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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강화, 역사가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

by 혜강(惠江) 2008. 5. 1.

 

강화도

 

역사가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 강화

 

아이 손잡고 떠나는 우리 문화유산 답사기 

 

 

 
  강화도가 가까워지면 짭조름한 냄새가 난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갯내에는 소금기가 묻어 있고 땀 냄새가 섞여 있으며 어딘가 모를 은밀함과 역사가 느껴진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언급되는 강화도는 어느 한 시대의 단편적인 문화가 아닌 선사시대부터 고조선-삼국-고려-조선-개항기로 이어지는 우리의 모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아이와 함께 떠나기 좋은 역사 여행지를 꼽다 보면 경주, 부여 등이 먼저 떠오른다. 경주는 왕릉과 금관 등 신라시대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고 부여와 공주는 찬란한 백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니 한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기에 참으로 좋다. 그러나 강화도의 역사는 그 이상이다.

   2만 년 전부터 강화도에 사람이 살았음을 알려주는 쌍날찍개가 발견되었으며, 동막해변에서는 토기가 발견되어 구석기 말까지 강화도의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하점면 부근리에 우뚝 서 있는 고인돌은 부족생활을 하던 청동기시대의 거석문화를 보여준다.

 

 

▲ 고즈넉한 철종 외가 모습과 마니산 정상에서의 성화 채화 장면.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우고 제사를 지내던 마니산 참성단에서는 아직도 개천절에 천제를 지낸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신라 백제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려고 애썼으니 한강 유역을 차지했던 나라는 당연히 강화도도 장악해 삼국의 자취가 모두 있다.

   고려시대 몽골이 침입했을 때는 임시 수도 역할을 했고, 조선시대 정묘호란이 발생했을 때는 왕의 피신처가 되었다. 서양의 문명이 들어오던 근대에는 프랑스(병인양요), 미국(신미양요), 일본(운요호 사건)이 우리나라를 넘보며 한양으로 향하려할 때 5진7보54돈대를 세우며 이를 막아냈다. 발 닿는 곳 그 어디라도 강화도에는 역사가 묻어 있다. 우주를 향한 꿈을 실현할 옥토끼우주센터까지 자리하니 강화도는 과거 현재 미래까지 모두 담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땅이다. 
 

 

▲ 강화산성의 동문인 망한루.

 

    새우 잡는 배가 간간이 떠 있는 강 같은 바다를 건너면 강화 땅이 시작된다. 김포 땅과 강화 땅을 나누며 강화대교 아래로 흐르는 물은 염하(鹽河), 짠 강이다. 강화도 남단에서 염하를 거슬러 오르면 한강을 통해 한양에 닿을 수 있으니 수많은 외세가 이 물길을 노렸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평화로운 풍광 속에도 얼기설기 역사가 흐른다.

   강화 땅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강화 해안도로가 이어지고 갑곶돈대를 품에 안은 강화역사관( 032-933-2178 )이 반긴다. 시대별로 구성된 네 개의 전시실은 강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강화를 돌아보기 전 예습 코스로 생각하면 된다. 고인돌 만드는 모습, 팔만대장경 제작 과정, 정족산 전투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모형 디오라마로 꾸며놓아 이해가 쉽다. 야외 전시관에는 67기의 비석군과 해선망, 어선 외에도 갑곶돈대를 볼 수 있다.

   강화해협을 지키는 곳으로 갑곶돈대 발치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탱자나무가 서 있다. 뾰족한 가시가 위협적인 탱자나무는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심었으니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갑곶돈대를 비롯해 강화도 동쪽에는 5진7보54돈대가 설치되었는데 돈대는 초소가 있던 자리. 진은 대대, 보는 중대병력 규모의 군사 주둔지였다.
 

 

강화에 궁궐이 있었다고?


   강화도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760년 전인 고려시대 몽골군이 침략하자 그 이듬해인 1232년 고려 고종은 왕실 귀족을 비롯한 조정 관료들과 함께 급히 강화도로 피란을 했다. 지금의 강화읍 관청리에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 있는 것과 같은 궁월을 지었으니 연경궁, 강안궁 등 14개의 건물들이 들어섰다. 궁을 중심으로 성곽을 쌓은 후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문도 내었다(동문-망한루, 서문-첨화루, 남문-안파루, 북문-진송루).

 
                       ▲ 강화 특산물인 화문석을 짜는 모습.
  
 
  강화도는 고려의 수도가 되었고 고려궁은 임금이 정사를 보는 고려의 중심이 되었다. 1270년 몽골과의 굴욕적인 화해가 성립되면서 고려왕조는 39년간의 강화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갔다. 개성 환도 직후 몽골군은 저항군인 삼별초 잔당을 소탕한다는 이유로 고려궁을 비롯한 강화의 건물들을 불 질러 버렸다. 고려궁이 있던 자리라는 뜻의 ‘고려궁지’에는 현재 조선시대의 이방청과 명위헌이 자리한다.

   고려궁지 오르는 길 오른편으로 용흥궁이 있다. 강화도령으로 불리는 조선 제25대 임금인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 19세까지 살던 집이다. 임금이 되기 전 살던 집을 잠저라 하는데 좁은 골목에 조선시대 살림집 모양을 하고 있다. 원래는 초가였는데 철종 4년에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거리상 가까우니 들러볼 만하다. 용흥궁에서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는 100년 역사의 성공회 강화 성당이 자리한다.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의 모양새가 이채롭다.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 가을에 열리는 고인돌축제의 고인돌 만드는 모습.
  
 
  강화읍에서 빠져나와 48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오른편으로 강화 부근리 고인돌 공원이 자리한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유적으로 높이 2.6m, 너비 5.5m, 무게 75톤으로 추정되는데 형태는 북방식으로 두 개의 굄돌 위에 50톤이나 되는 화강암 덮개돌을 얹고 있다.
 
  지난 2000년 12월 2일 전북 고창, 전남 화순의 고인돌과 더불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청동기시대 부족장의 무덤으로 간주되는 고인돌이 강화도에는 150기나 있다. 청동기시대 강화의 위상을 알 수 있음이다. 고인돌 공원에는 작은 돌들을 준비해 놓았으니 무게중심을 생각하며 고인돌 제작 체험을 해보자.

   고인돌 가는 길 조금 못미처 우측으로는 강화 화문석문화관( 032-932-9922  www.hwamunseok.co.kr )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다. 화문석은 고려시대부터 전해지는 강화도 특산품 중 하나다. 다양한 문양의 화문석을 전시하고, 화문석을 만들기 위해 왕골을 재배하는 과정부터 왕골공예품의 변천사를 전시해놓았다. 컴퓨터를 이용해 왕골공예 문양을 구성해보는 코너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도 펼쳐지는 곳


   강화도의 북쪽을 돌아보았으니 이제 남쪽을 살펴보자. 84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면 된다. 이 길로 가면 마니산과 참성단과 동막해수욕장이 자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나라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은 마니산 정상에 단을 쌓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으니 당시 마니산은 ‘고가도’라는 섬이었다. 지금 차를 타고 가는 길이 모두 바다였다니 느낌이 새삼스럽다.
 
   
                                 ▲ 옥토끼우주센터의 내부.
 
  84번 도로상 중간에는 강화도령 철종의 외가와 옥토끼우주센터가 있고 더 남단에 전등사가 있다. 시간상 모두 들르기는 힘들다. 초행길이라면 대부분 전등사를 선호한다. 전등사(www.jeondeungsa.org)는 서기 372년 소수림왕 때 세운 천년고찰로 몽골군의 침략을 막고자 노력하던 고려왕실의 절이었다. 전등사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곳은 사찰의 뒤쪽에 자리한 장사각(藏史閣)이다.
 
 
  정족산 사고라고도 부르는데, 사고(書庫)란 역사를 기록한 문헌을 보관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는 전국에 네 곳 있었는데, 이 곳 장사각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원본을 보관하던 곳이다. 유실되었던 장사각과 조선왕실 족보를 보관하던 장사각 옆 선원보각(瑄源譜閣)은 의미 있는 장소다.

   하지만 역사유적으로만 일정을 채우면 아이들이 재미없어하니 전등사를 옥토끼우주센터로 바꾸어 보자. 2007년 5월 문을 연 옥토끼우주센터( 032-937-6918  www.oktokki.com)는 막연하게 꿈꾸던 우주에 대한 생각을 실제 정보로 바꿔주는 과학 체험 공간이다. 달에서 사용되는 월면차와 인공위성, 우주선 모형 등 우주시설장비 500여 점이 실물과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모두 미국의 케네디우주센터와 미국항공우주국, 러시아항공우주센터의 협력으로 가져오거나 설계도면을 받아 직접 완성한 것이다. 우주탐험공간에서는 우주화장실, 우주샤워장 등 우주인들이 우주선 안에서 생활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콜롬비아 우주왕복선 조종실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곳은 역시 우주인 체험 공간이다. 우주선이 대기를 통과할 때 우주인들이 느끼는 어지럼과 요동을 체험할 수 있는 원반체험기, 무중력체험기,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 소형우주선 등을 직접 타볼 수 있고 기차를 타고 미래도시를 돌아볼 수도 있다.
 
 
눈길 닿는 곳, 그 너머도 갯벌


   이제 강화도의 남단에 도착한다. 동막해변에 이르게 되는데 세계 4대 갯벌의 하나이며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된 강화도의 명소다. 밀물 때는 모래사장의 폭이 채 10m가 안 될 정도로 찰랑찰랑 물결이 일지만, 썰물이 되면 1천8백만 평, 직선거리 4km 정도의 갯벌이 펼쳐진다. 날이 따뜻해지면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갯벌로 나서볼 만한데 발가락 사이로 보드라운 개흙이 밀려 올라온다. 갯벌 속에는 검은 개흙을 뒤집어쓰고 사는 칡게, 가무락조개, 쌀무늬고둥, 갯지렁이 등이 무진장 깔려 있어 갯것들과의 숨바꼭질이 신난다.
 
  ▲ 갑곶돈대 성벽으로 보이는 풍광(왼쪽)./ 남장포대가 늘어선 덕진진  
     (오른쪽).
  
 
  갯벌의 웅대한 광경을 보고 싶다면 동막리를 비롯해 주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분오리돈대에 오르길 권한다. 조선 숙종 때 한양으로 이어지는 뱃길을 보호하고 또 적군을 감시하기 위해 강화 최남단에 쌓은 분오리돈대는 세 면이 절벽으로 되어 있어 탁 트인 전망이 훌륭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여차리에 자리한 강화갯벌센터( 032-937-5057  http://tidalflat.ganghwa.incheon.kr)도 가볼 만하다. 갯벌 생물 및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실, 갯벌 전시관, 갯벌 관련 도서, 고성능 망원경 등이 구비되어 조류 탐조도 가능하다.


어? 포탄 자국이 그대로 있네?

   이제 길을 돌려 강화를 떠날 때가 되었다. 강화대교로 들어왔다면 초지대교를 통해 나가길 권하는데, 초지대교 초입에는 초지진(草芝鎭)이 자리한다. 덕진진, 광성보, 초지진 등은 모두 바다를 통해 쳐들어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만든 요새다. 초지진은 효종 7년(1656)에 구축했는데 9개의 포대가 설치되었던 곳으로 지금도 초지진에 대포가 전시되어 있다.
 
 
  한번 쏘면 700m 정도까지 포탄이 날아갔지만 제대로 터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초지진에서 벌어졌던 전투 중 가장 컸던 것은 신미양요로 미국의 신식 무기를 당해내지 못해 점령당했다. 많은 시설물들은 미군에 의하여 파괴되었는데 이때 포탄을 맞은 성벽과 소나무를 지금도 볼 수 있다.

 
여행정보

● 강화도 가는 길  : 서울에서 김포를 지나 48번 도로를 따라가면 강화대교다. 고촌을 지나 김포우회도로를 타면 김포 시내를 거치지 않아 빠르다. 버스는 신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 강화 돌아보기 추천코스 : 강화대교-강화역사관-고려궁지(용흥궁 성공회성당)-고인돌(화문석 전시관)-옥토끼우주센터 또는 전등사-동막해변(분오리돈대)-초지진-초지대교-귀가 *괄호 안은 대체하거나 시간이 되면 더 들르기 좋은 곳


 
 
맛집 하나. 고려궁지 옆 왕자정

고려궁지 주차장에서 바라보이는 왕자정은 묵요리 전문점이다. 강화에 지천인 도토리를 이용한 도토리 묵밥과 무침이 맛있으며, 철판에 담겨 나오는 도토리전은 도토리가루를 이용한 요리로 독특하다. 왕자정은 고려시대 왕자들이 먹던 우물이 있던 자리로 고려궁지가 한눈에 보인다. 전화  032-933-7807 
 
 
 
 
 
맛집 둘. 강화역사관 옆 더리미 장어마을

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난 뒤 민물로 거슬러 올라 수년간 자라고, 다시 심해로 돌아가 산란한다. 더리미는 바다에서 민물을 찾아 거슬러 올라오는 장어의 치어를 가두어 키우는 곳으로 장어요리 집이 모여 있다. 장어구이를 거의 먹어갈 무렵 장어 뼈에 푹 고운 죽이 나오는데 아이들이 좋아한다.


puls one 용두레체험 마을
 
 
  
                        ▲ 용두레마을에서의 짚풀체험.
 
  내가면 황청1리에 자리한 용두레마을은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용두레질 놀이가 잘 보존되고 있다. 용두레는 지름 40cm, 길이 80cm의 통마루를 길게 켜서 속을 파내어 삼발이대에 매달아 놓고 논에 물을 퍼 올리는 기구다.
 
용두레 마을에 머물면 용두레질, 시선뱃놀이 등 전통테마체험과 더불어 순무김치 만들기, 경운기 타보기 등의 농촌생활체험, 고구마 캐기 등의 농사체험, 전등사, 고인돌 탐사 등의 문화학습체험은 물론 갯벌 마사지, 서해낙조 보기, 갯벌생물 관찰하기 등의 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취재·사진 이동미(여행작가)
 
 
<출처> 2008. 4. 30 /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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