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오면
- 어머니날에
- 남상학
바다에 오면
바다는 늘 푸르게 살라 하네
하얀 모래밭에 젖은 옷 벗어 놓고
답답한 가슴 열라 하네.
바다에 오면
바다는 늘 출렁이며 살라 하네
산 넘어 몰려 오는
천둥과 먹구름
맑은 바람에 씻으며
파도치는 가슴으로 살라 하네.
바다에 오면
바다는 늘 낮아지라 이르시네
어둔 밤의 돌개 바람
길 없는 성난 파도
넓은 품에 잠 재우며
큰 바위처럼
침묵하라 이르시네.
저무는 바닷가 노을에 젖어
다정한 음성으로
푸르게 일깨우는
한평생 바다로 살아오신
한결같은 모습의 내 어머니
바다에 오면
인자한 얼굴에
미소 머금고
어머니가 걸어 오네.
<작자의 말>
어머니날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늘 그립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날엔 버릇처럼 바다로 간다. 바다에 오면 환영(幻影)처럼 어머니의 모습이 어린다. '행여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어린 것이 걱정되어 밀물이 드는 시간에는 키 큰 미루나무처럼 내가 초등학생이 되도록 멀리서 지켜보고 계셨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는 그 바다를 생존의 터전으로 삼으셨다. 살을 에는 삼동(三冬)의 바닷바람을 마다 않고 굴을 따던 어머니 물이 채 빠지기도 전에 찬물에 발목 적시며 바지락을 캐던 우리 어머니 동상(冬傷)에 붓고, 얼굴이 퉁퉁 부우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는 내가 대학공부를 마친 이듬해 사남매만 덩그렇게 남겨놓은 채 훌쩍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울컥 솟는다. 오호통재(嗚呼痛哉)! 풍수지탄(風樹之歎)! (Lamentation for one's departed parents). 그리워서 찾아간 어머니의 바다는 바람이 머리를 쓸고 가듯이 예나 이제나 늘 다정하게 내게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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