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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운길산 수종사(水鐘寺), 그리고 두물머리

by 혜강(惠江) 2007. 3. 15.

 

운길산 수종사 & 두물머리

한적한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조망 일품

              

 

·사진 남상학

 

 

 

 

 운길산(雲吉山, 610m)은 서울에서 동쪽으로 40km,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두물머리(양수리)에서 서북쪽으로 4km 거리에 솟아 있는 산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해당한다. 산세가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하여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에 적합한 곳이다. 산 아래까지 시내버스가 연결돼 교통이 편리하다.

 

 

◆수종사 둘러보기

 

  운길산은 수종사(水鐘寺)가 있어 산을 찾는 재미를 더한다. 구 양수대교  에서 새터/대성리 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의 산중턱에 작은 절집 하나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곳이 바로 수종사다. 진중리 바로 못 미쳐 왼쪽으로 난 소로(小路)로 접어들면 마을 앞에 차 몇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수종사 문턱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 갈 수도 있지만, 산에 온 재미도 느낄 겸 다른 여행객들에게 주는 피해도 줄일 겸 마을 앞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게 좋다. 시멘트로 포장된 산길을 따라 이리저리 굽이쳐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수종사다. 중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잠시 오르면 북한강 줄기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운치도 감상할 수 있다.

 

 

 

  적당히 등에 땀이 맺히고 가쁜 숨이 가슴을 답답하게 할 즈음 수종사를 알리는 간이매점이 눈앞에 나타나고 최근에 지은 듯한 일주문이나 눈앞을 막아선다. 일주문에서 좀 떨어져 길손을 반기는 석불의 어깨너머로 수종사의 자태가 여렴풋이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돌계단을 올라 수종사 앞마당에 서고 나서야 비로소 이 길을 왜 올라와야 했나를 깨닫게 된다. 대웅전 앞에 선방이 마련되어 있고 선방 옆에 양수리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 비슷한 공터가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북한강의 자태는 서울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장면 중 하나라 할만하다. 언제 그런 게 있었나 싶은 두물머리, 강 속의 섬들. 자신의 눈높이에서 강마을을 비추는 햇살이 강물에 반사되어 투명한 먼지처럼 눈앞을 어지럽히는 풍경들이 가히 압권이다.

 



  옛날 서거정이 이곳에 올랐다가 동방 사찰 중 제일의 경관이라고 격찬해 마지않았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겨우 한 시간여를 걸어서 이만한 풍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으랴 . 큰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산들과 굽이굽이 산 사이를 가르는 물줄기의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 터다.

 

 

 

  두 강이 만나 한길로 흐르는 양수리의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강물과 다리, 산줄기, 하다못해 아파트까지 두물머리의 모든 것이 조화롭게 여겨질 정도로 사람을 홀린다. 한 편의 그림이라면 날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슴푸레한 모노톤 수채화거니 파스텔톤일 게다. 일찍이 서거정, 초의선사, 정약용, 송인, 이이 등이 머물던 곳으로 시 몇 수가 전해진다. 

 

   겨우 서너 개의 행랑채가 나란히 서 있는 수종사는 그 규모에 비해서 내력은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1890년(고종 27)에 지은 《수종사중수기》에는 운길로 나오고, 그보다 오래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조곡산이라고 적혀 있다.

 

 

 

   피부병 치료를 위하여 유숙하게 된 조선의 7대 임금인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가 이곳 양수리에서 날이 저물어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 해가 저물고 세상이 고요한데 난데없이 밤새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 찾아보니 18나한을 모신 토굴의 물 떨어지는 소리였다 해서 수종사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세조는 이 일을 길조(吉兆)로 여기고 절을 짓고 친히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고 전한다. 지금은 굴은 온 데 간 데 없고 약사전 바로 아래 작은 옹달샘으로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을 따름이지만, 세조가 심었다는 은행나무는 500년의 수령을 자랑삼으며 북한강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은행나무가 어찌나 우람한지 그 풍채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안내판에는 수령이 525년, 높이는 39m, 나무둘레가 7m로 되어 있다.

 

 

 

  눈 아래 펼쳐진 그림들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이제 대웅전주변을 살펴보자. 지방문화재 제22호인 팔각오층석탑이 퍽이나 아름답다. 흡사 오대산 월정사의 8각 9층 석탑을 축소해 옮겨다 놓은 형상이다. 또 하나 대웅전의 문살을 눈 여겨 볼일이다. 단청의 빛이 바래고 문고리엔 까만 녹이 슬어 얼핏 볼품없어 보이지만, 꽃을 수놓은 듯 정교하고 단아한 모습이 문살로서는 가장아름답다는 내소사의 문살에 버금간다. 

 

  또 수종사에는 이 땅에서 가장 좋다는 물이 솟는다. 물맛이 좋아 차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약사전 앞 석간수로 끓인 녹차는 말년 고행으로 돌아온 다산 정약용이 다성 초의 선사, 추사 김정희와 교류하며 즐겨 마셨다. 대웅전 옆쪽으로 수각(水閣)이란 구조물이 있는데 출입금지되 있다. 아마도 이곳이 종소리를 내는 물이 떨어지던 곳이 아닐까? 지금은 수종사 경내 찻집인 삼정헌(三鼎軒)에서 그 기분을 재연할 수 있다. 찻값을 받지 않으니 ‘선다일미’ 깨달음의 길에서 <선과 차는 둘이 아니다>라는 화두가 더 가깝게 잡힌다. 

 

 

   정약용은 유수종사기(留水鍾寺記)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수종사는 천년의 향기를 품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온 누리에 울리며,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온 셈이다. 수종사는 신라 때에 지은 고사인데 절에는 샘이 있어 돌 틈으로 흘러나와 땅에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낸다.' 

 

  운길산 산행의 묘미는 서북 능선을 타면서부터 맛보게 된다. 수종사에서 나와 북서 능선을 타고 쉬엄쉬엄 걸어 2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적갑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하산 길은 3가지로 올라온 길을 따라 되돌아 내려가거나 수종사 지나 왼쪽으로 빠져 송촌리로 내려간다. 또는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타면 463m고지-새재고개- 고대농장을 거쳐 덕소로 빠지는 종주코스를 밟게 된다. 

 

 

 

<운길산 산행코스>

(1) 송촌리 → 수종사 → 정상 → 463봉 → 새재고개 → 고대농장(10km, 3시간 40분)
(2) 진중리 → 수종사 → 정상 → 송촌리 (6km, 2시간 20분)

 

▲수종사 가는 길

* 도로안내 : 청량리역 쪽에서 갈 경우는 망우리고개를 넘어 쭉 직진하다가 도농삼거리에 서 덕소 방면으로 계속 직진하고 팔당대교, 팔당댐을 지나 조안면보건지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수종사에 도착(1시간 30분 소요), 올림픽대로를 이용할 경는 미사리 조정경기을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댐, 조안면보건지소 등을 거쳐 수종사에 도착

* 전철 이용 : 중앙선 운길산역에서 하차하여 수종사까지 도보로 이동
* 현지교통 : 청량리역 앞에서 일반버스 2228번 타고 삼거리 검문소(진중삼거리 검문소)
에서 하(1시간 정도 걸림)하여 도보로 약 20분정도 소요.

 

 

◆두물머리

 

  산을 내려와 두물머리, 그 멋진 현장을 찾아가 본다. 구 양수대교를 건너 200여m쯤에서 우회전 신 양수대교 교각을 지나면서 한참을 직진하다 좌회전하면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나오고 바로 그 앞이 두물머리 강변이다.  글자 그대로 양평의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이 되는 두 강의 합수점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양수리(兩水里)’는 ‘두물머리’의 한자어이다. 그러나 현재 ‘두물머리’라는 작은 강변 공간은 정확이 두 강의 합수점이 아니고 남한강변 쪽에 치우쳐 있다.

 

  두물머리는 사실 장소도 협소하고 이렇다 할 볼거리도 없다. 단지 수령이 4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강변에 서 있고, 강가에는 황포돛배 한 척이 떠 있어 이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가 적당해 여러 드라마와 CF의 배경이 되면서 찾는 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자 양평군에서는 느티나무 옆에 ‘두물머리 고인돌’ 덮개를 전시해 놓고, 인근에 강변 산책로와 수생식물 생태공원을 만들어 생태학교를 열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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