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포구
밴댕이·병어 먹고 와인빛 석양도 맛보고…
김포= 조선일보 김연주 기자
▲ 김포 대명항을 찾은 이들이 수산물 직판장에서 생선을 구경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자자, 밴댕이 들어갑니다~."
바다 빛깔 앞치마를 걸친 어부가 직판장 안으로 고기를 실어 나른다. 해 뜨기 전 바다에 나가 잡아 올린 밴댕이와 병어가 박스 안에서 첨벙댄다. 소쿠리 한 가득 담긴 고기들이 모두 '1만5000원'. 서울에서 밴댕이 맛보러 온 김영식(47·회사원)씨는 "서해안에서만 잡히는 거니까 잘 봐두라"며 아들(9) 손을 끌어당긴다.
해거름에 찾은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은 '집들이'를 준비하는 주인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23~25일까지 열리는 '제2회 김포대명항 축제'를 앞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흥정하던 '천막'을 걷어내고, 널찍하고 깔끔한 수산물직판장을 지은 후 처음 맞는 주말. 새 단장한 직판장 안에는 제철을 맞은 '밴댕이'와 '병어'가 푸짐하다. 날 좋은 5월 대명항에 가면, 석양(夕陽)에 물든 '초지대교'를 바라보며 밴댕이회와 병어조림 같은 별미를 맛볼 수 있다.
▲ 밴댕이
◆ 제철 맞은 밴댕이·병어 맛보세요
금세 듣기에 '대명항'과 '밴댕이' 모두 낯선 장소, 낯선 음식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닿을 정도로 가깝지만, 인천 소래포구에 비해 덜 알려진 탓이다. 하지만 대명항은 2000년 9월 '포구'에서 '2종 어항'으로 승격된 후로는 주말이면 바다 내음을 찾는 관광객들로 복작댄다. 지난 16일 일산대교가 뚫려 고양시 일산에서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대명항에 정박하는 어선은 모두 68척. 어부들이 그날 잡은 고기를 그날 수산물 직판장에 내다 판다. 직판장 가게 이름도 '쌍용호', '충남호', '경기호' 같이, 모두 배 이름을 내걸었다.
대명항 어종 중 유명한 것은 못생겨서 귀여운 생선인 '삼식이'. 배는 흰색인데, 등과 지느러미에 검은색과 갈색이 얼룩덜룩 섞여있어 경기도에서는 원래 이름 '쏨뱅이' 대신 '삼식이'라 부른다.
삼식이는 1~3월이 제철이라 요즘은 한두 마리 운 좋게 구경하는 수준이지만,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밴댕이, 병어가 제철을 만났다. 고소한 맛에 은근슬쩍 한 접시를 훌쩍 비우는 '밴댕이 회'와 살집이 두툼한 병어에 무를 넣고 칼칼하게 조려낸 '병어조림' 모두 서해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이다. 특히 낚이자마자 죽어버리는 급한 성격 때문에 '소갈딱지'라 불리는 밴댕이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김포시내에만 들어가도 맛보기 힘들다. 병어와 밴댕이 모두 수산물직판장에서 1㎏에 1만5000원 수준에 판매한다.
'별미'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명항의 '석양'. 저녁이면 대명항과 강화도 초지진을 잇는 '초지대교'에 오렌지색 불이 켜진다. 와인색 노을이 내려앉은 조그만 항구에 서면 일주일의 고단함도 금세 녹아내린다.
◆ 덕포진과 조각공원 둘러보기
축제를 즐겼다면 유명 사적지 '덕포진(사적 292호)'에 들러보자. 대명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조선시대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격전이 벌어졌던 군영터가 그대로 남아있다. 덕포진에 오르면 마주보는 강화도와 초지대교, 서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로 옆 덕포진 교육박물관(031-989-8580)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좋다. 김포 역사 관련 자료를 전시할 뿐 아니라, '엄마, 아빠 어릴적에' 코너에는 1950~60년대 교실 풍경과 생활용품을 그대로 재현했다. 갈탄 난로와 사각 도시락, 그리고 풍금이 아기자기 놓인 공간이다. 김포 월곶면에 있는 김포 조각공원(031-980-2980)은 잘 꾸며진 산책로가 유명하다. 2㎞ 산책로를 따라 30여 점의 조각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출처> 2008. 5. 23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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