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달맞이고개
해운대에 인접한 신세대 취향의 낭만과 문화의 거리
글·사진 남상학
해운대 달맞이 언덕길에 서면 멋진 시야만큼이나 가슴이 열린다. 그것은 아마도 신세대 취향의 낭만과 멋과 문화가 깃들어 있어 때문이다.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부르는 사람 없어도 달려가는 이유가 거기 있다.
부산 여행의 일번지로 불리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서면 오른쪽에는 조선비치호텔과 동백섬이 있고, 왼쪽에는 유람선 선착장 뒤로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와 바다 쪽으로 쑥 나온 언덕길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흡사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와우산(蝸牛山)이라 불리는 곳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미포육거리에서 송정검문소에 이르는 고갯길 5km 정도 거리는 예부터 달맞이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와우산 자락을 타고 바다를 바라보며 넘나드는 고갯길, 한쪽으로는 해운대의 절경이 다른 한쪽으로는 청사포와 송정까지 내려다 보여 예부터 부산 최고의 산책길이었다. 길이는 짧지만 열다섯 번의 굽이가 있어 15곡도라고도 불린다. 특히 이 고갯길은 초봄 벚꽃이 만개할 때는 아주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해운대 쪽에서 고갯길을 오르면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달맞이 동산비가 있고, 송정 쪽으로 약간 치우진 중간지점에 해월정이 서 있다. 해월정에 서면 툭 터진 바다에 멀리 오륙도가 보이고, 광안리 해수욕장 앞에 걸린 광안대교와 해운대 해수욕장의 한 자락이 보인다.
서기로운 구름 감도는 / 동해의 푸른 기상
오륙도 굽이 돌아 / 하늘에 이른 해운대
동백꽃 붉게 피어 / 긴 바람 에워싼 와우산
드리우고 바다 건너 그리운
님에게 꿈을 실어 / 봄빛 나르는 갈매기…
해월정 시액에 적힌 글을 읽노라면 저절로 흥이 돋는다. 특히 이곳에선 보름이 가까워지면 달빛과 어우러진 바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데, 해월정 옆 소나무 가지 사이로 떠오른 달빛이 낭만 그 자체다. 그래서 달맞이고개는 부산 8경의 하나이자 해운대 12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근에 새천년 기념시계탑이 있다.
이제 이곳 달맞이 고개는 천혜의 전망 덕에 10여 년 전부터 언덕을 따라 분위기 좋은 카페(cafe)와 라이브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다. 외관부터 근사한 서구풍 건물은 저녁만 되면 라이브와 맥주향이 진동하는 신세대 취향의 문화거리로 탈바꿈한다. 고개 입구부터 해월정을 중심으로 이 일대에 내내 분위기 있는 카페, 음식점, 모텔 등이 있어 연인들의 오붓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 준다. 또한 이곳에는 부산에온 외지 관광객들이 낭만을 즐기려 많이 찾아온다.
그 중에서 해운대 해변도로 달맞이길 입구에 있는 웅장한 통나무 레스토랑 <알렉산더>(051-746-5971)는 외관부터 근사하다. 앞뒤로 뻥 뚫린 2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조망 권에 시선을 빼앗기는 곳. 바닷가 언덕에 솟아 있는 통나무 집으로 규모 또한 대단한데, 통나무 레스토랑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 통나무집의 전장(全長)이 어림잡아 50m는 될 것 같다.
<언덕위의 집>(051-743-2212)은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15년 전 문을 연 이후 부산 사람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곳으로 달맞이 언덕이 시작되는 초입에 자리잡고 있다. 아마 달맞이 언덕에서 가장 유명한 곳일 것 같다. 통유리 창 너머 정면에서는 짙푸른 동해바다를, 오른편으로는 새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해운대 해변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밤이 되면, 반짝이는 해운대 백사장과 파도가 그림 같은 야경을 선사한다.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바가 자리잡고 있으며 예쁜 머그컵을 판매하는 기프트샵도 있다.
달맞이 길과 환상 궁합을 이룬 <나팔꽃>(051-747-9001)은 실제로 달을 맞이하기 좋은 언덕배기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1층은 바, 2층은 카페, 3층은 고급 레스토랑이 자리잡은 복합 공간으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면 카페 바로 밑으로 달맞이 길과 벚나무 가로수가 펼쳐지고, 고개를 들면 짙푸른 동해바다와 멀리 대마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품격 라이브 레스토랑 <오! 해피데이>(051-744-2600)는 달맞이 언덕에서 해안에 가장 가까이 자리잡은 라이브 레스토랑. 언덕배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해운대 해변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즐비한 환락의 문화와 함께 달맞이 고개엔 고품격의 예술혼도 함께 숨 쉬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가의 진품만 선보이는 동백아트센터를 비롯해 특색 있는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 힐’, ‘X갤러리’, ‘051 포토갤러리’, ‘최장호 갤러리’, ‘마린 갤러리’, ‘열린화랑포토갤러리’ 등 다양한 전시관 10여개가 골목마다 하나씩 숨어 있으며, 송정쪽 끝머리에는 부산출신의 추리작가인 김성종씨가 세운 추리문학관이 있다.
1992년에 개장한 추리문학관(051-743-0480)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이다. 대지 180평 연건평 500평(지상 5층 지하 1층 ) 총 좌석수 322석을 갖춘 이 문학관은 그 희소성과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문화시설이며, 더욱이 설립자 개인의 사재는 물론 문화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담긴 독창적인 발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여느 문화시설들보다 그 가치가 더 돋보인다.
추리문학관에 들어서면 세계문학사에 빛나는 위대한 작가들의 대형 사진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헤밍웨이에 이르는 문호들의 걸작 사진 100여점 넘게 전시되어 있다. 도서관에는 추리소설 1만 3천권을 포함하여 총 3만 5천여권의 장서가 있고, 1층에서 4층에 걸쳐 열람실을 갖추고 있다. 1층 '셜록 홈즈의 방'은 커피향이 은은한 카페다. 원탁과 편안한 의자가 여기저기 놓여 있고, 벽돌 서가에 꽂힌 책들이 여유롭다. 이곳에서는 예술작품 속에서 차와 함께 망중한을 즐길 수 있어 문학과 예술의 공간으로 터를 넓히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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