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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문화일반

<영화> 월드 트레이드 센터, 진정한 인간애(人間愛)의 감동 실화

by 혜강(惠江) 2007. 1. 22.

 * 월드 트레이드 센터(World Trade Center)

진정한 인간애(人間愛)의 감동 실화 

 

 

 

2001년 9월 11일, 그날의 사건

전 세계를 충격으로 빠뜨린 사건을 이야기하다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는 뉴욕의 세계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두 대의 항공기에 의해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TV로, 또는 두 눈으로 목격해야 했다. 수천 명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남기고 미국인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 준 이 사건은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며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듯 역사적인 사건을 그것도, 아직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상업영화화 한다는 것은 소재의 구애를 받지 않는 헐리우드에서도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그 과정은 곧이어 극영화 제작소식으로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단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화 소식이었다. 세인들은 이슈메이커로 명성이 자자한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만드는 작품인 만큼 당연히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요란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그가 세상에 내놓은 작품은 그 기대와는 확연히 다른 영화였다. 전 세계를 충격 속에 휩싸이게 했던 세기적인 사건은 그 사건의 중심에서 희생자이자 피해자인 보통 사람들에게 촛점을 맞춰 끔찍한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강한 의지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탄생된 것이다.

  지금 현재 영화를 통해 9. 11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정치적 논쟁거리가 아닌, 그 논의들 이면에 가려진 절망을 딛고 일어선 보통 사람들의 삶과 그 삶을 지탱해 온 가족의 사랑에서 찾았던 것이다.

 

 

 

2. 영화의 줄거리

9월 11일, 평범했던 그날의 아침은
전 세계에 잊을 수 없는 사건을 만들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월드트레이드센터의 잔해 더미에 갇힌 사실을 알게 된 뉴욕 항만관리경찰국 소속 경찰관인 존 매클롤린과 윌리엄 J 지메노의 영웅담 같은 실화를 따르고 있다.

  4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이자 뉴욕도시를 순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뉴욕, 뉴저지의 항만경찰청 경사 존 맥라글린(니콜라스 케이지 분). 그날도 그는 뉴욕 중심가의 순찰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로 거대한 비행기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순간, ‘꽝’하는 굉음과 함께 다급히 세계 무역센터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되어 실려 나오는 사람들과 여기저기 파편에 맞아 신음하는 사람들, 그리고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람들. 마치 생지옥과도 같은 그곳은 항공기 두 대에 의해 세계 무역센터가 붕괴되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곳이었다.



 

 

우리는 기다리는 가족이 있기에 살아 돌아가야 한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다급한 지원요청에 의해 ‘존 맥라글린’ 경사를 비롯한 4명의 대원들은 사고가 난 건물로 들어가지만 순식간에 건물은 무너져 내리고, 건물의 잔해 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맥라글린’과 ‘히메노’ 단 둘뿐이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안도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감각을 잃어가는 다리와 메케한 공기, 무거운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만 간다.

  한편 바깥 세계가 지켜보며 기다리는 동안 스톤은 또 경찰관 가족들, 특히 부인들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또 해병대 출신인 데이비드 카니스가 실재 슈퍼맨처럼 군복으로 갈아입고 해병대 병사들이 하도록 훈련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즉 어떤 위험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임무를 완수하러 떠난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12시간, 그들을 살린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한편, 사고소식이 알려지자, 그들의 가족들은 남편과 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고, 건물더미에 깔린 두 사람은 비참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스톤은 자신의 과거 작품에 아주 많이 주입했던 정치적인 예언들을 삼가고, 대신 확실한 ‘지옥’인 6m 두께의 강철과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된 두 남자가 연출하는 드라마에서 관객이 보이지 않는 증인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

  결국, 이들은 끔찍한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강한 의지로 살아남는다. 이 영화는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끝을 맺는다.

 

 



2. 올리버 스톤 감독, 실화와 만나다.

세계인을 울린 것은 무너진 세계 무역 센터가 아닌,
그 곳에서 죽음과 싸우던 사람들이었다.

 


  만드는 영화마다 논란을 불러 일으켜온 헐리우드의 거장 감독 올리버 스톤은 9. 11 사건의 영화화를 고민하면서 처음엔 정치 스릴러 형태의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드레아 버로프가 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본 순간 간단명료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는 시나리오에 매료되었고 곧바로 영화화작업에 들어갔다.

  그를 그토록 끌어당겼던 것은 엄청난 재난에 내던져진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그들의 정신이었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뜨린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을 헤쳐 나왔던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인간의 힘과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실화’를 끌어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어떤 정치적 이슈로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게 그날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전할 수 있는 그날의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는 9.11 사건을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내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그 사건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향해 보내는 남아있는 자들의 추도이자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이다. 또한, 영화화 작업에 있어서도 실제 인물들의 얘기를 다룬 만큼 그 사건의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영화제작에도 참여시키며 사실에 충실하려 애썼다.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가감 없이 그려낸 영화는 그 속에 담겨진 인간애로 진한 감동을 안겨주며 감독의 파워풀한 연출에 힘입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3. 니콜라스 케이지와 올리버 스톤의 만남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가 그려낸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가장 비극적인 하루

 

올리버 스톤 감독과 니콜라스 케이지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이슈였다.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거장 감독과 거물배우가, 그것도 한 번도 함께 작업을 해보지 않은 그들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

  올리버 스톤 감독은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부터 니콜라스 케이지를 떠올렸을 만큼 니콜라스 케이지와 그가 연기해야 할 실제인물인 존 맥라글린은 외모에서부터 닮아있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본 니콜라스 케이지도 올리버 스톤 감독과 시나리오가 그리고 있는 감동적인 얘기에 흔쾌히 응해 두 사람의 역사적인 조우가 마침내 성사됐다. 두 사람의 결합이 가져온 시너지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내공이 충만한 감독을 만나 무거운 가장의 책임을 떠안은 무덤덤한 남편이자 아버지로, 그리고 직장에선 책임감이 투철한 상사로 살아가는 보통의 미국 중산층 가장의 모습을 과장되지 않게 그려냈다. 그는 실제주인공인 존 맥라글린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그날의 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검은 먼지로 가득 찬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린 채 눈빛과 대사만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실감나는 연기로 그만의 위력을 과시한다.

 

 

 

4. 진심을 담은 연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

희망을 얘기하는 강인한 그들
마이클 페냐, 매기 질렌할, 마리아 벨로


  마이클 페냐는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크래쉬>에서 맥시칸 열쇠수리공 다니엘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무너진 건물더미에 묻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려야만 하는 극단의 상황에 처한 윌 히메노역을 깊이 있는 연기로 훌륭하게 소화해내 니콜라스 케이지의 카리스마에 주눅 들지 않는 연기내공을 보여준다. 더구나, 정직한 그의 얼굴과 눈빛에서 만들어지는 진심어린 연기는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순수한 감동을 끌어낸다. 
 
  그리고, 윌 히메노의 아내를 연기한 매기 질렌할과 존 맥라글린의 아내역으로 열연한 마리아 벨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남편의 생사를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아내의 절박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연기력이 만만치 않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이 같은 절묘한 화음은 ‘가족’이란 단어에 가슴 뭉클함을 느껴본 누구나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보증하는 힘이 되고 있다.

 

 

 

* Special Pages *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한 그 사람들의 마지막 말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붕괴 참사 현장과 피랍비행기에 타고 있던 희생자들은 그들이 사망 또는 실종되기 직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통해 처절한 마지막 말을 남겼다…

 ˝여보 사랑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아마도 살수 없을 것 같아. 여보, 사랑해. 아이들을 잘 부탁해… ˝
(2001.8월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있는 직장에 취직해 출근하기 시작해 9월 11일 변을 당한 스튜어트 T 멜처(32)가 부인에게 남긴 전화)
 
 ˝여보! 나야. 내가 탄 비행기가 피랍됐어. 그런데 상황이 아주 안 좋은 것 같애.
  여보 나 당신 사랑하는 거 알지? 당신 다시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
  만약 그렇게 안 되면. 여보, 인생 즐겁게 살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당신 사랑하는 것 알지. 나중에 다시 봐˝
(월드트레이드센터빌딩에 충돌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175기에 타고 있던 승객 브라이언 스위니(38)가 부인 줄리에게 자동응답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남긴 전화메시지)

˝사랑해. 세계무역센터에 지금 있는데, 이 빌딩이 지금 뭔가에 맞은 것 같아.
  내가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어. 여보, 당신을 정말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안녕.˝
(채권거래회사 캔터 피츠제럴드의 채권브로커 케네스 밴 오켄이 부인 로리에게 실종 직전 남긴 전화메시지)
 
˝엄마! 이 건물이 불에 휩싸였어. 벽으로 막 연기가 들어오고 있어.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어. 엄마, 사랑해. 안녕.˝
  (월드트레이드센터에갇혔던 베로니크 바워(28)양이 어머니 대픈 바워스에게 전화를 통해 마지막으로 한 전화내용)

˝난 아무래도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아. 넌 내 인생 최고의 친구였어.˝
  (한 남성이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친구에게 보낸 e-메일 내용)

  ˝리즈! 나야. 댄이야.
  우리 빌딩이 폭격을 당했나봐. 난 지금 78층까지 내려왔어. 난 지금 괜찮은데 아무래도 동료들이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될 것 같아. 걱정 말고 나중에 봐. ˝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일하는 대니얼 로페즈가 부인 리즈의 자동전화응답기에 실종 전 마지막으로 남 긴 메시지 내용)

 

 

 

5. 소회(所懷)


  이 영화는 9.11 사건을 실화로 하여 끔찍한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강한 의지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탄생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전 세계를 충격 속에 휩싸이게 했던 세기적인 사건은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왜, 어째서, 이토록 무시무시한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나야 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핵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을 각오하더라도 그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야말로 이 사건을 다루는 작품의 당연한 몫이 아니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얼굴이 다소 실망스러워 보인 것도 아마 이런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남상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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