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아산 영인산,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영인산에서 안식을 찾다.

by 혜강(惠江) 2007. 5. 16.

 

충남 아산 영인산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영인산에서  안식을 찾다.

 

 

글·사진 남상학

 

 

 

 

 

  충남 서북부 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하고 있는 영인산((靈仁山, 363.6m)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숲이 매우 울창하고 아름다우며 남쪽으로는 절벽이 단애를 이루고 있는 가파른 산이다. 예로 부터 산이 영험하다 하여 영인산이라 부르고 있고 정상에는 남북으로 백제 시대의 석성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이 위치하고 있다.

 

 

 

 

 

  산 정상에 서면 서해바다, 삽교천, 아산만방조제와 아산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큰 샘이 있고 큰 가뭄이 있을 시 기우제를 지내던 산이다. 또한 영인산 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이 있어 시민의 휴양지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5월 중순, 활엽수들이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는 어느 날, 나는 안도현의 시 '나무'를 흥얼거리며 친구와 함께 영인산을 찾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나무가 버티는 것은
   귀뺨을 폭풍한테 얻어맞으면서
   이러 저리 머리채를 잡힌 채 전전긍긍하면서도
   기어이, 버티는 것은
   이제 막 꼼지락꼼지락 잎을 내밀기 시작하는 어린 나무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버티는 게 나무의 교육관이다
   낮은 곳을 내려다볼 줄 아는 것,
   가는 데까지 가 보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온 몸으로 가르쳐주며
   아름답다는 것을 온 몸으로 가르쳐주며
   나무는 버틴다.
   나무라고 해서 왜 가지가지 신경통을 모르겠으며
   잎사귀마다 서러움으로 울컥일 때가 왜 없었겠는가.
   죽어버릴 테야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 휘저어 보던 날도 있었을 것이다
   트럭을 탄 벌목꾼들이 당도하기 전에
   그냥 푹, 고꾸라져도 좋을 것을
   죽은 듯이 쓰러져 이미 몸 한쪽이 썩어가고 있다는 듯이
   엎드려 있어도 될 것을 나무는
   한사코 서서, 나무는 버틴다.
   체제에 맞서 제일 잘 버티는 놈이
   제일 먼저 눈 밖에 나는 것,
   그리하여 나무는
   결국은 전 생애를 톱날의 아구 같은 이빨에 맡기고 마는데,
   여기서 나무의 생은 끝장났다네, 저도 별 수 없지, 하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끌려가면서도 나무는 버틴다.
   버텼기 때문에 나무는 저를 싣고 가는 트럭보다 길다
   제재소에서 토목토막으로 잘리면서 나무는
   뎅구르르 나뒹굴며
   이제 신의주까지 기차를 나르는 버팀목이 될 거야 한다.
   나무는 버틴다.

    - 안도현의 '나무'


  영인산을 탐방 소감을 쓰는 들머리에 한 시인의 시를 인용한 것은 영인산을 뒤덮고 있는 나무가 영인산의 내력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해 주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영인산 휴양림을 찾아가는 길은 온통 초록의 세계다. 계곡과 등성이마다 키 큰 잡목들이 키를 재듯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이 영인산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은 총면적은 39만평(130ha)로 산림이 갖고 있는 좋은 것들- 즉 울창한 숲,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아름다운 경관 등과 휴양, 휴식에 필요한 갖가지 기본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최근에 와서 삼림욕이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자연휴양림에 가면 삼림욕장이라고 하는 코스도 개발되어 있기도 하다. 삼림욕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근년에 들어와 등산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연은 도시적인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가 되고 있는데, 그것은 현대인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인들의 자기보존의 방법으로 본능적으로 채택된 것이다. 자연 속에는 도시적인 것을 해소해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현대인들은 가열된 생존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상생활의 연속은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이와 같이 도시생활에 지친 피로한 몸은 질병에 이환되기 쉽고 삶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자연 속으로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상태를 치유하거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결론은 이제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휴양림 안의 삼림욕장(5ha)은 식물이 발산하는 피톤치드(phytoncide)와 테르펜으로 하여금 유해한 병균을 죽이고 스트레스를 없애줌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준다. 또 울창한 숲속의 계곡 물가에 많이 있는 음이온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울창한 숲에서의 산책은 신체리듬을 회복시키고 산소공급을 원활히 하여 운동신경을 단련시키는 등 인체건강에 유익을 준다.

  정문에 들어서면 관리사무소(TEL : 041-540-2479 )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은 곤충표본실, 그리고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휴양관이다. 또 중심 지구에는 휴양림 안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잣나무동, 소나무동, 원앙동, 비둘기동, 고라니동, 토기동, 팽이동, 송이동 등 통나무로 지은 숲속의 집(10동)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물놀이터와 사계절 썰매장이 있다. 그리고 족구장, 다목적구장, 야외무대를 갖춘 잔디광장이 있어 체육활동도 가능하다. 1일 3,000명까지 이용이 가능하며, 1일 숙박 가능 인원은 160명 정도 된다. 
규모는 작지만 서울대 학생들이 기증하여 설치한 조각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인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영인산 동쪽에 위치한 영인면에서 자연휴양림 포장도로를 타고 중턱에 위치한 휴양림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격적인 등산은 잔디광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새소리를 들으며 잠시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왼쪽으로는 심두봉으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이 영인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로 나무계단을 거쳐 잠시 발길을 돌리면 수련장이다. 수련장에는 회의실, 숙소와 식당,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고, 가까운 곳에 관리동이 따로 있다. 왜 산등성이에 청소년수련장이 있을까 의아해서 물었더니, 한때 이곳에 주둔했던 미군부대의 막사를 증축한 것이라 한다.

 

  영인산자영휴양림 옆에 2012년에  개원한 영인산수목원은 약52만㎡의 부지에 지구별 테마를 설정하고 중심지구, 습지학습지구, 계곡학습지구, 복원지구 등에 다양한 형태의 주제와 테마를 주어 암석원, 침엽수원, 약용식물원, 습지원 등 다양한 주제공간을 갖추고 있다. 수목원은 국민들의 자연학습장 뿐만 아니라 식물을 자원화하고 국제적인 수목원으로 육성하여 자연휴양림 및 산림박물관 등과 연계한 산림종합 문화 휴양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영인산 산림박물관은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6043㎡ 대형 규모로 본관과 별관 2개동으로 나눠져 있다.  본관에는 모두 3개의 전시실이 운영되는데 ‘사람과 산’ , ‘사람과 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산림생태계와 환경보전을, 별관에서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실감콘텐츠를 통해 휴식과 치유를 선사하고 있다.


 전시관을 살펴보면 본관 제1전시실은 산림대를 따라 분포하는 목재들이 실물 전시되고,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를 관람객이 모형으로 직접 조립하는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생명의 근원인 씨앗의 번식을 통한 자연계의 근원을 알아보는 공간과 아산에서 자생하는 식물표본과 숲 속 동물들의 집짓기 모습이 디오라마 모형으로 구성돼 있다. 사막화 등 사라지는 숲을 통해 자연보호 실천을 할 수 있는 자연학습 공간도 운영중이다.

 

 


 
  알고보니 영인산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산이었다. 이 지역은 시대마다 민족의 시련을 감내한 흔적을 안고 있다. 나당연합군에 맞선 백제가 이곳에서 7년 동안의 전쟁을 벌였고, 청일전쟁 때도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실제로 영인산에는 산성의 저ㅏ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일제시대 때 일본군이 일장기를 꽂았다는 깃대봉도 이곳에 있다. 6·25전쟁도 빗겨가지 않아 연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전쟁 직후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고 미군부대가 80년대 말까지 37년 동안 주둔했다.

 

  청소년수련장 옆을 지나 약수터 한 모금 마신 다음 1998년 9월 1일 세운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으로 오른다. 이곳이 연화봉이다. 깃대봉을 거쳐 이어진 연화봉에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이 세워진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그러나 지나치게 거대한 탑은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아늑한 산봉우리에 높이 24m의 탑을 꽂아놓겠다는 생각은 과연 누가 했던 것일까. 타박타박 산길을 걸어 오른 등산객들에게 이런 탑이 과연 ‘민족과 영광’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시멘트로 발라놓은 육중한 탑은 마치 영인산에 꽂은 두 자루의 칼을 연상시킨다.

 

 

 

 

 

  연화봉에서 깃대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휴양림에서 정상까지는 50분이 소요된다. 산 정상에는 산불감시탑과 허물어져가는 건물이 하나 서있다. 이곳으로부터 약수터부근까지 이어진 영인산성도 역사의 흔적이다. 산 정상에 서면 서해 바다와 삽교천, 아산만 방조제와 아산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흐린 날씨 탓에 잘 보이지는 않으나 멀리는 천안까지 굽어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시사철 많은 탐방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런 지형적인 특성이 전략의 요충지로 여겼을 만하다. 등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정상에 서면 부듯한 왠지 상쾌하다. 어디선가 가는 바람 한 줌이 귀를 스치며 속삭인다.

 

 

깃대봉에서 바라본 정상

 

영인산 정상,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중략)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신경림의 “목계장터” 중에서


 등산로는 여기서 끝나지만 다시 내려와 상투봉으로 이어지는 길로 빠져날 수도 있고, 정상에서 성터, 헬기장 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고, 염치 쪽으로 방향을 틀어 세심사(洗心寺) 방향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 찾아가는 길 *


1. 서울→서해안고속도로→송악IC→삽교방조제→인주사거리→영인면 (휴양림)
2. 서울→서해안고속도로→서평택IC→안중→아산만방조제→인주 사거리→영인면
(휴양림)
3. 서울→경부고속도로→판교IC→천안IC→아산(온양)→영인면 (휴양림)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