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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오이도(烏耳島), 섬이 아니면서 ‘섬’으로 불리는 해양 관광지

by 혜강(惠江) 2007. 2. 28.

 

오이도(烏耳島)

 

섬이 아니면서 ‘섬’으로 불리는 해양관광지

 

 

 

·사진 남상학

 

 

 

  내가 오이도에 처음 갔던 것은 1972년 가을 어느 공휴일이었다.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 두 분과 함께 안양까지 가서 역광장 건너편에서 오이도행 시외버스를 탔던 것으로 기억된다. 버스는 흔들리는 비포장길로 1시간 30분 가량 달려 염전을 지나 오이도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20여호 정도 옹기종기 모여 사는 바닷가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 날 우리는 바닷가에 자리를 펴고 마을 아주머니들이 뻘에서 잡아온 낙지 한 코(20마리)를 사서 코펠의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하루를 즐긴 적이 있다.  그 후 나는 그 마을의 정경이 너무 좋아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우리 가족이 또 한 차례 다녀왔다.  

 

  오이도는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속한다. 원래 본토 해안에서 4㎞ 떨어져 있던 섬이었으나 오이도가 섬 아닌 섬이 된 것은 1922년에 일제가 염전을 만들기 위해 이곳과 안산시간 제방을 쌓은 뒤부터였다.   그 후 오이도는 자동차가 드나드는 섬 같은 육지가 되었고, 그리고 시화지구 개발 등으로 198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섬 서쪽에 해안을 매립, 이주단지가 조성되어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가 형성되었다.

 

 


  원래 오이도는 조선 초기에는 '오질애(吾叱哀)'였다가 성종조에 '오질이도(吾叱耳島)'로 개칭된 후, 일인이 와서 섬의 지세를 살피고, 귀처럼 생겼다 하여 ‘오이도(烏耳島)’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삼면이 바다여서 만조 때는 출렁이는 바다내음을, 썰물 때면 살아 움직이는 바다 생물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더없는 명소이다. 
더욱이 조선 초기에는 군사상 중요시되던 곳이어서 봉화대가 설치되었으며, 조개무지에 올라앉은 섬이라고 지칭될 만큼 섬 전체가 패총지대이다. 

 

서울대박물관은 2001년 오이도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신석기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빗살무늬토기 조각, 백제토기가 다량 매장된 조개무지(패총)층, 통일신라시대 토기, 온전한 형태의 온돌과 움집터 등을 집중 출토했다. 


 오이도처럼 지명만 섬일 뿐 육지가 되어버린 곳들이 여럿 있다. 이러한 지역들의 공통점은 거의가 관광단지로 변모해 했다는 것과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이면서도 섬에서 찾을 수 없는 도시적인 분위기가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안산의 시화방조제 초입에 있는 오이도 또한 마찬가지다. 일제시대만 해도 서해안 최대의 염전이 있었던 곳이기도 했지만,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섬으로서의 기능과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저 바닷가마을의 풍취만 안고 있을 따름이다.  

 

  아쉽게도 현재의 오이도는 그리 낭만적인 어촌의 풍경은 아니지만 새로 잘 닦아놓은 해안도로와 방파제 산책로,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늘어선 상가와 모텔들. 해변에는 온통 횟집들과 식당들이 가득 차 있고, 방파제로 만든 둑길은 산책하기에 좋고, 곳곳에 바다와 일몰을 보기 위한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방파제를 겸해 쌓아놓은 뚝길을 걸어보니 꽤나 낭만적이다. 썰물 때 드러나는 드넓은 갯벌과 밀물 만조때의 출렁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바다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다. 또한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물의 아름다움과 바다를 마음껏 감상하도록 만들어 놓은 방파제 길과 곳곳에 설치한 전망대, 특히 붉은 색이 인상적인 붉은 등대 모양의 노을전망대도 한몫을 크게 하고 있다.   

 

   오이도의 일몰 무렵을 놓치기 싫어서 아예 방파제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오이도의 일몰 무렵을 가장 황홀하게 맞을 수 있는 곳은 등대이다.  오이도의 명물로 등장한 등대는 뱃길을 비추는 대신 ‘낙조전망대’란 이름으로 오이도의 장엄한 일몰 풍경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전망대는 일반 건물의 6, 7층 높이. 원형으로 설계돼 있으니 오이도의 시내 풍경과 일몰의 바다 풍경을 골고루 볼 수 있어 좋다. 입장료가 없는 것도 매력. 이곳 '낙조전망대'에서 저 멀리 섬 뒤로 지는 일몰을 감상하는 것 또한 오이도의 매력이다.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전망대 입구 마루판에서는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포즈를 취하고 있고, 바다를 향해 놓여 있는 벤치에는 젊은 연인이 어깨를 맞대고 앉아 사랑을 속삭이기에 바쁘다. 

 

 이곳 오이도 종합어시장은 450여개의 매장이 있는 규모가 큰 어시장이다. 오이도 어민이 잡은 각종 수산물을 바로 당일 경매를 통해 위탁 판매하여 소비자에게 값싸고 싱싱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매력적인 수산시장이다.  이 수산시장에서 해산물을 공급 받아 영업을 하는 음식점 거리가 대규모로 바닷가 제방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각종 회와 해물탕, 철판구이, 조개구이, 바지락 칼국수 등 해물을 이용한 모든 메뉴를 제공한다. 

 

 

 

 한편 선착장 주변에는 고깃배들이 막 잡아온 고기들을 내놓고 난전(亂廛)을 펴고 있다. 또 한 쪽에서는 소라를 삶아놓고 팔기도 하며, 양식굴을 따다 망에 담아 팔기도 한다.  당일 잡은 쭈꾸미를 파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은 주문과 동시에 초장과 쫄깃한 쭈꾸미 회를 한접시 담아 손님들의 입안을 즐겁게 하고 장사하는 아주머니들의 입담에 주당들의 웃움소리는 갈매기 소리와 뒤섞여 평화로운 포구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주변의 번듯한 횟집을 찾기보다는, 이 난전에서 떠주는 즉석 회를 즐기며 바닷가 정취에 빠지는 것을 멋으로 여기기도 한다. 

 

  섬이었던 탓에 아직도 육지와 연결된 동쪽면만 빼고는 삼면이 바다여서 만조 때는 출렁이는 바다 내음을 맛볼 수 있지만, 썰물 때의 갯벌은 살아 움직이는 바다 생물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가족 중심의 나들이 장소로도 괜찮다. 물 빠진 갯벌에 온몸을 내 맡긴 채 잠에 취해 있는 고깃배들이 최소한의 어촌 풍경 또한 한가하고 평온한 느낌이다. 

 

   식당 아주머니의 말로는 '평일이니까 이렇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고 한다.  수도권에 인접한 탓일까? 같은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이웃에 있는 월곶해안에 비하여 횟집들은 그 규모나 시설에서 오이도가 단연 압권이다. 또 주로 해산물을 사러오는 몰려드는 소래포구가 있긴 하지만 회집의 규모나 숫자는 오이도가 훨씬 많은 편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한때 섬이었던 오이도만이 가진 매력 때문일까?   그런 탓인지  실상 오이도는  ‘갯벌’과 ‘섬’이라는 느낌 때문에 예술작품에도 많이 등장했다. 김종철의 시집 <오이도가>를 비롯해 정동수의 소설 <떠도는 섬>, 윤후명의 소설 <오이도>, 임영조의 시 등이다. 

 

 

 

시흥시는 이 오이도를 해양단지로 계속 개발하고 있다.  머지않아 이곳에 패총유적공원까지 들어서게 되면, 수도권에서는 꽤 좋은 생태 체험장이자 교육의 효과도 높은 가족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현재, 오이도와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총 연장 12.7km의 시화방조제가 완공되어 그 장대한 위용을 드러냈다.  시화방조제는 간척사업 최대의 난공사로, 특히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최고 10.3m, 최대유속 1초당 7.5m로서 6시간마다 한강의 홍수 경보와 유사한 9억 6천만m³의 바닷물이 드나들며 4~5톤 크기의 바위덩어리들을 흔적 없이 휩쓸어 가는 공사 여건 속에서 이루어낸 국내 최대의 방조제이다.   앞으로 시화방조제에는 유속을 이용한 조력발전을 위하여 대공사 중이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4차선의 시화방조제 도로는 오이도와 대부도를 연결하여 바다 관광휴양지 및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시화방조제로 들어가는 오이도 입구에는 시화지구 체험학습장을 겸한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제 오이도는 그리 먼 곳이 아니다. 이제는 서울에서 4호선과 수인분당선 전철을 타고 내려 쉽게 갈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전철로 쉽게 갈 수 있는 바다는 현재 인천과 오이도 뿐이다.  이 모두가 오이도가 가진 매력이리라.

 

* 오이도 관리사무소(관리사무소  031-498-567 )
* 주변 여행지간 거리(차량) : 옥구공원:10분, 소래포구: 25분, 대부도:20분,  제부도:30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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