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동백섬
바다와 어우러진 부산시민의 휴식처
글·사진 남상학
이른 아침에 동백섬을 찾았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싱그런 동백의 풋풋함을 보고 싶었다. 동백섬,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남해안에는 동백섬이란 이름을 가진 섬이 많다. 현재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해운대구의 해운대도 일반 통칭은 동백섬이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해수욕장의 서쪽 끝에서 바닷가로 쑥 튀어나와 있는 동백섬은 형태가 다리미를 닮았다고 해 '다리미섬'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섬이었으나 장산폭포를 흘러내린 물과 좌동 동쪽 부흥봉에서 내려온 물이 합류한 봄내(春川)가 중동, 우동 지역 충적평야의 모래를 실어 내려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이다.
섬 전체 면적은 14만9678㎡로, 1999년 3월 9일 부산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됐다. 섬을 빙 둘러 930m의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공원 내에는 신라 말기의 유학자 고운(孤雲)최치원(崔致遠) 선생의 동상과 시비 등이 있다.
옛날에는 동백나무가 많았으나, 현재는 곰솔 군락과 동백나무 군락이 어우러져 있다. 자생수종은 곰솔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팔손이 때죽나무 등 20여 종과 마삭줄 고비 사철담쟁이 인동덩굴 환삼덩굴 담쟁이덩굴 등 지피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동백섬에는 높이 2.5m의 인어상과 동백공원이 들어서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해운대는 (동래)현의 동쪽 18리에 있고 산이 바다 속에 든 것이 누에 머리 같으며, 그 위는 모두 동백 두충(杜沖) 송삼(松杉) 총롱(蔥籠) 창취(蒼翠)로 사시(四時)가 한결같다. 봄과 겨울 사이 동백꽃이 땅에 쌓여 지나가는 말발굽에 밟히는 것이 3~4치나 된다.
신라 최치원이 일찍이 대를 쌓아 유상(遊嘗)하였다는 유적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했으며, 1863년 일본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의 해사일기에는 "해운대는 대 앞에 괴암이 층층으로 층이 지고 곡곡으로 굽어졌는데, 해천만리(海天萬里)가 높이 열린 것 같아 흉금을 활짝 열고 만상 모두를 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해운대 동백섬은 최치원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유적지일 뿐 아니라 예로부터 그 경관이 매우 뛰어나 유명한 시인묵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이 작은 섬은 경치가 빼어나 옛 선인들조차 설레는 마음과 편안함을 동시에 안겨다 준 곳이기도 하다. 정상에는 작은 광장과 전망대도 있다. 광장에는 동백 그늘을 따라 벤치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고운 최치원 선생의 인간적인 풍모와 업적을 포함하여 그의 문학적 향기를 맛볼 수 있다.
흘러가는 저 물은 돌아 못 오고
봄빛만 사람을 괴롭(히)누나
애틋한 아침 비 부슬거리고
꽃들은 피고 맺고 저리 곱구나
난리 때라 좋은 경치 주인이 없고
뜬 세상 명리도 쓸데없는 것
아내는 원망스레 소매 붙들고
구태어 이 술잔 자주 못들게 하나
동백섬 정상에 새겨져 있는 최치원 선생의 시 '춘효(春曉)'에는 봄새벽의 외로움이 배어 있다. 최치원은 1 2세의 어린 나이로 당나라에 유학하여 1 8세에 관리시험에 합격하였고 그 곳에서 관직을 수행하면서「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등을 써서 이름을 날리다가 1 7년 만에 귀국하였다.
신라에서는 그에게 문필직(文筆職)을 주어 한동안 관리로서 활동하면서 사산비문(四山碑文) 등 주옥같은 문장을 남겼으나 42세 무렵 관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신라는 골품제라는 신분제를 운용하면서 인재등용의 기준을 능력보다는 신분에 두었다. 6두품이었던 최치원은 신분적 한계에서도 진성여왕에게 시무(時務) 1 0여조를 올려 개혁을 시도했으나 진골귀족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최치원의 방랑생활은 해운대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현재 동백섬 주위에는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동백공원으로 가꾸어 놓았다. 동백섬 허리를 둘러 바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순환 산책로를 조성하였다. 입구에 있는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어느 쪽으로 돌든지 한 바퀴 돌아 제 자리에 닿는다.
한 바퀴 돌면서 해안 풍경과 멀리 부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고, 산책로 주변의 등대와 해운석각(정자), 누리마루 등의 멋진 장소에서 여유롭게 쉴 수도 있다. 특히 해운대해수욕장이 보이는 해변에는 사람들이 쉬면서 편하게 즐길 수 해변데크를 만들어 놓아 근접한 거리에서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물론 주변 바위에 만들어 놓은 인어상과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동백섬이 유명해 진 것은 울창한 동백나무와 송림으로 둘러싸인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는 유리로 지은 현대식 건물 누리마루에서 APEC 제2차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부터였다. 이 건물은 APEC 이후 기념관 및 고급 국제회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등대가 있는 곳에서 누리마루와 그 뒤로 보이는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멋진 사진이 된다. 특히 해운대 해수욕장과 인접해 있어 동백섬은 부산의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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