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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소래포구, 아픔의 역사 딛고 관광의 명소로 탈바꿈

by 혜강(惠江) 2007. 9. 28.

소래포구

아픔의 역사 딛고 관광의 명소로 탈바꿈

 

·사진 남상학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소래포구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름부터가 그렇다.  소래포구의 ‘소래(蘇萊)’는 원래 신라시대 당나라 장군 소정방(蘇定方)이 나당(羅唐)연합군으로 백제를 정벌할 때 이곳에 왔다(萊)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래포구가 생기게 된 유래 또한 그렇다. 1930년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3년 소래염전이 들어서고, 일제가 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천일염(天日鹽 )을 수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1937년 국내 유일의 협궤열차가 다니는 수인선 철도를 건설하면서 발전된 마을이다. 이곳 포구는 본래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축척 1:50,000 지형도에 보면 바다 한가운데 비쭉 나와 있는 곳으로 시흥시 월곶동으로 건너다니던 도선장일 뿐이었다.

 

  이곳으로 모여들어 전마선으로 고기를 잡고 범선을 이용하여 가까운 바다에 나가 새우를 잡고 젓갈을 만들어 수인선 열차를 타고 나가 머리와 등에 이고 지고 인천, 부평, 서울 등지로 다니며 팔아 생계를 유지해 왔으나 영세한 생활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천 내항이 준공된 후 새우잡이를 하던 소형어선의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한산했던 소래포구가 일약 새우파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무동력선을 동력선으로 개량하면서 어선의 수도 차츰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포구에 각종 해산물과 새우(새우젓 포함) 등이 풍성해지자 수인선을 이용하여 수원, 인천 등지에서 상인들이 몰려오고, 일반 소비자들도 구경삼아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직접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또 젊은이들은 협궤열차를 타고 이곳까지 몰려들어 포구의 낭만을 만끽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때부터 주변에 튀김집, 횟집이 하나 둘씩 생기고, 소래어촌계는 포구로서의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관광객 유치에 앞장서 점차로 관광객이 늘어났고, 80년대 들어서부터 대단위 관광어촌으로 발전했다. 어시장에는 350여 개의 좌판 점포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포구로 들어오는 큰 길 양옆에는 대형 횟집들이 불을 밝히고 있고, 종전 소래 역사(驛舍) 앞길에서 포구로 이어지는 구길(어시장 옆 골목)과 포구 뒤편으로는 생선구이 집들에선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여 포구의 색다른 느낌을 준다. 

  다만 이곳을 운행하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소래포구의 정취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 협궤열차는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으로 1995년 12월 운행을 중단했다.

  소래포구는 동해나 남해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을 가지고 있다. 이곳 포구는 천연포구로 천연적 갯골과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폭이 100m 남짓한 갯골을 따라 썰물 때면 바닥이 완전히 드러났다가 밀물 때가 되면 만선의 꿈을 안고 출어한 소형 어선들이 물길을 따라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들어온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최고 9m나 되므로, 출어한 배들은 밀물 물길을 따라 들어와서 각종 해산물을 포구에 부려놓으면 조용하던 포구는 갑자기 시끌벅적 떠들썩해지고, 분주해진 아낙네들은 잡은 고기를 분류하느라 재빠르게 손을 움직인다. 이때는 포구의 갈매기들까지 부산하다.   

  연안에서 잡아오는 해산물은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 꽃게, 주꾸미, 전어, 광어, 삼숙이, 놀래미, 새우, 소라, 어패류 등인데 그나마 최근에는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해산물 좌판은 자연산 아닌 양식한 것과 수입산이 자리를 메워가고 있어 마음이 씁쓸하다. 그러나 전국 각지의 특산 수산물을 수협에서 직접 수매하여 소래 수산물 직매장을 통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므로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래의 영광은 여전하다. 소금으로 날렸던 한때의 명성은 이제 온갖 젓갈과 어류들의 공판장으로 그 명성을 바뀌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우선 일일조업으로 생선의 신선도가 좋아 맛 또한 우수하며, 어패류, 건어물류, 젓갈류 등을 언제든지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나 지금이나 소래포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젓갈이다. 젓갈류에는 꼴뚜기젓, 속젓, 밴댕이젓, 게젓 등 다양하다. 소래에서 나는 좋은 소금과 오래 축적된 그들만의 노하우가 만들어낸 새우젓은 각지의 아낙들을 몰려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특히 김장철에 파는 김장용 생새우가 가장 잘 팔리는 종목이다. 소래장 성수기는 6월, 9월, 11월이다. 싱싱한 수산물을 맛보려면 물때를 잘 맞춰서 찾아와야 한다.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한 3일이 가장 좋은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썰물을 타고 나갔다가 밀물을 타고 들어오는 고깃배가 아침저녁으로 소래에 닿기 때문이다. 이때는 입구의 횟집도 좋지만 노천횟집에서 생선을 바로 사서 자리를 펴고 먹어도 좋다. 2만 원 정도면 서너 명은 푸짐히 먹을 수 있다.  

  포구의 정경을 구경할 겸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계절에 관계없이 붐빈다. 특히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인천이나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거의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며, 특히 김장철에는 새우젓을 사러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필자가 소래포구를 찾은 시간은 오후 1시, 물 빠지는 시간이라 고작 십여 척의 어선들이 밧줄에 몸을 묵은 채 무심하게 흔들리고 있을 뿐, 생동하는 바다의 느낌이라고는 쉬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항구 뒤쪽의 어물전만이 한낮에도 훤하게 불을 밝히고 바다보다 더 큰 몸집으로 사람들을 내왕시킨다. 

  그런데 소래포구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 한 가지, 포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면 주변 환경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정비가 되지 못한 데다 망가진 어구와 어망들이 방치되어 있고, 생활용 오·폐수들이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소래포구 갯골로 버리고 있어 소래 연안이 오염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지어진 주변 고층아파트 숲에 걸맞게 포구 역시 허름하고 지저분하고 초라한 모습에서 시급히 탈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답답하다.

  다행히 협궤열차 소래역 주변부터 궤도가 지나가는 일대는 현재 공사 중에 있다. 도시 서민들이 즐겨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발하려는 정비사업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은 공원 겸 쉼터로 꾸며진 철교 옆 장도포대가 있는 곳까지 관광벨트로 묶는다면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모두 갖춰진 명소가 될 것이다.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포구를 가로질러 놓인 가느다란 철교하나가 심심한 포구 풍경에 그나마 눈 맞출 거리가 되어 준다. 그 위로 작은 열차가 뽀얀 연기를 휘날리며 달렸을 예전에는 지금 보다 훨씬 예쁘고 정겨운 풍경이었으리라. 열차가 없어지고, 덩그마니 철길만 놓였다가 이제는 아예 그 철길마저도 판자를 덮어 월곶 쪽으로 왕래하는 다리로 사용하고 있다.  입장료는 없다. 주차는 어시장 앞의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는데, 10분에 1,000원의 주차비가 부과된다.


* 찾아가는 길 *


1. 서울 동부지역이나 강남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신갈에서 인천방향의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 다음 월곶나들목에서 나오면 된다. 바로 만나는 큰 도로에서 인천/시흥방향으로 우회전해서 500여m를 가면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고가도로 앞에 닿는다. 고가  앞에서 월곶 신도시와 소래대교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곧바로 소래대교다. 대교에 올라서면서 1차선으로 들어간 다음 대교가 끝나는 내리막 길 끝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들어가면 풍림아파트를 지나 100m를 가면 왼쪽방향에 소래 공영주차장이 있다.

2. 서울 서부지역이나 영등포, 또는 도심지역에서 가고자 한다면 제 2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고 편하다. 남동나들목에서 나온 다음 바로 만나는 도로에서 좌회전해 남동공단방향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 큰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안산가는 길이 나온다. 이를 따라 고개하나를 넘으면 바로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소래포구 이정표가 나온다. 이를 지나도 다음 막다른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조금만가면 왼쪽으로 풍림아파트를 끼고 소래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3. 서울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전철역 백운역에서 하차하여 역 광장에서  20번 시내버스를 타거나, 제물포역이나 동인천역에서 21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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