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외부 건물 찍는 데도 돈 내라는 쿠바인의 생떼
- 아프로 쿠반 뮤직과 도미노 게임 -
▲ 몬까다 병영 외관의 모습, 혁명의 첫 총성이 울렸던 곳이다.
계절이 우기인 이곳은 하루에 한두번씩은 꼭 비가 내린다. 안그래도 무덥고 습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고 나면 더욱 불쾌지수가 높아 가는데, 거기다 아바나보다 더한 이곳 산티아고 시민들의 집적대는 행동은 더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숙소인 마르떼 광장에서 북동쪽으로 7블록 정도 올라가면 몬까다 병영(Cuartel Moncada)이 나온다. 1953년 7월 카스트로와 혁명군이 당시 정부군 병영이었던 이곳에 기습 공격을 하여 혁명의 도화선을 당기려 했던 곳이다. 당시에는 정부군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기습 공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후일 혁명 성공 후 이곳을 박물관과 학교로 지정하여 사용하고 있는 역사적인 장소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필자가 찾아간 오늘은 임시 휴관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관리인이 필자를 보고 그냥 외부 사진을 찍으라고 하며 촬영료로 3CUC 를 내라고 한다. 쿠바의 대도시를 가면 어디서나 늘 이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듣곤 하여서 몹시 기분이 불쾌해진다. 그냥 눈앞에 외부 박물관 같은 건물이 보이고 주변 그 어디에도 사진을 찍으면 촬영료를 내야 한다는 규정의 푯말도 없는데. 사실 쿠바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어린 아이들 억지와 비슷한 일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너무 잦다. 가난이 깊어지면 사람들의 양심과 자존심도 없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 몬까다 병영 건너편 광장에 있는 호세 마르띠와 아벨 산따마리아 부조상
▲ 산티아고 시내를 걸어가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혁명 간판
▲ 닭장같은 허름한 트럭버스에서 내리는 산티아고 시민들, 그런데 달리 다가 고장이 났나 보다.
▲ 낡은 교통수단인 말, 모터사이클,올드카 등
▲ 산티아고 시내를 거닐다 보면 길거리에서 서서 커리픞 마시는 이런 카페 테리아가 상당히 많다. 커피 1잔에 우리나라 돈으로 50원 정도.
다시 발길을 돌려 시내 센트로로 돌아와서 세스뻬데스 공원에서 에레디아 거리를 따라 2블록 올라가면 외관이 조금 허름한 건물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까르나발 박물관(Museo del Carnaval)이다. 18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에 1983년부터 카니발 관련 용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인데, 내부에 전시된 축제 의상이나 사진, 포스터 보다는 매일 오후 4시에 있는 아프리카 전통 댄스 공연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4시가 되어서 아프리카 전통 댄스 공연이 시작되는데 아쉽게도 방문한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애써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댄서들이 힘이 안 날 것 같아서 안쓰럽게 느껴진다.
아프리카 봉고를 치며 강한 비트의 음악 연주부터 시작해서 댄서들이 각각의 고유 축제 의상을 입고 등장하여 다양한 전통 댄스를 선보이는 등 축제 분위기를 이끌어내려는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듯 하다. 그런데 아직 공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춤을 추던 한 흑인이 자신의 순서가 끝나고 난 뒤 관객에게 다가와 팁 강요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곳에 올 정도의 관광객이라면 공연이 끝나고 난 뒤의 수고한 이들에 대한 팁을 주는 것 즈음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인데 뭐가 그리 급해서...
사실 까르나발 즉 카니발은 원래 사순절 1주일 전에 시작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 쿠바는 그러한 전통적인 방식을 답습하기 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일정과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 산티아고에서는 매년 7월에 1주일 동안 성대하게 열린다고 한다. 그러한 카니발에서 보여주는 춤 등의 안무를 간략하게 나마 지금 박물관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공산주의 사회 전형인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이곳 시내에는 상업적인 광고 간판도 가끔 볼 수 있다.
▲ 겉 보기에는 허름한 까르나발 박물관의 모습
▲ 격정적이고 정열적인 까르나발 댄스와 퍼포먼스
박물관을 나와서 다시 서남쪽으로 7블록 정도 언덕 위를 걸어 올라가면 루차 끌란데스띠나 박물관(Museo de la Lucha Clandestina)과 카스트로가 학생 시절 머물렀던 집이 나온다. 첫 번째 몬까다 병영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후 멕시코에서 망명중이던 카스트로는 체게바라를 만나서 혁명군이 타고 오는 그란마(Granma)호 동선을 은폐시키기 위해 당시 바티스타 정부의 경찰서였던 건물을 급습하여 혁명군의 기지로 사용했던 곳으로 지금은 혁명 기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내부의 전시물은 쿠바의 대부분의 혁명 관련 박물관과 비슷하게 별 특징은 없는 듯하다.
박물관을 나오면 바로 옆에 카스트로가 학생시절 머물렀던 집이 나온다. 의외로 절대 통치자가 살았던 집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규모도 작고, 현재 전시하고 있는 분위기 역시 너무 평범해 보여서 약간 의아한 느낌이 든다. 그 앞으로 오래전 역사적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동네 어린이들이 어울려서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는 골목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동네 한쪽 그늘 가에서 어른들이 모여서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니 도미노(domino)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곳 쿠바에서의 도미노 게임은 아주 인기 있는 게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쿠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도 보면 쿠바 국민들은 여가가 날 때 마다 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본 것 같다. 4명이 탁자에 둘러앉아서 게임에 열중인 동안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도미노처럼 모여 들어서 구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묘한 생각이 떠 오른다. 공산화 혁명에 성공한 카스트로와 그의 생가가 있는 곳에서의 도미노 게임 그리고 도미노 이론.
▲ 작고 소박한 카스트로가 학생시절 머물렀던 집
▲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
▲ 도비노게임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진짜 도미노처럼 한명두명 구경꾼이 모여든다
☞ 용어설명
※도미노 게임과 도미노 이론
일종의 주사위 놀이에서 왔다고 하는 도미노의 원래 뜻은 법의를 뜻하며, 17세기 중국에서 고안되어졌으며, 서양식 도미노는 18세기 중엽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부 28개가 1조(組)가 되는 게임 방법은 먼저 패를 뽑아 순위를 정하고, 다음 각자 7개씩 패를 나누어 가진다. 이어 맨 처음 사람이 자신의 패 중에서 1개를 테이블 위에 놓으면서 경기가 시작된다.
상대편은 그 숫자와 연결되는 자신의 패를 내놓으며 게임은 계속 이어지고 종횡 1자형 또는 T자형으로 나열시키다가, 갖고 있는 패를 먼저 모두 내놓는 사람을 도미노라 하며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 규칙과 유사하게, 도미노의 팻말이 연이어 넘어지듯이 어떤 지역이 공산화되면 차례로 인접지역으로 퍼져간다는 이론이 바로 도미노 이론이다.
<출처> 2009. 9. 18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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