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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충남 가야산, 막힘 없는 내포지방 최고 전망대

by 혜강(惠江) 2007. 12. 8.

충남 가야산

막힘 없는 내포지방 최고 전망대

 

옥양봉~석문봉~가사봉~남연군묘 4시간 소요

 

 

글·사진 민병준 르포라이터

 

 

 

▲ 석문봉 정상에서의 서산 쪽 조망. 가야산의 최고봉은 가사봉이지만 통신 중계소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석문봉이 정상 역할을 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황봉(1,058m)에서 뻗어나와 금강 이북 지방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금북정맥이 서해로 빠져 세력을 다하기 전, 남은 힘을 쏟아 예산과 서산 사이에 빚은 산이 가야산(伽倻山·678m)이다. 비록 높이 600m급 산이지만, 서해 가까운 내포평야에 우뚝 솟았기 때문에 상대적 해발고도가 높아 보인다. 가야산은 내포의 중심으로서 위상도 대단하다. 신라 때 나라에서는 산 동쪽에 가야사를 짓고 제사를 지냈으며, 조선시대까지도 덕산 현감이 이곳에서 봄·가을로 제를 올리기도 했다.

 

가야산은 봄이면 아기자기한 암봉 곳곳에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가 곱고, 여름엔 녹음이 좋고, 가을이면 단풍과 억새풀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번 산행에서는 늦가을 낙엽의 정취를 실컷 누렸으나 축제가 있는 한 겨울엔 능선 곳곳의 설경이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사시사철 암봉과 능선에서의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는 게 큰 매력이다.


남연군묘는 2대에 걸쳐 임금이 나온다는 대명당

 

조선의 대표적인 인문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충청도는 내포를 제일 좋은 곳으로 친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하여 서쪽은 큰 바다요, 북쪽은 큰 만이고, 동쪽은 큰 평야, 남쪽을 그 지맥이 이어지는 바, 가야산 둘레 열 개 고을을 총칭하여 내포’라고 했는데, 이 내포지방 고을들을 대부분 거침없이 둘러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산행 후 ‘지구유(地球乳)’라 불리는 뜨끈한 덕산온천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록에 따르면 가야산 자락엔 가야사, 개심사, 수덕사, 보원사 등 100여 사찰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보원사와 가야사는 폐사되었고, 개심사와 수덕사는 남아있다. 가야산이라는 산 이름을 비롯하게 한 가야사는 언제 누가 창건했는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때는 규모가 제법 큰 절이었다 한다. 1799년(정조 23)에 편찬된 범우고(梵宇攷)에는 ‘이 절에 금탑(金塔)이 있는데, 매우 빼어난 철첨석탑으로 탑의 사면에는 감실을 만들어 석불을 봉안하고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 석문봉 아래에서 쉬고 있는 부부의 머리 위로 옥양봉이 봉긋 솟아있다./ 가야산 능선의 산길은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평탄한 구간이 길다. / 옥양봉 오름길에 만난 바위. 가야산 능선엔 조망 좋은 봉우리와 바위가 많다.

 

 

  젊은 시절 안동김씨의 세도에 밀린 야심가 흥선군 이하응(1820-1898)은 경기도 연천땅 남송정에 있는 부친 이구의 묘소가 풍수지리상 좋지 않은 자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흥선군은 지사 정만인에게 간청했고, 지사는 가야사 금탑 자리를 2대에 걸쳐서 왕손이 나온다는 대명당으로 점찍었다.

  흥선군은 이 일대 땅주인이자 고을 최고 부자인 윤석문 집안 증손에게 청해 금탑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구광터라는 곳에 부친 묘소를 옮겨 쓰도록 허락받았다. 그리고 일 년 뒤 충청도 관찰사에게 압력을 넣어 가야사를 폐사로 만들어버렸다. 그 후 흥선군은 불을 질러 절을 태웠고, 금탑을 허문 자리에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쓰고 때를 기다렸다. 7년 후 흥선군은 차남 명복을 얻었고, 이가 곧 철종의 뒤를 이어 12세에 왕위에 오른 고종이다.

 

 

  

  

 

 

  아들이 왕이 되자, 흥선군은 불태운 가야사에 사죄하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1865년 남연군묘 아래쪽에 보덕사를 세우고 원당 사찰로 삼았다. 1868년 4월 독일인 에른스트 오페르트의 남연군묘 도굴사건이 터지자 대원군은 쇄국양이 정책을 강화하고 천주교를 심하게 탄압하기도 했다.


덕산면 상가리 주차장에서 산행 시작

  남연군묘가 있는 상가리에서 가야산으로 오르는 코스는 크게 셋이다. 남연군묘에서 북서쪽 옥양봉을 경유해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 남연군묘에서 옥녀폭포(옥양폭포)를 경유해 서쪽의 석문봉으로 직등하는 코스, 그리고 남연군묘에서 상가저수지~쉼터~609m봉 남쪽 안부 연결 코스가 그것들이다. 이 가운데 주차장~옥양봉~석문봉~남연군묘를 연결한 회귀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가야산은 산행이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다. 능선길은 암봉 부근은 조금 거칠지만, 아주 위험한 구간은 없다. 걷기 싫어하지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이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큼찍한 상가리 주차장(무료)에 차를 대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5분(540m) 정도 올라가면 남연군묘 입구 삼거리에 닿는다. 남연군묘는 왼쪽으로 3분(200m) 정도 걸으면 되지만, 옥양봉으로 가려면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좁은 코크리트 포장길을 7~8분 가면 잔치국수(3,500원) 등을 파는 작은 식당을 지나고, 이어 ‘등산로 개설기념’ 표석과 ‘석문봉 2.03km, 옥양봉 2km' 입간판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은 옥녀폭포를 거쳐 석문봉으로 가는 일조암계곡이고, 오른쪽이 옥양봉 가는 길이다. 길은 여기서부터 비로소 산길다워진다.

  관음사 입구에서 왼쪽의 급경사로 5분쯤 오르니 밧줄이 걸려 있는 바위가 길을 막는다. 세미클라이밍으로 바위지대를 15분쯤 오르면서 뒤로 펼쳐지는 덕산면 조망을 즐기다보면 쉰길바위 꼭대기. 여기서 능선길로 10분쯤 더 가면 드디어 옥양봉 정상이다. 북쪽으론 당진, 서쪽으론 서산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약 20분(780m)만에 관음사 입구가 나타난다. 오는 도중의 갈림길에서 ‘계곡길, 능선길’ 안내판을 만나는데, 오른쪽의 능선길로 들어서야 관음사 입구를 거쳐 옥양봉으로 갈 수 있다.

 

     

▲ 낙엽이 잔뜩 깔려 고즈넉한 분위기가 철철 넘치는 숲길, 한겨울에도 눈이 없으면 이 상태가 유지된다.

 

 옥양봉을 뒤로 하고 남서쪽 능선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면으로 석문봉, 가사봉(가야봉)이 손짓한다. 조금 가파른 능선길을 15분쯤 내려서니 안부에 닿는다. 이곳부터 산길은 한없이 평탄하다. 돌탑 한 기가 서있는 660m봉을 넘고, 나지막한 602m봉을 지난다. 모두들 조망이 좋다.

 

  홍성의 용봉산이 건너다보이는 동쪽, 천수만이 바라보이는 남서쪽, 개심사가 보일 것만 같은 북쪽, 가사봉 너머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으로 이어지는 남쪽 연봉 등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602m봉을 넘어 5분쯤 내려가면 옥녀폭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여기서 10분 정도 더 오르면 드디어 석문봉 정상이다.

 

  이곳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사방으로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정상 바위 아래엔 긴 나무의자도 있으니 바람을 피해 간식을 들며 쉬어갈수도 있겠다.가야산 최고봉인 가사봉은 충남의 해안에 솟은 산 중 오서산 다음으로 높은 곳으로, 옛날 중국을 오가는 뱃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여러 통신중계소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 석문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 남쪽 45번 국도변에서 바라본 가야산.  왼쪽이 가시봉이고, 오른쪽이 원효봉이다.  

 

 

가야산 정상 역할을 하고 있는 석문봉

 여기서 남릉으로 10분쯤 걸으면 남연군묘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주차장 3.21km, 가야봉 1.65km, 석문봉 0.4km’ 이정표가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곳서 상가리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만약 일행 중 노약자가 있다면 이쯤에서 하산하는 것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야산 최고봉인 가사봉 중계탑 근처까지 다녀오기를 적극 권한다. 산길이 험하지 않으면서도 중간 중간 만나는 암봉들은 조망이 아주 빼어나기 때문이다. 어디서든지 남서쪽 아래로는 한서대학이 샅샅이 조망되고, 연암산 너머로는 천수만과 서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상가저수지와 서해안고속도로, 그리고 해미 번화가가 시원하다.

 

 하산은 609m봉과 가사봉 사이의 안부 삼거리에서 한다. 갈림길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 아래엔 ‘가야봉 0.42km, 석문봉 1.23km, 주차장 3.12km’이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하산길은 낙엽으로 뒤덮여 있어 지금의 산길과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벚나무, 쪽동백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같은 활엽수가 많은 까닭이다. 산길은 넓고 부드러워 좋은 사람과 손잡고 걸어도 될 만한 산책길이다. 중간에 놓여있는 긴 의자는 잠시 쉬어가라는 배려다.

이렇게 낙엽을 밟으며 터벅터벅 걷다보면 쉼터 갈림길을 만난다. 이어 오른쪽으로 상가저수지를 훔쳐보며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왼쪽으로 남연군묘가 보인다. 이장 때 썼던 상여(중요민속자료 제31호)는 남은들 주민들에게 하사했는데, 그 동안 광천리에 보관하던 남은들 상여를 얼마 전 남연군묘 옆으로 옮겨놓았다.

남연군묘는 가야산을 찾은 등산인이라면 반드시 들렀다가는 답사 코스.

“여기가 그렇게 명당이래요. 이리 모여 사진 한 장 찍읍시다.”

 

단체 등산객들이 모여 증명사진을 찍는 사이, 남연군묘 너머로 올려다보니 옥양봉~석문봉~가사봉으로 빙 둘러 이어지는 가야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행정보>


산행길잡이


 가야산 최고봉인 가사봉(일명 가야봉) 정상 부근은 중계기지가 들어서 있어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석문봉(653m)을 중심으로 코스를 잡고 산행한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상가리 주차장∼옥양봉∼석문봉∼상가리 원점회귀 코스다. 이 코스엔 암봉이 곳곳에 있어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 가사봉 중계기지까지 다녀오려면 30분 정도 더 잡아야 하므로 총 4시간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산행 중 능선에서 물을 구하기 마땅치 않으므로 산행 전에 식수를 구해가야 한다. 산길은 거친 구간도 있지만, 아주 위험한 구간은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눈 내린 겨울엔 아이젠 필수. 주차비와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문화유적을 겸한 답사산행에 좀더 치중하고 싶다면 일락사~석문봉~상가리 코스와 상가리~석문봉~일락산~개심사 종주 코스가 적당하다. 산행은 4~5시간 소요된다. 이외에도 보원사지가 있는 용현 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코스도 있다.  

 

숙식    가야산 들머리인 상가리 주차장 맞은 편 가야산옥녀식당(041-337-5374, 011-428-6750)에서 라면(2,000원), 잔치국수(4,000원), 도토리묵(6,000원), 산채비빔밥(6,000원) 등을 판다. 단체 손님 민박도 받는다. 마을회관 근처에 민박집(337-6785)이 한 곳 있다. 남연군묘 가는 길에 닭도리탕, 닭백숙을 파는 식당이 두엇 있다. 

 

  덕산온천 주변엔 덕산온천관광호텔(338-5000), 덕산싸이판대온천(338-8862), 덕산스파캐슬(330-8000) 등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덕산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수덕사 입구에 청암회관(돼지갈비·337-0085), 장어마을(장어구이·338-0101), 자연식당(산채정식·337-6060), 수덕골미락(산채정식·337-0606) 등의 식당이 있다. 주차장 남쪽에 민박집(337-0009)이 한 채 있다.


 

교통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당진 나들목→32번 국도→당진읍→615번 지방도→왜목 / 서해안속도로→송악 나들목→77번 국도(38번 국도)→석문방조제→장고항→왜목 <서울 에서 2시간 소요>
서울→당진 남부터미널에서 매일 10회(06:40~19:30). 1시간30분 소요, 요금 5,600원.
인천→당진 종합터미널에서 매일 18회(06:40~19:00). 1시간30분 소요, 요금 5,500원.
대전→당진 동부터미널에서 매일 17회(06:50~21:00). 2시간20분 소요, 요금 8,100원 / 서
부터미널에서 매일 3회(12:47~17:19). 3시간30분 소요, 요금 12,200원.
당진→교로리(왜목마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매일 15회(06:30~20:30). 1시간10분 소요, 
요금 1,700원. 

 


<출처> 2007. 12 / 월간산 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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