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서울 전망대’
김기범 기자
* 서울 도봉구 도봉산의 자운봉이 신록을 과시하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도봉구청 제공>
북한산국립공원 내 동북쪽에 있는 도봉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 바위산이다.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이나 국철 망월사역에서 가까워 서울 시민과 경기도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쉽지 않은 등산길이 많아 등산 마니아들게도 인기다. 1973년 도봉구가 성북구에서 분리될 당시 도봉산의 이름을 따서 도봉구라 했을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도봉구와 경기 양주·의정부시에 걸쳐 있다.
최고봉인 739.5m의 자운봉을 비롯해 만장봉·선인봉·주봉·오봉·우이암 등 암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선인봉을 오르는 암벽 등반코스만 37개나 개척돼 있다. 이 봉우리들 사이로는 도봉계곡·송추계곡·오봉계곡·용어천계곡 등 수십개의 맑고 아름다운 계곡이 형성돼 있다.
세종 때의 문장가이며, 한성부 판윤(지금의 서울특별시장)을 두 번이나 지낸 서거정(徐巨正)은 만장봉 아래에서 도봉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이렇게 읊었다고 한다.
높은 다락에서 술잔 들고 한 번 웃어 보는데
수많은 푸른 봉우리 뾰족뾰족 무더기를 이루었고
십 년 세월 하는 일 없이 귀거래시만 지었는데
백발이 다정하여 자꾸만 재촉하누나.
도봉산에는 천축사·망월사·회룡사·쌍룡사 등 유명한 사찰도 많이 들어서 있다. 만장봉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천축사는 깎아지른 듯한 만장봉과 선인봉을 배경삼아 소나무·단풍나무·유목 등이 울창할 뿐 아니라 조용하고 경관이 뛰어나 참선도량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39년 해호화상(海浩和尙)이 신라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창건한 망월사 이름은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어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 망월사 영산전 *
* 도봉산 계곡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도봉구청 제공>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 도봉산에는 우리나라 중북부 지방에서 주로 자생했으나 현재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소수만 남아있는 산개나리가 자라고 있다. 도봉구청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인 산개나리는 현재 북한산국립공원의 깃대종(환경보전 정도를 나타내거나 한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 동식물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북한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도봉산 지역에만 일부 자생하고 있다. 이밖에도 털중나리·까치수염·노루귀·돌양지꽃 등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조류로는 북한산국립공원 깃대종의 하나인 오색딱따구리와 어치·박새 등이 서식하고 있고 너구리·족제비·청설모 등도 살고 있다.
도봉산 자락의 방학동 골짜기에는 조선 제10대 임금인 연산군의 묘역이 있다. 연산군묘는 중종반정으로 왕위를 박탈당했기에 능이 아니라 묘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연산군은 1506년 유배지 강화도 교동에서 죽었고, 사후 7년 뒤 시신이 방학동으로 이장됐다.
연산군 묘역 앞에는 수령이 870년으로 추정되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 1호인 은행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높이 25m, 둘레 10.7m에 달하는 이 은행나무를 살리기 위해 도봉구청은 최근 주변 민가의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했다.
이밖의 명소로는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으면서 매년 향제가 열리는 도봉서원과 2002년 개장한 방학천변의 발바닥공원 등이 꼽힌다.
등반코스 다양하고 무난…자운봉은 장비·기술 필요
도봉산을 즐겨찾는 이들은 “등산코스가 다양해 매주 찾아도 지루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등산 마니아뿐 아니라 많은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찾는 도봉산에 오르는 추천 코스로는 우이암 코스, 신선대 코스, 자운봉 코스 등이 꼽힌다.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오르는 코스는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도봉서원과 도봉대피소, 만월암, 포대정상을 거치는 3.2㎞ 거리로, 1시간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자운봉은 높은 봉우리에 붉은 빛의 아름다운 구름이 걸린다는 의미로, 자운(慈雲)은 불가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뜻한다. 자운봉은 전문 등산장비와 암벽등반 기술이 없으면 오를 수 없다.
도봉역에서 출발해 무수골통제소, 원통사를 거쳐 우이암에 이르는 2.1㎞의 우이암 코스는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부담이 없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도봉서원과 보문능선을 거쳐 우이암에 이르는 도봉탐방지원센터 우이암 코스(2.6㎞)는 1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소의 두 귀를 닮은 형상이라고 하여 우이암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우이동도 우이암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됐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신선대 코스는 도봉서원과 천축사, 마당바위를 거쳐 신선대까지 이어진다. 3㎞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주말이면 인파가 넘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상인 신선대 근처는 급경사의 암릉으로 이뤄져 있다. 최고봉인 자운봉이 암벽타기를 하지 않으면 오를 수 없어 신선대는 도보 산행객들이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우이암통제소, 원도봉통제소, 망월사통제소에서 신선대로 오르는 코스들과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주봉, 오봉으로 오르는 코스들도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출처> 2008. 8. 15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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