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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북도

단양 ‘야경팔경’ 속으로의 신선 여행

by 혜강(惠江) 2008. 8. 14.

충북 단양


단양  ‘야경팔경’ 속으로의 신선 여행

 

- 어둠이 빚은 화폭에 빛으로 그린 산수화 -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 짙은 어둠 속에서 도담삼봉이 새로 설치된 경관조명을 받아 하얗게 떠올랐다. 조명을 받은 도담삼봉이 이렇듯 아름다운 것은, 밝은 빛보다는 주위를 다 지워버리는 어둠 덕이 더 큰 듯하다.

 

 

불을 켜자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던 도담삼봉이 환하게 빛을 받아 떠올랐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던 여름 해가 서쪽 산을 넘어가고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을 무렵이었습니다. 남한강의 부드러운 물살에 유유하게 떠 있는 도담삼봉 3개의 봉우리와 중앙봉에 세워진 수각(水閣)이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습니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습니다.

지난 8일 충북 단양의 이른바 ‘단양팔경’의 첫머리로 꼽히는 도담삼봉에 처음으로 야간조명이 켜졌습니다. 단양시가 야경관광을 위해서 19억원을 들여 주요 관광지와 교량에 경관조명 시설을 마치고, 화룡점정을 찍듯 마지막으로 도담삼봉에 야간조명을 설치해 첫 시험가동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그윽한 산수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도담삼봉을 비추는 조명은 수수한 단색이었습니다. 지나치게 밝은 것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화려하게 색색의 불빛으로 화장한 야단스러운 조명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도담삼봉에 확성기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해놓은 야외 분수노래방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단양시의 무신경함에 미뤄보면 이 정도만 해도 참 다행이지 싶었습니다.

새로 경관조명을 켜놓은 단양의 양백폭포며 상진대교, 그리고 좀 낫긴 하지만 고수대교 등도 울긋불긋 야단스러운 조명으로 치장했지만, 도담삼봉만큼은 아무런 색깔도 없이 얌전한 불빛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밤늦도록 분수노래방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행락객들의 트로트 노랫가락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것이 못내 거슬리긴 했지만요.

사실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것은 빛보다는 어둠이었습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조명을 비춘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은, 어둠이 주위를 다 빨아들여서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란 뜻이지요.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우면서 강변 너머 저쪽의 아파트도, 양철지붕의 집들도, 오가는 차량들도 모두 어둠의 지우개로 쓱쓱 다 지워져버렸습니다. 사위가 짙은 어둠으로 다 덮여갈 때, 도담삼봉이 오롯이 빛을 받아 떠오르는 모습은 마치 ‘빛이 그려낸 그림’과도 같았습니다. 은은히 빛으로 떠오르는 도담삼봉에서 이따금 찾아와 풍월을 읊었다는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걸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소백산 자락을 끼고 있는 충북 단양은 참 볼 것이 많습니다. 볼거리로만 따지자면 ‘백화점 관광지’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익히 알려진 단양팔경은 말할 것도 없고 북벽, 칠성암, 구봉팔문, 온달산성 등 단양 제2 팔경도 있습니다. 여기다가 소백산 계곡에서 흘러드는 맑은 물은 선암·사동·다리안·남천계곡을 빚어냈습니다. 온달동굴, 고수동굴, 노동동굴, 천동동굴 등 천연동굴들도 있습니다. 한 번의 여정으로는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입추에 말복까지 다 지났건만, 아직도 이글거리는 폭염의 위세가 가시지 않은 날들입니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한여름의 고비가 넘어가는 때 단양에서의 밤나들이는 어떠신지요. 남한강변을 휙 스치고 지나는 밤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둘러보다 보면,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로 단양이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한강·소백산·해바라기밭… 푸른 수채화   

 

 

▲ 차로 양백산 정상에 올라 한창 공사 중인 전망대에서 단양시내를 내려다본 모습. 남한강의 물굽이가 단양읍을 휘감고 돌아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첩첩이 이어진 산들이 아득하다.

 

 

▲ 단양팔경의 하나인 사인암 아래서 물놀이를 하는 피서객들. 옛 선비들이 풍류를 읊던 절경 아래서 물놀이를 하는 맛이 각별하다.

 

▲ 온달관광지에서 산길을 따라 900m쯤 오르면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산 정상에 부드럽게 굽은 성벽을 가진 온달산성이 있다.

 

 


# 단양의 밤풍경을 따라 빛의 유람을 떠난다


  단양은 곳곳에 여행 명소가 많다. 사인암이니, 옥순봉이니, 구담봉이니 하는 ‘단양팔경’이야 말할 것도 없고 온달동굴, 고수동굴, 천동동굴 등 동굴도 많다. 여기에다가 온달관광지며 천동관광지, 다리안관광지 등 개발형 관광지들도 있다. 선암, 천동, 새밭, 남천, 사동 등 소백산 자락의 즐비한 계곡은 또 어떤가.

그럼에도 단양의 여행지들은 다소 ‘낡은 느낌’이다. 아마도 일찌감치 관광자원들이 개발돼온 탓이리라. 그래서일까. 단양군은 북벽과 구봉팔문 등을 묶어 이른바 ‘신 단양팔경’을 내세우기도 했다. 새로운 명소를 발굴하기 위한 노고에 시비를 걸 일은 아니겠지만, 번호를 매기듯 경관 좋은 몇 곳을 묶어 ‘신 단양팔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 싶다.

그런 단양이 이번에는 명소마다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야경관광을 모색하기 위해 나섰다. 관광지에 경관조명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경주. 안압지며 첨성대, 대릉원 등 신라시대의 유적마다 은은하게 켜진 조명은 마치 고대도시가 떠오르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이렇듯 경주 야경의 특징이 은은함이라면, 단양 야경의 특징은 화려함이다.

단양시는 양백폭포에 오색 불빛을 비추고, 가로등과 고수대교, 상진대교에 색깔의 빛을 넣었다. 지나치게 화려한 색깔로 다소 과장스럽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한여름 밤의 정취를 제법 살려주고, 무채색의 단양 밤풍경도 풍성하게 해준다.

단양의 야경을 가장 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은 단양팔경의 하이라이트 격인 도담삼봉이다. 최근 새로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오는 9월부터 불을 밝힐 예정인데, 이에 앞서 시험점등을 하고 있다. 도담삼봉의 경관조명은 정면과 측면에서 동시에 강하게 비추는데, 오히려 늦은 밤 측광만 켤 때가 더 운치있다. 부드러운 빛을 받아 하얗게 떠오르는 도담삼봉과 장군봉에 세워진 수각의 정취는 그만이다.

단양에서 야경을 즐기려면 따로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어둠에 묻힌 도시에서 화려한 경관조명은 금세 눈에 띈다. 고수대교며 상진대교, 양백폭포와 도심을 치장하는 경관 가로등까지 환하게 불을 밝힌 곳을 찾아 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하면 된다.

 

# 높이가 주는 감동… 양백산전망대, 온달산성

남한강의 물굽이는 단양을 끼고 한껏 휘어져 돌아간다. 이런 단양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 건너편 양백산이다. 양백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당초 행글라이더 활공장이었던 곳인데, 탁 트인 뛰어난 전망 덕에 아예 전망대가 돼 버렸다. 이즈음 기존의 낡은 전망대를 헐어내고 투명한 유리로 원통형의 몸체에 구형의 돔을 얹은 전망대가 한창 공사 중이다. 구형의 유리돔이 다 지어지면 이곳에 조명을 비춰 달을 형상화할 예정이란다.

전망대에 오르면 단양시내의 전경과 단양을 U자로 감고 흘러가는 남한강의 물굽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뒤쪽으로는 소백산 자락의 웅장한 산세가 마치 병풍을 친 듯 펼쳐진다. 정상에는 수령 300년쯤 되는 소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저 아래 단양을 내려다보며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노송의 품위 있는 모습에서 장엄한 기운이 풍겨나온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시멘트포장은 돼 있지만, 좁고 경사가 가파른데다 거리도 3.4㎞에 달해 서툰 운전자들이라면 아예 오르지 않는 편이 낫다. 군데군데 교행할 수 있는 구간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외길이라 노련한 운전자들이라도 마주오는 차들을 살피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망대에서는 어느때나 파노라마같이 펼쳐지는 전경을 만날 수 있지만, 계절에 따라, 또 시간에 따라 일출이며 물안개, 일몰, 야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나 날씨를 살펴 올라갈 시간을 가늠해 오르는 것이 좋다.

단양에서 높이의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다른 곳으로는 온달산성을 꼽을 수 있다. 평강공주와 결혼해 고구려 평원왕의 부마가 되는 ‘바보 온달’ 설화가 깃든 온달산성은 삼국시대때 축조된 성. 납작한 돌을 켜켜이 쌓아올려 매끈한 둥근 성곽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부드럽게 휘어진 성벽 위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태백에서 발원해 굽이굽이 흘러내려오는 남한강이 보인다.

까마득히 건너다 보이는 고개를 보고 그 너머의 땅들을 가늠해본다. 저 고개를 넘으면 강원 영월이겠고, 더 깊이 들면 평창과 정선까지 이르리라.

# 어찌 이렇듯 물색이 맑을까… 새밭계곡

소백산의 서북쪽 자락을 끼고 있는 단양은 소백준령이 흘려보내는 맑은 물로 가득하다. 계곡을 끼고 있는 다리안관광지나 천동관광지는 알려질대로 알려진 곳. 휴가철이나 주말이면 행락객이 몰고온 차들로 길이 막혀버릴 정도다. 그러나 단양에는 이곳 말고도 곳곳에 물놀이를 할 곳이 즐비하다.

특히 가곡면 어의곡리 일원의 새밭계곡은 맑고 차가운 물이 흘러내리는 청정지역이다. 물이 수정처럼 맑아서 자갈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다. 1급수의 계곡물에는 산천어와 무지개송어가 산다. 길을 따라 이어진 계곡 어느 곳에서나 물놀이를 할 수 있지만, 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200m 남짓 이어진 상류가 명당 중의 명당이다. 마을 위쪽으로도 계곡은 계속 이어지지만, 위쪽 계곡물은 주민들의 상수원이어서 피서객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마을 인근에는 민박집들도 있지만, 새밭계곡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계곡 옆에 딱 붙여 조성된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 계곡 깊숙한 곳이라 한낮에도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다른 행락지와는 달리 바가지요금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하루 텐트 이용료 8000원만 내면 인원수에 관계없이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고, 샤워나 화장실 사용 등도 모두 공짜다. 마을 주민들이 캠핑장 관리에 발벗고 나서, 화장실이나 식수대 등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옛 선비들이 노닐던 단양팔경에서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이어진 선암계곡도 좋고, 사인암 아래에서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칼로 베어낸 듯 깎아지른 사인암 바로 아래에서 물장구를 치는 맛은 각별하다.

사인암에 고려말 학자 우탁이 새겨 놓은 글을 보자. “특출하여 뭇사람과 다르고/ 확고하여 꿈쩍도 않는다./ 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과 멀리했어도 근심하지 않는다.” 물에 들지 않더라도, 풍류가 넘치는 이곳에서는 옛 선비처럼 부채바람 하나로도 능히 더위를 쫓을 수 있을 듯하다.

 

 

# 시드는 꽃잎, 가는 여름… 느티마을 해바라기

 

 

▲ 느티마을의 논과 밭에는 무려 15만그루의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다. 해바라기는 이제 절정을 넘어서 하나둘씩 져가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대기를 뜨겁게 달구는 여름과 가장 어울리는 꽃이라면 해바라기를 꼽을 수 있겠다. 단양시 영춘면 상리 느티마을에는 해바라기밭이 끝간 데 없이 펼쳐져 있다. 인근 아홉농가가 5ha의 논에 15만여그루의 해바라기를 심어 놓았다. 논과 밭에 해바라기를 심어 놓은 곳이라, 온통 구릉을 가득 채운 태백의 구와우 마을보다 장쾌한 맛은 떨어지지만, 논과 밭에 줄지어 심어져 정연하게 꽃을 피워낸 해바라기의 모습은 장관이다. 태백의 해바라기가 관광용이라면, 이곳의 해바라기는 기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심어진 것이다.

아쉽게도 이곳의 해바라기는 여름 한철 노란 불꽃을 피워낸 뒤 이제 절정을 넘어서 하나둘씩 지고 있는 중이다. 화려한 노란색 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꽃잎을 떨군 채 고개를 숙이고 씨가 여물어가는 모습도 볼 만하다. 아직도 벌이며 나비들이 져가는 해바라기에 달라붙어 마지막 여름의 꿀을 빨고 있다. 해바라기가 진다는 것은 여름이 가고 있다는 뜻. 해바라기 밭을 산책하며 여름을 배웅해보면 어떨까.

느티마을은 남한강 자락의 북벽을 끼고 있다. 북벽은 신 단양팔경으로 정해 놓은 곳. 도도하게 흘러가는 남한강변에 깎아세운 듯 석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북벽은 진초록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석벽 건너 강변에는 반짝이는 모래가 해수욕장처럼 깔려 있다.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란 노래에 딱 어울리는 풍경이지 싶다.

단양으로 향하는 여정에서는 이런 정서와 자주 마주친다. 낡아서 익숙하고, 그래서 정감어린 곳. 한번도 가보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와본 것 같은 풍경을 간직한 곳. 강변마을에 옥수수가 익어가고, 뙤약볕 아래 담뱃잎을 따는 촌부들이 있고, 당산나무 아래 그늘에서 노인들이 모여 부채질로 더위를 쫓는 풍경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단양이다.

가는 길

수도권에서 출발하자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만종분기점까지 가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북단양 나들목으로 나오면, 단양시내로 들어가는 5번국도를 만난다. 찾아가는 길이 간명해 지도가 없더라도 표지판만 보고 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도담삼봉이나 양백산전망대 등은 모두 단양읍에서 가깝다. 새밭계곡은 읍내에서 남한강을 건너 59번 국도로 영춘면 쪽으로 향하다 가곡면에서 한드미마을 쪽으로 우회전해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온달산성이 있는 온달관광지는 59번 국도를 계속 따라서 군간교와 영춘교를 지나서 우회전하면 된다.

묵을 곳 & 먹을 것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단양읍내의 대명리조트 단양( 043-420-8311 )이 가장 추천할 만하다. 단양에는 캠핑장도 즐비하다. 소선암휴양림이나 황정산휴양림, 새밭계곡 등에 잘 조성된 캠핑장이 있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마을들에도 주민들이 관리하는 캠핑장이 곳곳에 있다. 농촌체험마을인 한드미마을( 043-422-8416 )에 묵어도 좋다.

단양읍내의 장다리식당( 043-423-3960 )은 단양 육쪽마늘을 쓴 마늘솥밥을 내오는데, 솥밥정식을 주문하면 마늘샐러드, 마늘장아찌, 마늘맛탕 등 15가지 안팎의 반찬과 함께 육회, 수육 등이 따라나온다. 단양읍내 돌집식당( 043...)은 곤드레돌솥밥과 함께 더덕, 육쪽마늘에 돼지고기 수육을 얹어먹는 ‘삼합’을 내놓는다. 오학식당( 04...)의 도토리묵밥이나, 금강식당( 04...)의 산채쟁반도토리냉면, 박쏘가리횟집( 043-421-8825 )의 쏘가리매운탕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출처> 2008. 8. 13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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