 도시를 경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행도중 시골마을 일반 가정집 같은 곳에도 잠시 정차해서 바나나와 망고를 몇 박스씩이나 사는 것이다. 그 덕분에 필자도 같이 내려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열대 과일을 살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네 교통 수단에 비해 좋은말로 표현하면 아주 여유있고 인간미가 넘친다고 볼 수 있다.

 

  쿠바의 동쪽 끝에 있는 식민도시 바라코아는 대서양에 면해 있는 아름다운 해변과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쿠바의 상그릴라(Shangri-la)라고 불리우는 휴양도시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 만큼 점심때 즈음 도착한 비아술 터미널 문 앞에는 많은 민박집 주인들이 영업을 하기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해변가에 있는 가격 대비 적당한 숙소를 정해 자전거 택시를 타고 해변 도로를 달려서 오는데 말레꼰 옆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코끝으로 타고 들어오는데 기분이 아주 상쾌해지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니 쿠바 아바나를 떠나서 실로 오랜만에 바다를 보는 것 같다. 도착한 민박집은 사진에서 본 것처럼 2층 객실에서 바닷가가 직접 보이는 구조로 느낌이 좋았다. 물론 친절한 주인집까지...물론 그들의 식사를 팔려는 영업을 열심히 하는 것까지... 

 

 

 

▲ 바라코아의 대중교통 자전거 택시

 

 

  조그마한 시가지는 독립광장(Plaza Independencia)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성당 앞에 있는 독립광장에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서 그늘 벤치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과 생업에 열중인 자전거 택시 및 수레 등으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중심 거리인 호세마르띠(Jose Marti) 거리를 따라 조금 걸어가니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들어가 보니 초등학생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밴드를 이루어 ‘손’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가만 보니 학교의 특별활동으로 하는 것 같은데, 역시 음악의 나라 답게 이들의 전통 대중음악도 조기교육 시키고 있는 것 같다.

 

 

 

▲ 바라코아의 중심 독립광장.

 

 

▲ ‘손’을 연주하며 조기 교육 받는 초등학교 밴드

 

 

음악교습 표지판.

 

 

  다시 발길을 돌려서 높은 경사진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언덕위에 있는 엘 까스띠요(El Castillo)호텔이 나왔다. 이곳 바라코아에서 제일 큰 호텔이자 높은 언덕위에 있어서 바라코아 시내와 바닷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장소여서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마침 마음이 한가로운 대낮에 시가지와 해변을 바라보니 기분이 왠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 동안 사회주의 전형인 내륙 도시들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앞에 펼쳐지는 시원스런 전망에 눈녹듯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왠지 이곳은 쿠바가 아닌 듯한 느낌이다. 

 

 

 

언덕 위에 있는 고급스럽고 전망좋은 엘 까스띠요(El Castillo)호텔

 

 

  다음날 이곳 바라코아가 쿠바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모습을 또 하나 발견했다. 이제까지 쿠바 여행하면서 보지 못했던 쿠바 전형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 중의 하나는 성인들의 비만방지를 위한 사회 생활 체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숙소에서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10여분 걸어가면 모래 사장이 정갈해 보이는 비치와 그 앞에 덩그라니 서 있는 야구장이 보인다.

 

  느낌상으로는 베리본즈가 홈런을 치면 그 공이 바다로 빠진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T&T Park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장과 흡사한 느낌인 멋진 바닷가에 면한 구장인데, 구장 내부에서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바로 조금 풍채가 넉넉해 보이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비만방지 생활체육 프로그램 구성원들이었다.

 

  우렁찬 코치의 구령에 맞춰서 영차영차 무거운 원반을 돌려 나르고 윗몸 일으키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문뜩 과연 15년 전에 식량부족에 허덕이던 나라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은 식량 조달의 형편이 많이 좋아져서 오히려 이제는 비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한....

 

 

 

야구장으로 향하는 해변도로의 모습

 

 

우연히 방문한 쿠바 서민 가정

 

 

  쿠바의 ‘샹그릴라’로 불리는 휴양지인 이곳 바라코아도 저녁 식사를 마친 밤에는 이렇다 할 놀이문화 시설이 없다. 숙소에서 산책 겸 밤 바닷가로 나갔는데 마침 말레꼰 제방에 걸터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이웃집 주민인 듯 한 흑인 가족이 나를 반겨 맞이하며 맥주 한잔을 권한다. 그들은 이미 나를 아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기야 이곳 쿠바는 이방인인 우리 같은 관광객이 어느 민박집에 들어오면 그 소문이 금방 이웃 동네로 퍼져서.

 

  우리는 그들을 몰라도 그들은 이미 우리를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비밀이 없는 사회라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필자가 한국에서 온 것까지 훤히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 취기가 있어 보이는 마리아라는 여자가 반갑게 나를 맞이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도 한두 명 모여 들어서 ‘어디서 왔느냐?’ ‘여기는 며칠 머물 예정이냐?’ 등등을 물어본다. 우리네 인심 좋은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해진다.

 

  그 중 마리아라는 이웃집 여자는 올해 나이가 40살인데 자기 아들 나이가 25살 이라고 하며 필자는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통에 순간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지금 옆에 있는 아들을 15살에 출산하였다는 말인가? 대체로 중남미 지역에 사는 히스패닉 인종들이 조혼을 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하여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윽고 밤 늦게 까지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리아가 급기야는 즉석에서 해변가에 있는 자기 집에 초대를 하겠다는 바람에 몇 번 거절하다가 같이 따라 들어가 봤다. 소박한 집 내부에는 마리아의 어머니인 듯한 한 할머니가 손녀딸을 옆에 뉘이고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우리네 시골 할머니 모습 같이 친숙해 보였다. 덕분에 민박집이 아닌 쿠바 서민들의 가정을 직접 자세히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이웃집 주민인 마리아와 그의 아들.

 

 

▲ 하나둘 모여든 동네 주민들.

 

 

▲ 우연찮게 방문하게 된 쿠바 서민 가정 내부

 

 

▲ 바라코아 학생의 모습과 오전 시간의 한가로운 시가지 모습

 

 

<출처> 2009. 9. 21 / 조선닷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