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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신안군 증도, 시간도 잠시 쉬었다 가는 ‘느림’과 '여유'의 섬

by 혜강(惠江) 2009. 6. 22.

 

신안 증도

 

시간도 잠시 쉬었다 가는 ‘느림’과 '여유'의 섬

 

 

글·사진 남상학

 

 

 

 

 * 짱둥어다리 너머로 지는 증도의 낙조는 가히 환상적이다.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도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심해졌다. 빠름과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도시의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느림과 불편이 증도의 특징이라 했다. 그렇다. 증도는 도시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도시가 빠름이라면 증도는 느림이요, 도시가 양을 추구한다면 증도는 질을 존중한다. 도시가 현란한 문명을 과시한다면 증도는 자연 속에 겸손한 모습을 하고 있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느림의 섬' 


  천 개가 넘는 신안군 전체 섬 가운데 증도는 일곱 번째로 큰 섬이다. 무안 해제반도 끝자락인 신안 지도읍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증도에는 요즘 도시의 첨단 생활문화처럼 여겨지던 '슬로 바람'이 불고 있다. 증도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슬로시티(Slow Cityㆍ느림의 마을)’로 지정되었다.


  슬로시티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치따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으로, 인구 5만명 이하로 고유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자연친화적인 농법을 사용하며, 삶의 방식에 있어서도 ‘속도’가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곳이다. 치타슬로(Citta slow) 국제연맹에 의해 선정되는데, 아시아에서는 신안 증도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등 4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증도대교 앞에 세운 '슬로시티 증도 표지판'과 증도대교

 

 

국내 유수의 천일염 생산지 태평염전

 

 

  증도대교를 건너 증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염전’이다. 증도의 태평염전은 260ha, 우리나라에서 단일 규모로는 두 번째로 크며 한 해 1만6천 톤의 천일염을 생산한다. 처음 만나는 건물이 2007년 개관한 소금박물관(Salt Gallery,  061-...)이다. 태평염전에서 운영하는 소금박물관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갤러리의 느낌에 더 가깝다. 소금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관련 일화, 세계의 소금, 천일염 제조 과정 등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이곳은 예전의 소금창고를 개조한 곳으로, 박물관의 일부 벽면은 수묵화로 장식하여 독특함을 살렸다.

  증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소금 생산지다. 소금박물관 뒤로는 국내 유수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이 펼쳐져 있다. 국내 단일 염전으로는 두 번째로 큰 태평염전은 60만 평이나 되는 거대한 소금밭이다. 태평염전을 가로 지르는 3km의 비포장도로는 증도의 매력. 60여 채의 소금창고가 일렬로 늘어서 이국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한해 1만~1만 5천 톤을 생산하는 이 곳에는 오늘도 소금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있다. 흰눈이 소복소복 쌓이듯 염전 바닥에 가라앉은 소금은 증도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의 결정체인 것이다. 

 

  사실 천일염은 증도의 성격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느림’의 미학을 이 소금제조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다. 천일염은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이 안겨주는 대자연의 선물이다. 서두르고 다그친다고 해서 결코 얻어질 게 아니다.

 

  햇볕과 바람과 사람이 20일 동안 손을 보태 일궈낸 인고의 새하얀 결정체다. 이런 점에서 바닷물을 단시간에 짜내서 상품을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정제염과 다르다. 증도를 포함한 신안지역 일대는 많은 일조량 덕분에 전력 생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금박물관 바로 좌측에는 천일염가공공장이 있다. 이곳에선 함초소금, 해조소금, 자연소금, 다시마, 톤 엑기스를 이용하며 자염처럼 끓여낸다. 그 옆으로는 태양광발전소가 있어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증도에는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아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만드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규모 발전소지만, 300가구 정도가 사용 가능한 800kw까지 생산해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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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박물관 외관과 내부 전시물

 

* 늘어산 소금창고와 염전에서 땀 흘리며 작업하고 있는 염부들의 작업 광경

 

*태평염전 인근의 염생식물원 

 


갯벌 사이로 난 1.2㎞의 노두길과 화도 

 

 

  태평염전을 우측으로 끼고 달리다 보면 덕정삼거리. 여기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1.2㎞에 달하는 노두길이다.  이길은 화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로 높이는 갯벌에서 50c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노두길은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 위에 돌을 놓아 건너다니기 시작하여 지금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차량 통행도 가능하다.

 

  물론 밀물이 되어 물이 차면 몇 시간 섬에 갇혀버리는 일이 생기므로 물때를 잘 보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조금 때에는 물이 깊숙히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어느 때고 건널 수 있다. 길의 폭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인데 상대방에서 차가 오면 피할 수 있는 곳이 군데군데 있으니 염려할 것 없다.  마침 우리가 찾았을 때는 썰물로 바닷물이 멀리 달아난 때여서 노두길이 갯벌 위에 드러나 있었다. 

 차를 가지고 갔더라도 이 길은 한 번 걸어보라. 노두길 양쪽으로 햇빛이 반짝이는 갯벌에선 증도의  명물인 짱둥어가 손님을 맞으려는 듯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갯벌은 햇볕을 받으러 나온 각종 게들의 천국이 된다. 아무리 증도가 '느림의 미학' 으로 상징되는 섬이지만, 이곳 갯벌에서만큼은 원초적 생명력으로 활기가 가득 넘친다. 이런 노둣길로 걷는 기분이 어찌 황홀하지 않으랴?

 

   이 노두길을 따라 들어가 닿는 곳은 화도(花島). 섬 모양이 마치 꽃봉오리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가늘고 길죽하게 화도는 사방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섬이다. MBC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세트로 사용된 집들은 지금 민박집으로 손님을 받고 있다. 여기서 숙박을 한다면 드넓은 갯벌에서 게와 조개를 주으며 갯벌체험을 할 수 있고 해수욕도 가능하다.

 

* 증도는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  화도를 가리키는 노두길 입구의 간판(위)과 노두길(가운데), 노두길에서 찍은 드넓은 갯벌(아래)

 

* 노둣길 옆 갯벌에서 사는 게와 짱둥어

 

 

*드라마 촬영에 이용된 집은 현재 노인 내외가 살면서 민박을 운영한다.

 

 


증도의 명소, 광활한 우전 해수욕장

 


  화도에서 돌아 나와 좌회전하여 줄곧 달리면 우전해수욕장이 있는 우전마을이다. 우전마을 입구엔 체육 운동장, 분재공원 등이 있다. 그러나 이곳의 명소는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우전해수욕장. 섬 서쪽 해안에 자리한 우전해수욕장은 폭100m의 모래사장이 남북으로 약 4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다. 특히 이곳 해수욕장은 모래의 질이 매우 곱고 썰물 때면 개펄도 드러나 해수욕뿐만 아니라 개펄마사지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변이 우리나라 지도와 같은 리아시스식 해안으로 90여개의 무인도들이 점점이 떠있는 수평선이 매우 아름답다. 또한 맑은 물과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 때문에 시원스러운 여름날의 피서를 마음껏 맛 볼 수 있다. 우전해수욕장에는 25만평에 달하는 울창한 해송숲과 몽골텐트촌이 있고,  울창한 해송숲 사이로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한반도 숲’이라 명명된 산책로가 남북으로 펼쳐져 산책하기에 좋다.

 

 

* 우전해수욕장, 끝없이 펼쳐진 빈 파라솔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우전해수욕장을 끼고 해송숲에 조성된 산책길이 철학의 길로 명명되었다.


 

  오징어바위라는 이름의 넓적한 기암이 자리한 우전리 해변 남쪽 지대는 개펄 휴양타운으로 조성되었다. 이곳에는 섬에 어울리지 않게 호화로운 콘도형 리조트가 최근 들어섰다.

 

  우전해수욕장 남쪽 끝의 엘도라도리조트( 061-275-0300 )가 그것이다.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18동 102세대의 별장형 객실에선 서해안 일몰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해수사우나 야외노천탕 야외수영장도 갖춘 고급 휴양지다. 객실은 15평, 26평, 33평, 43평, 45평형이 있는데 만만찮은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  

 

  또 엘도라도 리조트 내에 위치한 갯벌생태 전시관은 60만평 갯벌과 4km의 우전해수욕장 일대에 조성된 갯벌휴양타운의 중심 메카시설이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갯벌생태전시관( 061-275-8400 )은 세미나실, 영상실, 전시실, 그리고 갯벌체험학습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갯벌의 생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각종 학술단체 및 기업 연수,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체험활동 코스로 향후 갯벌휴양타운내의 관광객을 위한 중심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리조트를 이용하는 고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 우전해수욕장 남쪽 해안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호화시설의 엘도라도리조트

 

* 갯벌생태 전시관

 

 

  우전해수욕장과 갯벌생태전시관을 지나면 오랜 세월 우전리를 지켜온 노거수(老巨樹) 한그루가  시선을 끈다. 오랫동안 우전마을 사람들의 '지킴이'이자 휴식처가 되어온 당나무다. 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어르신의 말로는 우전리마을의 당제는 지금도 그 명맥을 꾸준이 이어온다고 했다.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증도의 최남단에 닿는데 그곳에 왕바위가 있고, 목섬이 있다.   



 *우전리를 지켜온 노거수(당나무)는 어른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증도의 명물, 470m의 갯벌 위에 설치한 짱둥어다리

 

 

  우전해수욕장에서 나와 증동리로 가면 만날 수 있는‘갯벌도립공원’. 국네 최초로 지정된 갯벌도립공원이다. 사실 증도의 가장 큰 매력은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가 만들어낸 423만여m²의 게르마늄 함량이 풍부한 청정 갯벌이다. 이 갯벌을 가로질러 설치한 ‘짱뚱어다리’는 그 이색적인 이름 못지않게 증도의 명물이다. 나무와 철근을 이용, 길이 470m의 갯벌 위에 설치한 다리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선사한다. 

 

  썰물 때는 갯벌에서 뛰노는 짱둥어의 행진과 농게를 비롯한 각종 게를 볼 수 있다. 증도가 슬로모션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고 하지만, 갯벌에는 생명과 자연이 팔딱팔딱 살아 숨쉰다. 짱뚱어는 개펄지대에 서식하는 망둥어과의 물고기로 썰물 때면 공기 호흡을 하며 뻘을 산책하고 먹이를 먹다가 밀물 때면 굴을 파고 숨어드는 성질을 지녔다. 자산어보에는 ‘철목어’라고 기록되어 있다.

 

  광활한 개펄에서는 매년 머드축제가 열리는데, 오히려 보령머드축제보다도 더 일찍 시작했다고 한다. 또 물이 들어찬 만조 때 짱둥어다리에 서면 자신을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환상적인 일몰과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짱둥어디리 건너 우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공원에선 여름철엔 신안 게르마늄 개펄축제가 열린다.

 


 

* 증도의 명물 짱둥어다리는 470m의 갯벌 위에 설치되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드넓은 갯벌, 이 갯벌은 밀물이 되면 바다로 변한다. 

 

 

*짱둥어다리 위에서 눈으로 갯것(짱둥어, 칠게 등)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짱둥어다리 입구에 있는 순비기(Herb)전시관에서는 신안의 특산물인 말린 순비기나무와 함초소금 등을 판매한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순비기는 바닷물에 닿아도 죽지 않는 내염성이며, 내한성도 강하다.솔향기와도 같은 내음 때문에  허브식물로 권하기도 하는데 향을 맡다보면 머리가 시원해진다. 목욕탕에 놓아 향료로 쓰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두통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소금에 함초를 배합하여 만든 함초소금. 신안 갯벌에서 서식하는 함초는 인체에 유익한 칼륨, 칼슘 등 천연 미네랄 성분과 게르마늄, 셀레늄 등 기능성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해안과 서해안 간척지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인 함초는 퉁퉁하고 마디마다 튀어나온 풀이라 하여 ‘퉁퉁마디’ 몹시 희귀하고 신령스러운 풀이라 하여 ‘신초(神草)’라고 불리며 예로부터 민간요법에 많이 사용돼 왔다. 문헌상 변비, 비만, 당뇨, 혈압, 피부질환, 위장, 신장질환 예방, 항암, 피부노화 방지 등 갖가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짱둥어다리 입구에 있는 순비기전시관- 순비기나무와 열매, 함초소금과 해초소금 등 특산품을 판매한다. 아래 사진은 순비기나무를 말린 것)

 

 

섬마을 '믿음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비 

 

 

  짱둥어다리로 진입하는 동쪽 입구에서 북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길옆에 섬마을 '믿음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기념비와 무덤이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다. 그녀는 1891년 신안군 암태도에서 태어나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증도로 시집간다. 그러나 신랑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신혼 첫날 소박을 맞은 그녀는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생과부로 살아간다.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던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와 만난 전도부인의 복음이었다.

 

  예수를 믿게 된 그녀는 목포 북교동교회를 찾아가 당시 유명한 부흥사였던 이성봉 목사를 만났고, 그의 설교에 감화되어 경성성서학원에 입학하고 전도인이 된다.  방학마다 고향을 찾아온 문 전도사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도했고, 증도를 비롯하여 신안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섬들을 나룻배를 타고 돌아다니며 죽음 두려워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다.

 

  임자도 진리교회를 시작으로 증동리교회, 대초리교회 등 수많은 교회들이 그의 발자취를 통해 일어났으며, 한국대학생선교회 명예총재 김준곤 목사, 한기총 증경회장을 지낸 이만신 목사 등 수많은 한국교회지도자들이 그녀를 통해 참된 신앙을 배웠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신안 섬마을에까지 공산군이 밀려들었지만 문 전도사의 열정은 그칠 줄 몰랐다. 결국 그해 10월 5일 마지막 순간까지 교회와 성도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그녀는 증동리 앞바다에서 순교의 제물이 된다. 그녀는 성결교회 여성사역자로는 첫 순교자다. 인근에 곧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그녀는 그녀의 눈물겨운 헌신으로 신안군의 복음화율은 35%에 이른다. 그 중에서 증도의 복음화율은 가히 경이적이다. 마을 사람 거의 대부분이 크리스천으로 주민 2,200여 명인 작은 섬 증도에는 복음화율 90%로 사찰이나 성당은 없고 개신교 교회만 11개가 세워져 있다. 그래서 증도는 ‘천국의 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속신앙이 어느 지역보다 강한 섬 지역이 이처럼 복음의 땅으로 변모한 것은 한 여전도사의 수십 년에 걸친 헌신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믿음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기념비와 무덤 

 

 


신안해저유물인양비와 전시관, 그리고 낙조대

 

 

   여기서 바다를 끼고 증도의 북서쪽 끄트머리에는 낙조전망대와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가 서있다. 이곳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낙조대는 한반도 서단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또 이곳  방축리에서 서북 방향으로 2.75km 떨어진 증도 앞바다 해저에서 1975년 한 어부의 고기잡이 그물에 도자기가 걸려나와 알려지면서 그곳에 묻혀있던 송, 원대의 유물(청자, 배의 파편, 동전, 바둑판 등) 수 만 점의 유물이 인양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유물 발견 해역이 잘 보이는 해안가에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을 세웠다.  그리고 해안가 언덕 위에 배 모양의 전시관을 꾸몄다. 이 전시관은 낙조전망대 아래에서 연결된 다리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 해저유물발굴기념비- 송. 원대의 유물이 가까운 해역에서 다량 인양되었다.

 

* 해저유물전시관은 건너편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다리로 건너가야 한다.

 

 

*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낙조대

 

 

  주변에는 전통적인 어로 방식인 만들독살의 원형이 남아 있다. 이곳은 예부터 여러 가지 고기가 잘 잡힌다고 하여 ‘가득찰 만(滿) 자’를 써서 ‘만들’이라는 이름이 전해지는 곳인데, 바다에 돌로 담을 쌓아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축제 때는 체험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은 갯바위가 발달되어 있어 갯바위 낙시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전통적인 어로 방식인 독살을 설치하기에 적합한 해안 지형

 

 

'모실길', 느리게 걷기

 

 

  국내 대표적 슬로시티 증도는 갯벌, 해수욕장, 염전, 걷기길, 자전거길 등이 있어 목가적 여정을 꾸리기에 적당하다. 증도에는 전체 42.7km 거리로 천년의 숲길(4.6km), 갯벌공원길(10.3km), 천일염길(10.8km),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10km), 보물선·순교자 발자취길(7km)의 모두 5개 코스로 구분되어 있다. 각 코스는 해당 지역이 지닌 특징을 이름으로 표현했다. 천전히 길을 걸으며 각 코스의 주제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방축리에서 나와 마지막 코스로 증도의 행정기관(면사무소, 파출소, 보건소, 우체국 등)과 학교, 하나로 마트가 있는 중심마을을 찾았다. 간혹 새로 지은 건물도 있지만,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대부분의 주택들은 60~70년대의 시골 풍경을 연상케 했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나오는  미용실, 영신이 선을 본 양지다방, 여인숙 등 드라마 속 장면을 연출한 장소가 많이 있어 섬 전체가 드라마 세트장 같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골목길이며, 제비들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양철집 처마는 1960대나 시간이 정지돼 있다고 할까, 아니면 슬로모션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고 할까? 늦은 점심을 위해 한 식당을 찾아 들었지만, 식당주인은 주문한 사람의 사정은 아랑곳 없이 전혀 급할 게 없어 보인다.  

 


마무리하며 


  드넓은 소금밭과 광활한 바다, 긴긴 해안 모래벌판과 갯벌을 빼면 증도는 얼핏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섬처럼 느껴진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암괴석의 절경이 있는 것도 아니요, 수백 년 역사의 고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름 모를 들꽃처럼 지극히 평범하여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정도다. 그러나 증도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슬로시티(Citta Slow)로 지정될 만큼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증도가 가진 이런 조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증도 안에서는 슬로시티에 맞게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고 하면서도, 연육교가 놓여 많은 차량들이 몰려들고, 관광객이 물밀 듯 밀려온 뒤부터 천혜의 생태와 깨끗한 환경이 파괴되고 오염되고 개탄한다.  증도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70넘은 노인이 힘 주어 한 말이 귓전을 맴돈다.

   ‘증도는 이제 버려버렸어라!’  


 

가는 길=서울에서 꼬박 5시간을 운전해야 전남 신안군 증도에 닿는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무안IC에서 빠진다. 무안군 해제면과 신안군 지도읍 사이의 방조제 위로 난 도로를 건넌 뒤 다시 지도읍과 솔섬 사이의 방조제길, 솔섬(송도)과 사옥도를 이어주는 지도대교를 건넌 다음 마지막으로 사옥도에서 증도로 건너가는 증도대교를 통과해야 한다.

 

◆묵을 곳=증도 우전리에 엘도라도리조트(02-3288-6000)가 있다. 이 밖에도 펜션, 한옥민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고, 우전해수욕장 인근 솔숲에서 캠핑도 가능하다. 자세한 것은 증도닷컴(www.jeung-do.com)을 참고하면 된다.

 

◆먹을 것=여름철에는 병어가 증도의 별미로 통한다. 증도 입구라 할 수 있는 신안군 지도읍 송도수협공판장에서 병어를 구입하면 회로 떠주고, 야채와 초장 값을 내면 항구 파라솔에서 먹을 수 있다. 증도농협 옆 안성식당(061-271-7998)의 짱뚱어탕과 낙지볶음이 유명하다. 고향식당(061-271-7533)의 병어회와 병어찜도 맛있다. 우전리 바닷가 '왕바위 갯벌 조개마당(061-275-8903)'도 맛집으로 통한다. 남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젓갈, 밑반찬, 싱싱한 제철 해물을 맛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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