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해맞이' 올해는 어디서?
박종현 기자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고, 우물쭈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놀이공원에서만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는 어딘지 허전할 수도 있다. 해넘이와 해맞이를 다녀와야 1년을 제대로 마무리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지는 해를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뜨는 해를 보며 희망에 부풀다 보면 한겨울의 추위는 느낄 수도 없다. 충남 당진군 왜목마을 인근에 사위를 붉은 빛으로 물들인 해가 걸려 있다.
내수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행사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연말연시 알뜰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겨울 여행 추천 e-메일 보내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노트북 등 경품이 쏠쏠하다. 수도권 주민으로서 해넘이와 해맞이 지방여행이 힘들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하루 혹은 1박2일 걸리는 곳을 일정으로 잡는 것도 대안이다. 연말에 찾을 만한 곳을 추려 보았다.
기름띠 걷힌 서해, 2년만에 해넘이로 분주
1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전국 각지에서 해넘이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지만, ‘붉은 노을’은 아무래도 서해안 지역이 인기다. 해가 수평선에 걸칠 즈음 탄생하는 ‘오메가’ 장면은 서해안에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저무는 해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다. 해가 서해안을 물들일 즈음 갈대밭에서 날아온 청둥오리 등 철새 떼가 바다 위를 무리지어 선회하는 장면은 가슴을 트이게 한다. 지난해 원유 유출 파문 때문에 충청 지역 서해안 일대에서 해넘이 축제를 열지 못해 올해 열리는 행사는 2년 만에 열리는 셈이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taean.go.kr)의 노을은 압권이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매, 할아비 바위 뒤로 지는 해를 보러 해마다 수만명의 주민이 몰려든다. 올해 마지막 날에 마련되는 ‘저녁놀 축제’에서는 연날리기와 음악회, 불꽃놀이 등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seocheon.go.kr)와 당진군 석문면 왜목마을(www.waemok.org)도 해넘이 감격을 위해 수도권 등에서 온 외지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마량포는 해넘이는 물론 해돋이도 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말이면 이곳을 찾는 회사원 한성현(38)씨는 마량포구를 일컬어 ‘서해에서 해가 뜨는 경이를 체험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에서는 풍물놀이와 해넘이, 달집 태우기, 관광객 노래자랑이 펼쳐진다. 희망가요제로 관광객의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되는 왜목마을도 수산물 축제, 불꽃놀이, 희망풍선 날리기 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서해안과 남해안이 만나는 목포(tour.mokpo.go.kr)에서도 선상 해넘이 축제가 펼쳐진다. ‘거리에서 문화를 꿈꾼다’는 주제로 목포 로데오 광장에서 송년 축제가 펼쳐진다. 퍼레이드와 패션쇼, 희망의 촛불행진이 이어진다. 남해안 부산(festival.busan.kr)의 다대포해수욕장, 용두산공원, 해운대해수욕장에서도 한 해를 넘기는 아쉬움을 달랜다. 연날리기 체험과 소망기원문 쓰기, 소망엽서 보내기가 마련된다.
불쑥 찾아드는 순간의 감동, 해돋이는 역시 동해
◇새로운 한 해를 꿈꾸게 하는 강원도 강릉 정동진의 해돋이 장면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북녘 땅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것이기에 느낌이 남다르다. 한 해를 지탱할 해돋이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최전방의 긴장감마저 사그라질지 모를 일이다. 여느 날과 달리 이날 하루는 새벽부터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북쪽의 금강산과 해금강이 작은 점처럼 펼쳐지면 분위기에 취한 이들이 함성을 실어보낸다. 상처 난 통일의 염원이 휴전선을 넘나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인류가 지구 위에서 배회하기 훨씬 이전부터 바위와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형성된 백사장 위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기분도 남다르다. 좌우의 경치가 아름다운 7번 국도 주변의 동해안은 여전히 최고의 해돋이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와 정동진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낭만을 한없이 선사한다. 울창한 소나무와 청정한 바다를 비추며 연출되는 풍광에 취하다 보면 앞으로 1년이 아름다워 보이리라.
서울 인근 지역에서 하루를 지내며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경기도를 북부와 서부, 남부로 나눠 선택해 볼 수 있다.
북부에서는 얼음 썰매와 등산할 수 있는 산정호수(sanjunghosu.net)가 훌륭한 선택지다. 산정 호수 주변을 산책하거나 인근 명성산에 오르며 추위를 이겨볼 수 있다. 이들 일정이 끝나면 조각 공원을 관람하고 호수 주변 한화 리조트에서 밤을 보낼 수 있다.
경기 남부에서는 19일 개장하는 곤지암 리조트가 떠오른다. 하루 70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리프트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인 게 마음에 든다.
시간이 없지만 겨울 바다에 가고 싶다면 인천의 영종도 주변 관광지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월미도와 송도 유원지를 둘러보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 한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명소에서 지나친 호사를 즐기는 것은 신의 뜻에 어긋날 터이다. 허나 아침에 떠서 질 때까지 한 번도 같은 모습이 아닌 해를 보면서 변화와 희망을 담금질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이리라.
<출처> 2008 12 18 / 세계일보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여행 종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볼만한 휴양림 4곳, 5월의 숲은 휴식이다 (0) | 2009.05.06 |
---|---|
전통마을- 외암 민속마을, 고령 개실마을, 해남 녹우당, 밀양 밀성 손씨 종가 (0) | 2009.03.05 |
수도권 일대 ‘온천 여행’, ‘따뜻한 유혹’ 에 한번 빠져볼까 (0) | 2008.11.28 |
가을을 밟아보자 - 운치있는 낙엽 숲길 3선 (0) | 2008.11.15 |
겨울손님 철새 탐방, 다시 한반도 찾은 철새들의 군무 (0) | 2008.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