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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무의도 호룡곡산, 산행 내내 서해가 보이는 낙조 여행

by 혜강(惠江) 2008. 2. 27.

         

무의도 호룡곡산

 

산행 내내 서해가 보이는 낙조 여행  

 

- 바다 낙조산행 -

 

 

 

▲ 무의도 국사봉 정상 남쪽 ‘조망대’에서의 서해 낙조. 낙조를 본 뒤 하산을 마칠 때까지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하산길이 짧다. (사진=허재성 기자)   

 

 

  무의도 호룡곡산(虎龍谷山·246m)은 강화도 마니산과 더불어 오래 전부터 수도권 등산인들이 즐겨 찾아온 섬 산행지다. 간단한 바다 여행을 겸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데다 큰 무리 없이 한나절로 산행이 가능하기에 단체산행지로도 종종 애용된다. 무의도 북서쪽 머리에 매달리듯 위치한 실미도가 영화로 유명해지며 여행 겸하여 호룡곡산 찾는 이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무의도(舞衣島)는 옛날 옛적, 안개가 낀 날 배에서 바라보면 섬의 형상이 마치 아름다운 춤사위인 듯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배에서 내려 멀리 바라보기엔, 부연 이내로 윤곽선마다 희미해서인지 무의도 호룡곡산은 애처로울 만큼 야트막하고 초라하다. 저것도 산인가 하는 실망감은 그러나 산릉에 오르면 감동으로 바뀌며, 그 때가 석양 무렵이라면 매년 한 번은 와야겠다는 다짐까지도 동반하게 될 것이다.

 

 


▲ 헬리포트에서 바라본 국사봉 전경. 능선 정수리로 난 등산로에서 우측으로 서해 낙조가 계속 보인다.

 

  과거 호룡곡산은 인천 부두에서 1시간 남짓 배를 타야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개항 덕에 영종도 턱밑에 자리한 호룡곡산 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공항고속도로로 영종도 남서쪽 끝 잠진도 선착장까지 순식간에 달려갈 수 있고, 단 5분이면 무의도 대무의 선착장에 가닿는다. 차량도선료도 왕복 20,000원 정도라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특별히 차로 돌아볼 것도 없이 단출한 모양새인 섬인 데다가 마을버스도 자주 다닌다.

  무의도는 주민 약 600명에 950만m2(288만 평) 크기의 섬으로, 크게 보아 북쪽 국사봉과 남쪽 호룡곡산 두 덩어리로 이루어진 섬이다. 국사봉 바로 위엔 자그마한 당산이란 봉이 혹처럼 붙어 있다. 이 당산(124m)부터 시작해 국사봉(236m) 거쳐 호룡곡산(246m)까지 이어가보니 당산쪽은 뚝 잘라내어도 별 아쉬울 것 없는 작은 야산 둔덕이었다.

  그러나 국사봉 오름길부터는 확연히 달라졌다. 오른쪽(서쪽)으로 줄곧 붉은 태양과 벌겋게 물든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호룡곡산까지 통틀어 조망은 외려 이 국사봉에서가 더 나은 것 같았다.

 

 

 


▲ 호룡곡산 정상. 아침 운해가 섬을 에워쌌다.

 

 

  당산~호룡곡산 능선 도중에 양쪽으로 실미 해변이나 하나개 해변, 큰무리 마을 등지로 빠지는 샛길이 여럿 나타난다. 길목마다 안내판이 있으므로 원하지 않은 곳으로 내려갈 염려는 거의 없다.

  당산 오름길은 대무의(큰무리) 선착장에서 바로 이어진다. 선착장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 안내판이 선 나무계단으로 접어들면 된다. 팔뚝 굵기의 소나무숲을 지나 15분쯤 오르면 당산 정상. 열 가닥으로 줄기를 뻗어올린 독특한 형상의 나무가 선 곳이다. 그 다음의 작은 봉(87m)의 바윗덩이들 위에서 비로소 서쪽 실미도와 더불은 서해 풍경이 펼쳐진다.

  봉우리를 내려서면 실미유원지로 넘어가는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가로질러 국사봉쪽으로 잠시 오르면 곧 서해 풍광이 보이는 조망 바위다. 그 후 한동안, 삼각점이 설치된 작은 봉을 지나서도 계속 완경사의 분위기 좋은 송림길이다. 북서풍이 불어오는 쪽이 숲에 가려져서 단체 등산객들이 종종 중식처로 애용하는 헬리포트에 다다르면 저 앞에 큼직하고 높게 일어선 국사봉이 보인다.

  콘크리트 포장이 된 농로가 지나는 봉오리재 고갯마루부터 길은 한결 넓어진다. 이곳부터는 오른쪽으로 줄곧 넓은 바다가 보인다. 오후 서너 시를 넘긴 시각이면 바다 가운데로 붉은 기둥 같은 노을빛으로 눈부시다. 간혹 싸리나무 가지가 시야를 좀 어지럽거나 할 뿐, 특별히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조망이 좋다. 길이 주로 능선 서쪽으로 나 있는 데다 수목도 쳐내두었기에 서해쪽 조망은 거의 막힘이 없다. 

 

  도중에 바위가 돌출해 유난히 조망이 뛰어난 곳들이 있는데, 그중 특히 좋은 곳엔 서해쪽 대이작도, 소이작도, 선갑도, 소야도 등 섬들의 위치와 이름을 알려주는 조감도와 더불어 ‘조망대’라는 팻말을 세워두기도 했다. 국사봉 정상 직전에 그A급 조망처가 한 곳 있다. 

 

  국사봉 정상 직전에선 길이 두 가닥으로 나뉜다. 오른쪽은 정상을 우회하는 길. 왼쪽 정상으로 올랐다가 밧줄이 매인 가파른 바윗길을 따라 내려가면 곧 우회로와 만나 다시 외가닥 길이 된다.

  정상엔 높이 5m쯤 되는 측량용 철탑이 서 있다. 이곳 국사봉 정상에서 보면 호룡
곡산은 아까 선착장에서 본 그 산이 정말 맞나 싶게 높고 우람한 덩치로 일어선다.  

 

 

 

 

  정상 밧줄길과 우회로가 만난 이후 150여m 내려간 지점의 ‘조망대(쉼터) ’는 호룡곡산 최고의 노을 탐승처다. 여러 명이 앉아 쉴 수 있는 바위지대이고, 서해쪽으로 능선이 둥글게 휘어나간 지점이라서 허공에 떠올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해가 수평선으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산했으나 남은 빛으로 국사봉~호룡곡산 등산로를 연결한 실미고개의 구름다리까지 약 800m를 다 내려갈 때까지 훤했다.

  구름다리 밑은 하나개 해변으로 넘어가는 포장도로가 지난다. 구름다리 이후 호룡곡산 정상 가는 길도 주로 능선 서쪽으로 나 있어, 역시 이 산은 노을을 위한 산임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능선이 90도 가까이 우로 꺾이는 지점의, 산불감시초소가 선 ‘조망대’에서는 동쪽 소무의도 방면 일출을 위한 자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동쪽 조망이 멋지다. 

 

  하나개 유원지쪽 갈림길목을 지나면 곧 정상. 이곳 정상에서는 동쪽과 서쪽 조망 모두 뛰어나다. 일출 맞이, 노을 바라기 모두 안성마춤인 멋진 조망처다. 정상엔 국사봉 것과 똑같은 측량용 철탑 이외, 초록 비닐로 만든 간이휴게소가 서 있으나 지붕이 내려앉아 실제 사용하기는 어렵다.

  노을 구경 후 정상에서 광명항쪽으로 200m쯤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중 오른쪽 ‘하나개 2.3km→’길은 환상의 길이라고들 하는데, 산길이 끝나고 나서 바닷가 절벽 위로 하나개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노을 무렵이면 환상적이라 하여 그런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정상 노을보다 이 환상의 길 노을을 원한다면 12월의 경우 늦어도 4시30분쯤엔 정상을 떠나야 한다. 다만 길이 좀 험하다는 주민들 말이다.

  등산로 팻말의 ‘←광명항 1.7km’쪽 길은 편하고 쉬운 하산길이다. 호룡곡산 정상 일출 맞이 때는 주로 이 길로 올라간다(1.5km, 40분 소요). 당산부터 시작, 호룡곡산 하산을 마치기까지 오로지 걷기만 한다면 3시간이면 산행이 끝난다.

 

 

 

 

 

 
숙박(지역번호 032)
 
  실미도 내 펜션이나 민박 등 숙박업소는 북쪽 선착장 근처의 큰무리 마을과 남쪽 끝 샘꾸미 마을, 그리고 하나개 해변 넘어가는 길목 무의분교가 있는 포내 마을 세 군데에 집중돼 있다. 방은 대개 작은 편이고 내부에 취사시설을 갖추었다. 10명 이상이 잘 수 있는 큰 방은 10만 원이 넘으며, 연말 송년모임을 하려면 평일이라도 예약이 필요하다.  숲속의펜션(752-2332)은 방이 비교적 큰 편.
 
  등대민박(751-0188)은 도로가 끝나는 샘꾸미 마을 포구 바로 옆에 위치, 만조 때는 물이 바로 앞까지 찰랑인다. 주차장, 실외 탁자 갖춤.  그외 무의아일랜드펜션(1566-4466), 달담은무의바다펜션(752-9800), 펜션실미마루( 011-9702-2895 ), 민박실미원( 010-3020-3482 ), 소나무펜션(751-4525) 등이 있다.
 

먹거리    

 

 
 
  선착장에 있는 큰무리식당은 겨울이 제철인 굴밥 전문집이다. 큰 뚝배기에 무의도 자연산 굴을 비롯해 호박씨, 해바라기씨, 대추, 호두, 잣, 은행, 콩나물, 당근, 검은깨 등속을 넣어 밥을 해낸다.
 

 

<출처>  2007.12 / 월간산 [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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