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줄기 충북 옥천 기행
강물따라, 감춰온 풍경과 이야기가 흐릅니다
박경일 기자
▲ 둔주봉에서 내려다본 금강. 강물이 휘돌아가면서 반전된 한반도 지도 모양의 땅을 빚어 놓았다. 이곳에서 본 한반도 모습은 좌우가 바뀌어 있다. 실제 지도로 치자면 부산이 왼쪽 끝에, 목포가 오른쪽 끝에 있는 셈이다.
#거꾸로 흐르는 강물
금강은 ‘거꾸로 흐르는 강’이다. 한강이나 낙동강, 영산강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은 동에서 서로, 북에서 남으로 흘러 바다에 가 닿는다. 하지만 금강은 다르다. 전북 진안에서 발원한 금강은 다른 강과는 정반대로 남에서 북으로, 또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충북 부강쯤에 이르러서야 금강은 부여쪽으로 구부러지면서 비로소 서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장항, 군산쪽으로 흘러 나간다. 그래서 한때 금강은 ‘반역의 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어쩐지 금강변에서는 방향감각이 자주 흐트러지더라니….
유장하게 1000리를 흘러가는 금강은, 대부분의 구간에서 옛 강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금강이 충북 영동을 지나 옥천 땅을 지나면서 아름다운 강변의 정취를 펼쳐보인다. 강물은 미루나무가 선 강변마을을 끼고돈다. 수면은 햇살에 반짝이고, 여울에는 잔돌을 타넘는 물소리로 가득하다. 강변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던 소가 느릿느릿 긴 울음을 보탠다.
이런 옛 강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나는 곳이 금강유원지에서 시작해 둔주봉이 있는 안남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이다. 금강유원지에서 합금리를 거쳐 가덕마을까지 이어진 포장도로도 좋지만, 가덕마을을 지나면서 시작되는 비포장길이 강변길의 백미다. 껑충거리는 고라니를 만난 것도, 숲에서 튀어나와 강 아래쪽으로 사라진 수달을 만난 곳도 바로 그 비포장길에서였다.
간혹 한 대씩 버스가 오가면 먼지 풀풀 날리는 흙길. 잘 다져진 길은 순하디 순하다. 그 길 위에 서면 아름다운 강변 풍경에 취해 속도를 더 내고픈 생각이 달아나게 된다.
# 천렵하러 금강의 강줄기를 따라가 볼까
더러는 강물에 몸을 담근 채 계류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고, 더러는 다슬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합금리를 지나 가덕마을 쪽으로 향하는 길. 그 길에서 강 건너편 말티마을을 잇는 자그마한 시멘트다리를 만났다. 하루 이틀만 비가 퍼부으면 필시 물에 잠겨버리고 말 것 같은 작은 다리였다. 그렇게 다리가 잠기고 나면, 마을 사람들이 타고 건너기 위한 것임이 분명한 배도 한 척 매어져 있었다.
다리 위에서 강물 속을 들여다봤다. 버들치, 피라미, 갈겨니, 끄리 같은 손가락만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빠르게 물살을 거스르며 이리저리로 헤엄쳤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강 건너편에서 족대를 들고 천렵을 하느라 떠들썩하다. 두 사람이 맞잡은 쪽대를 바위 밑에 가만히 대면, 상류쪽에서 첨벙거리며 몇사람이 고기를 몰았다. 은빛 비늘을 퍼덕이는 작은 물고기들이 쪽대 안으로 들면, 환호성이 터졌다.
이곳 금강에서는 족대나 통발 등으로 고기를 잡는 것은 ‘합법’이다. 물에 약물을 풀거나, 전류를 흘려 잡는 이른바 ‘배터리’ 고기잡이는 물론 금지돼있다. 투망을 던지는 것도 허가를 받은 마을 사람들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마침 동네 사람 몇명이 투망을 들고 천렵에 나섰다. 물이 급하게 흐르는 여울 근처에서 허벅지까지 물에 들어가 솜씨 좋게 투망을 던졌다. 그래 봐야 한번 던질 때마다 그물 안에 드는 물고기는 예닐곱마리가 고작이다. 허가를 받은 마을 사람들에게도 고기잡이란 생업이라기보다는 그저 소일거리인 셈이다.
민박집 평상에서 마을 사람들이 외지인들과 이른 모깃불을 피워 놓고 끓여낸 매운탕을 두고 둥글게 모여 앉았다. 몇잔 술에 불콰해진 마을 사람들의 과장 섞인 추억담이 오간다. 한때 금강이 물 반 고기 반이었던 시절, 손으로 더듬어서 팔뚝만한 메기를 건져 올렸다는 얘기며, 초여름 금강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었던 은은한 수박향이 나는 은어의 추억까지…. 그렇게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초여름의 밤이 깊어갔다.
# 산에 올라 반전된 한반도를 내려다보다
합금리를 지나고, 한때는 오지 중의 오지였으나 최근 번듯한 다리가 놓인 가덕마을도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강변길을 가다 보면 숲으로 푹 파묻힌 마을인 안남면 종미리를 만난다. 산자락에 자리잡은 종미리는 숲으로 울타리를 삼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강변에 바짝 붙은 구릉에는 너른 밀밭과 보리밭이 펼쳐져서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 마을의 농지는 반듯반듯하게 경지정리가 돼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누군가 일부러 조형적으로 배치해 놓은 듯 부드러운 구릉의 밭에서 갖가지 농산물이 자라나고 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이곳까지 왔다면 둔주봉을 빼놓을 수 없다. 종미리 인근의 안남면소재지에 솟은 둔주봉은 해발 384m에 불과한 자그마한 산이지만, 등산로 입구에서 황토흙길을 800m쯤 따라가면 금강의 휘어진 물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쾌한 시야의 전망대가 있다. 둔주봉에 오르는 까닭은 바로 오로지 하나, 이 경치를 만나기 위함이다. 애초에 이 등산로가 만들어진 것도, 물길을 내려다보는 기막힌 풍광을 발견한 사진동호인들이 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았던 것이 계기가 됐단다.
전망대에서는 발아래로 금강의 물길이 산자락 아래까지 바짝 들어왔다가 급하게 휘돌아 물러가는 모습이 펼쳐진다. 물길이 휘돌아나가는 강 건너 땅은 영락없는 한반도의 모습이다. 영월 서강의 물길이 한반도 지도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면, 둔주봉에서 보는 한반도의 지도는 좌우가 바뀌어 있다. 예를 들어 부산이 왼쪽에, 목포가 오른쪽에 있는 셈이다.
전망대에 들렀다가 내친 김에 300m쯤 더 올라 둔주봉의 정상까지 올라도 좋다. 등산로는 널찍하면서 폭신폭신한 흙길이고, 길 양편으로는 리기다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청량감을 준다.
# 금강이 숨겨놓은 초여름 풍경 한 자락
▲ 부소무니 앞에서 배를 타고 ‘섬 아닌 섬’으로 건너가는 마을 주민.
▲ 기암이 병풍처럼 펼쳐진 부소무니의 암봉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 또한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던가. 굽이마다 물길을 틀어대며 사행하는 금강은 충북 영동과 옥천을 지나면서 북쪽으로 물길을 잡는다. 옥천 땅을 휘감아 흐르는 금강변에는 아직 이름이 덜 알려진 명소들이 많다.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무니’가 바로 그런 곳 중에서 대표적인 곳이다. ‘부소무니’란 이곳에 이른바 ‘연화부소’ 형 명당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예로부터 ‘숨은 병풍(隱屛)’이라고 불렸던 곳. 이름 그대로 금강변을 따라 기암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다. 금강의 물줄기가 휘어감아 나가는 한쪽 자락에 암봉들이 끝없이 줄지어 서있다. 그 암봉을 왼쪽에 끼고 흐르던 강물은 암봉의 끝에서 산자락에 가로막혀 방향을 180도 틀어서 다시 암봉을 오른쪽에 끼고 흘러간다. 그 암봉 위의 전망대에 서면 앞으로도, 또 뒤로도 금강의 물줄기니, 그야말로 절묘하달 밖에…. 추소리의 부소무니를 넘어 강물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다. 그러나 어찌 된 게 이런 명소가 옥천군의 관광안내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
부소무니의 절경은 암봉뿐만이 아니다. 강이 급하게 곡류하는 지점에 ‘육지 속의 섬’을 내려다보는 맛도 좋다. 저 아래 물길이 급하게 U자로 꺾어지면서 섬 아닌 섬을 만들어놓았다. 육지와 이어진 땅을 몇 삽만 떠낸다면 곧 섬이 돼버릴 것 같은 땅, 배를 타지 않고서는 가닿지 못하는 땅이다. 금강 하류에 대청댐이 세워지고 마을의 절반쯤이 수몰되면서 이곳에서 살던 주민들은 대부분 이 땅을 떠났다.
마을 주민의 배를 빌려 그 땅으로 들었다.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땅은 온통 탐스러운 꽃 천지다. 탐스러운 메꽃들이 끝간 데 없이 피어있다. 길은 자취가 없고, 가지런히 자라난 풀들이 밟는 그대로 길이 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다 보니 이곳에는 대낮에도 야생동물들이 어슬렁거린다. 강물에 가까운 뻘밭에 고라니며 멧돼지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 옥천에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나다
▲ 김옥균과 기녀 명월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청풍정.
옥천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 바로 정자 청풍정이다. 금강이 대청호에 담기는 군북면 석호리. 명월암이란 바위를 끼고 있는 3칸짜리 정자인 청풍정에는 한말 개혁파 정치인 김옥균과 기녀 명월이 나눈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갑신정변(1884년)이 3일 천하로 막을 내리면서 쫓기는 몸이 된 김옥균이 명월과 함께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명월과 소일하던 김옥균이 뜻을 접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명월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김옥균이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긴 편지를 써놓고 금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기녀와의 사랑이야기가 애틋하긴 하지만, 김옥균의 부인 유씨가 갑신정변으로 이곳 옥천 땅에 피신했다가 비녀(계집종)로 신분이 격하돼 10년 동안 고생스럽게 살면서 적은 수기가 남아있어 사랑이야기가 마냥 낭만적인 것은 아니지 싶다.
청산면 법화리에서 보은군 마로면으로 넘어가는 ‘효자고개’에 얽힌 이야기도 가슴을 두드린다. 1974년 1월22일. 설날을 앞둔 섣달그믐날,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정재수는 아버지와 눈 쌓인 산길을 넘다가, 술에 취해 쓰러진 아버지 곁에서 옷을 벗어 덮어주고 함께 동사했다. 이 이야기는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옥천에서는 시인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도 빠뜨릴 수 없다. 생가는 초가집 한 채와 헛간 한 채로 단출하다. 생가 앞에는 대표적인 시 ‘향수’를 재현하듯 물레방아와 실개천, 돌다리가 복원돼있다. 옥천에서는 또 육영수 여사의 생가도 둘러볼 수 있고, 조선시대의 문신이며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순절한 조헌 선생의 유적, 1398년에 건립된 옥천향교, 1856년에 지은 전통고택인 춘추민속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가는길·묵을곳·먹을것
◆ 옥천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경유해 옥천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옥천읍이다. 금강유원지부터 안남면까지 금강변을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를 즐기려면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안쪽에 있는 금강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여기서 575번 지방도를 타고 합금리를 지나 독락정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을 따라간다. 강변에는 천렵을 하는 풍경들이 이어진다.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둔주봉은 안남면소재지를 지나 안남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등산로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부소무니를 찾아가려면 옥천읍내에서 4번 국도를 타고 대전 방면으로 향하다가 환경사업소에서 우회전해 이지당을 거쳐 15번 군도를 따라가면 된다. 환산(581m)의 둘레를 도는 이 길은 대청호의 상류를 이루는 금강줄기를 바라보며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옥천에는 이렇다 할 숙박시설이 없는 대신, 금강변을 끼고 민박집이 잘 발달돼 있다. 특히 금강유원지부터 안남면까지 금강변을 따라가는 강변길에 바짝 붙어있는 민박집에 숙소를 잡고, 천렵 등을 즐기면 좋다. 대나무민박( 043-732-5988 )이 시설이 깨끗한 편. 이밖에 엘도라도( 010-3422-3999 ), 황토민박( 043-73...), 소나무민박( 043-73...), 고려민박( 011-...), 매점을 겸한 여울목민박( 043-...), 식당을 겸한 등나무가든( 043...) 등이 있다.
옥천은 금강을 끼고 있어 민물고기 요리가 발달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피라미를 바삭하게 튀겨낸 도리뱅뱅이. 부산식당( 043-732-3478 )과 삼일식당( 043-73...)을 알아준다. 무와 시래기를 깔고 모래무지를 넣어 조려낸 마주조림도 인기메뉴다. 금강나루터식당( 043-73...)이 원조다. 민물고기를 뼈째 푹 고아내 고추장을 풀고 호박, 깻잎, 미나리, 풋고추 등을 넣은 뒤 국수를 넣어먹는 금강집( 043-...)의 생선국수도 얼큰하다.
금강에서의 잊지 못할 천렵
흐르는 강물처럼… ‘천렵의 추억’ 굽이굽이
돌더미를 들춰 물고기를 잡았던 ‘천렵’의 추억 -
▲ 금강변의 아늑한 강변 마을에서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는 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피라미며 갈겨니가 몇 마리씩 들었고, 간혹 손바닥만한 붕어와 꺽지도 모습을 보였다. 금강에서는 족대를 펼치거나 통발 등을 놓는 천렵은 허용되지만, 투망은 어업 허가를 받은 주민들만 할 수 있다.
벌써부터 볕이 따갑더니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모내기가 다 끝난 논에서는 벼들이 쑥쑥 자라고, 진초록 옥수숫대는 벌써 허리춤을 넘어섰습니다. 건너편 산자락의 녹음은 하루하루 더욱 짙어갑니다. 바야흐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초여름날에 가장 어울리는 여행 목적지라면, 그곳은 아무래도 강(江)이 아닐까 싶습니다. 맑은 수면에는 진초록의 산 그림자가 내려와 있고, 미루나무가 바람에 이파리를 팔락거리며 서있는 초여름의 강 풍경은 참으로 평화롭습니다.
유년시절을 농촌에서 보냈다면, 강변이나 계곡에서 돌더미를 들춰 물고기를 잡았던 ‘천렵’의 추억을 갖고 있을 겁니다. 바지를 둥둥 걷어붙이고, 강물에 들어가 강 어귀 돌틈이나 수초 아래에 족대를 넣고 첨벙거리며 고기를 몰면 은빛 비늘을 터는 피라미며 갈겨니, 모래무지, 참마자 따위가 건져 올려졌지요. 한 번씩 족대를 들 때마다 탄성과 함께 왁자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렇게 잡아 올린 물고기를, 밭에서 따온 어린 호박잎, 고추, 깻잎 따위와 함께 양은 솥단지에 넣어 고추장을 진하게 풀어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여 냈습니다. 여기다가 쫄깃한 수제비까지 떠넣으면 금상첨화였지요. 그렇게 강가에서 놀다 지치면,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서 빠져들었던 꿀맛 같은 낮잠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그런 옛 풍경을 찾아나선 길입니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합금리. 구불구불 금강을 끼고 달리는 강변의 자그마한 마을입니다. 그곳에는 아직 첨벙거리며 족대를 펼쳐 물고기를 잡는, 그런 풍경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즈음 다른 강들은 죄다 시멘트로 단장됐거나,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강이라도 천렵은 엄하게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이곳 옥천이 끼고 있는 금강은 다릅니다. 비포장길을 끼고 크게 굽이쳐 흘러가는 강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족대를 쓰거나 어항 따위를 놓는 정도는 허락된 곳입니다. ‘합법적’으로 천렵을 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곳 중의 하나인 셈입니다.
사실 족대를 휘두르거나, 어항을 놓는다고 해봐야, 약삭빠른 물고기를 얼마나 잡을 수 있겠습니까. 예전처럼 솥단지를 걸어놓고 장작불을 피워 떠들썩하게 매운탕을 끓여 먹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초여름의 강변에서 천렵을 하다가, 다슬기를 잡다가, 조약돌을 집어 물수제비도 뜨면서, 오랜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함께 유년시절의 추억담을 나누고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정도면 되지 않겠습니까
옥천의 금강 줄기를 따라가는 여행길에는 ‘부소무니’란 절경을 간직한 멋진 강변 드라이브 코스도 있고, 풍운아 김옥균과 기생 명월의 사랑 얘기를 담고 있는 운치 있는 정자도 서있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로 시작하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이 나서 자란 곳도 이곳 옥천입니다. 물 댈 옥(沃)에 내 천(川). 옥천은 그야말로 초여름의 여정에 참 잘 어울리는 평화로운 ‘물의 나라’입니다.
<출처>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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