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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5

땅끝순례문학관, 해남 ‘땅끝’에서 키운 시문학의 꽃 땅끝순례문학관 해남 ‘땅끝’에서 키운 시문학의 꽃 글·사진 남상학 전라남도 땅끝마을 해남은 ‘시문학의 성지’이자 ‘호남 문학의 산실’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문인들을 다수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해남에 그들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그 성과를 발전시키기 위해 2017년 땅끝순례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조선의 시가 문학을 이끈 독보적인 시인, 고산 윤선도의 정기가 깃든 고산윤선도유적지 내에 자리를 잡았다. 문학관 밖에 조성된 야외공원에는 여러 개의 시비가 들어서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한옥과 양옥이 절충된 독특한 외관의 땅끝순례문학관에는 해남에서 태어났거나 연고가 있어 머물렀던 여러 문인의 생애와 다양한 문학세.. 2022. 2. 9.
고백 - 편지 6 / 고정희 고백 - 편지 6 - 고정희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감 전 되 었 다 - 시집 《지리산의 봄》(1987) 수록 ▲이해와 감상 한 문장, 스물한 자로 된 이 시는 간결한 형식에 간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다. 시인인 ‘나’는 시적 대상인 ‘너’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을 ‘전깃줄’이라는 시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나’가 ‘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 때문에 마치 ‘전깃줄’에 감전된 것처럼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전깃줄’은 그다지 긴 길이가 아니기 때문에 시인이 만나러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과 설램 그리고 그리움이 ‘전깃줄’이라는 시어와 잘 어울린다. 특히 이 시에서 주목할 것은.. 2020. 4. 13.
우리 동네 구자명 씨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 고정희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 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거부.. 2020. 4. 13.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시집 《이 시대의 아벨》(1983)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상처받은 내면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2020. 4. 12.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 일러스트=잠산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 2020.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