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느 강과 노트르담 성당
낭만과 추억이 흐르는 세느 강과 노트르담 성당
글·사진 남상학
파리는 정말 아름답다. 청명한 날씨, 화려한 경치, 다양한 볼거리 때문만이 아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 아래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 노천카페의 사람들을 바라보면 ‘과연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뿐인가.
세느 강에 놓인 아름다운 다리 밑으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세느 강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에서도 파리의 멋과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제국의 영광을 재현해 놓은 유적과 유물들, 문인, 예술가들의 발자취, 그리고 멋을 아는 프랑스인들의 삶의 모습들이 즐비하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파리에서는 명소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지만, 가장 파리다운 풍경을 찾는다면 먼저 세느 강을 들 수 있다. 파리는 세느 강을 끼고 타원형으로 발전했다. 타원형의 긴 쪽이 약 11km이고 짧은 쪽은 8km이다. 강은 파리 시가지의 중앙을 동서로 흘러 일 드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을 관통하여 영불해협으로 빠져나간다. 그 중간 부분에 파리가 있고, 강의 휘어드는 부분에 시테 섬과 생 루이 섬이 있다. 그래서 파리 중심을 흐르고 있는 세느 강은 파리 관광의 중심이 된다.
한강에 비교한다면 세느 강은 샛강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의 폭이 좁고 주변에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다리만 비교해도 한강의 육중한 철교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강폭이 좁으니 다리도 재주껏 모양을 내기가 쉬웠을까. 다리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 작품이나 다름없다.
세느 강에는 36개의 다리가 있다. 18세기말까지만 해도 이 가운데 두 개만 제외하고는 모든 다리에 아파트가 있었다. 그런데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공기의 소통을 막는다고 해서 모두 철거되었다고 한다.
강에 있는 유명한 다리로는 아폴리네르의 시와 샹송의 소재로 잘 알려진 '미라보 다리(Le pont de Mirabeau). 프랑스 시인인 아폴리네르(Apollinaire, Guillam, 1880-1918)는 그의 시에서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그러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서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이하 생략)
아폴리네르는 20세기 새로운 예술의 탄생과 연결된다. 새로운 예술은 ‘에스프리 누보(새 정신)’이란 구호와 함께 등장한 시인이다. 그는 단순하고 소박한 수법으로 마치 휘파람이라도 불듯이 시단에 등장하여 현대시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에게 이 시를 낳게 한 여인은 여류화가 마리 로랑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도 따지고 보면 ‘미라보 다리 아래 흐르는 세느 강’이었는지 모른다.
또,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잘 알려진 퐁네프다리(Pont Neuf), 퐁네프다리는 '늘 새로운 다리 같다'라는 뜻으로, 프랑스 사람들은 "퐁네프처럼 오래 쓸 수 있다"라는 말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할 만큼 튼튼하다. '새로운 다리'라는 뜻의 퐁네프는 아이러니하게도 세느 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다리위에 약간 반원형으로 돌출된 벤치가 있어 다리 중에서 유일하게 쉴 수 있다. 영화 속 퐁네프의 연인 미쉘과 곡예사 알렉스가 이 퐁네프다리에서 재회하는 모습을 연상해 본다. 작은 벽돌을 부채 살 모양으로 촘촘히 박아 차도를 만들고 우아한 교각에 갖가지 조각을 아로새긴 퐁네프다리는 16세기말 30년간에 걸쳐서 완공되었다고 하니, 여기서 우리는 성수대교의 아픔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찾아간 것은 토요일이었는데 토요일 오후의 퐁네프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제법 많은 사람이 연인 사이인 듯 민망할 정도로 부등켜안고 입맞춤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그윽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다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는 커플도 보였다. 이런 짙은 '프렌치'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이 있어 이곳이 그 유명한 사랑의 다리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파리 만국 박람회 때 생긴 다리로 앵발리드와 그랑팔레를 연결하는 알렉산드르 3세 다리(Le pont Alexandre III)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멋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다리로 정평이 난 알렉산드르 3세 다리는 1896~90년 사이에 만든 것이다. 아르누보장식의 가로등과 큐피트와 아기천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과 페가수스를 금박을 입혀 장식해 놓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파리의 정사'에서 나오는 비르아켐 다리는 구조가 2층으로 되었는데, 위층에 지하철이 달린다. 에펠탑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다리로서 파시와 왼쪽 강변을 연결한다. 생루이 섬의 중앙에서 왼쪽 강변에 걸쳐 있는 투르넬 다리의 왼쪽 강변 기슭에는 초호화 레스토랑 투르 다르장이 있다.
노트르담 후면에서 왼쪽 강변으로 걸려 있는 아르슈베세 다리에는 관광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이곳에서 대성당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이 다리에서도 많은 젊은 연인들을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껴안고 난간에서 키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유분방하게 사는 프랑스 젊은이들 삶의 한 단면을 보는 셈이다.
파리의 낭만, 세느강에 바토무슈는 흐르고
파리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테 섬을 중심으로 세느 강가를 따라가는 도보 여행을 하는 것도 좋으나, 아무래도 파리 여행의 백미(白眉)는 세느 강 유람선, 바토무슈(Bateaux -mouches)를 타고 강을 따라 즐비한 건물들과 파리의 다양한 모습과 보면서 풍광과 멋을 즐기는 것이 좋다.
자주 오가는 유람선들 때문에 가끔 소란스런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잔물결이 찰랑거리는 유람선에 몸을 맡기면 저절로 입가에서 서투른 샹송의 가락이 흘러나온다. 그러면 어느 새 '파리지앤느'가 되는 착각에 빠진다.
낮에 보는 세느 강은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폭도 좁고, 물은 탁하다. 그러나 보는 이의 시각과 감성에 따라 사물은 얼마든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파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세느 강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일몰 때부터 야간시간에 타라’고 권한다. 왜냐 하면 파리는 회색의 도시이며, 건물이 모두 희뿌옇다. 그래서 낮에는 전부 우중충한 느낌이지만 야간 조명이 비춰지는 세느 강변의 건물들은 황홀한 세계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세느 강 크루즈 시간은 낮 시간이어서 밤 화장을 한 파리의 야경은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유람선이 서서히 세느 강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양안에 펼쳐지는 수많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거만한 자태로 나를 압도한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파리의 다리들과 대표적인 건물들, 나는 파리를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아는 만큼 파리의 역사, 문화, 정치, 예술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유람선은 세느 강을 가로 지르는 36개의 다리 중, 10여개의 각기 다른 모습의 다리 밑을 지나게 된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다리를 감상하며 우안으로 콩코드 광장에 서있는 오벨리스크, 오랑쥐리 미술관과 마리 드 메디치 왕비를 위해 조성된 튈르리 공원(우안)과 레지옹 드누르 궁, 오르세 미술관(좌안)이 양쪽 강변을 가득 메운다. 또 우안으로 웅장한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가 멀어지면 에뚜와르 광장의 개선문, 카르젤 개선문이 선 카르젤 공원이 펼쳐진다. 카르젤 다리 좌안에는 볼테르, 오스카 와일드 등 유명 문호들이 살았던 오래된 저택들이 밀집된 생 제르망 지역이 펼쳐진다.
또 세느 강에 떠 있는 귀여운 섬 파리의 발상지인 시테 섬. 그 오른편으로 돌아가 퐁 네프 다리(Pont Neuf)를 지나면 우아한 건물들로 구성된 대법원, 13세기에 건립된 고풍어린 생 샤펠 성당 등이 스쳐 지나간다.
젊음의 거리로 이어지는 성 미셀 다리의 왼편으로 파리 경찰청, 그리고 명문 소르본 대학까지 이어진다. 쌍 다리라는 뜻의 두브르 다리(P. du Double) 오른편의 생 세브랑 교회와 생 쥴리앙 르 포부르 성당을 미처 보기도 전에 너무나 아름다운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관이 압도한다.
이어서 또 하나의 섬인 생 루이. 고풍스런 저택들로 가득한 생 루이 섬에 걸쳐진 뚜르네르 다리를 지나 생 루이 앙릴 교회를 왼편에 두고 슐리 다리(Pont Sully)를 지나면 강폭이 제법 넓어지는데 이곳에서 유람선은 한 바퀴 회전한다.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우안과 좌안이 위치를 바꿔 펼쳐진다. 역순으로 다시 한 번 이 모든 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처음 떠난 선착장에 돌아와 ‘이제 끝나는구나’ 아쉬워하는 관광객의 마음을 헤아린 양 유람선은 그냥 선착장을 스쳐 지나간다. 신이 난 관광객들. 선착장을 오른편에 두고 첫 번째로 만나는 알마 다리(P. de l'Alma). 그 우안 도로가 조르쥬 상크 대로로서 최고의 쇼핑가 샹젤리제 대로와 이어지고 일대는 두말할 것 없이 파리의 명소들이 밀집되어 있다.
좌안 도로는 황금 돔의 앵발리드 앞, 나폴레옹이 수업했다는 육군 사관학교로 연결된다. 우안으로 시립 미술관과 팔레 드 도쿄를 지나면서 듀빌리 다리(Passerelle Debilly) 좌안에는 통상부 건물이, 그리고 이에나 다리(P. d'Iena)를 끼고 우안에는 활짝 편 백조의 날개처럼 우아하게 선 사이요 궁과 거대한 에펠 탑이 마주보고 서있다.
아마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이며, 시테 섬 입구와 함께 세느 강 유람의 하이라이트 지점이다. 특히 야간 조명이 켜졌을 때의 아름다움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작은 섬에 걸쳐진 비르 아켐 다리와 그르넬 다리. 그르넬 다리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다리 옆에 조그만 여신상 하나가 놓여있다. 뉴욕의 상징인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 정부가 기증한 것인데, 이 작은 여신상이 바로 오리지널 모델이다. 크기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똑같은 모습이다.
시만큼 운치 있는 미라보 다리를 바라보며 유람선이 다시 회전하여 에펠탑의 위용어린 장면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동안 선착장에서 풍기는 메케한 기름 냄새에 관광객은 몽롱한 환상에서 깨어나 1시간 20분 만에 현실 세계로 다시 되돌아온다. 입가에 탄성과 부러움이 교차되면서 불현듯 여의도 주변 한강변이라도 이렇듯 아름답게 단장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노트르담의 곱추’로 잘 알려진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 성당이 유명해진 것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의 배경이 된 이후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1831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빅토르 위고가 28세 때였다. 노트르담의 종지기 꼽추 카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를 향한 그의 불행한 사랑 이야기인데, 영화로 많이 알려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세느 강으로 둘러싸인 시테 섬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노트르담(Notre Dame)'이란 말은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데, 노트르담을 말할 때 ‘노트르담만큼 프랑스 역사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곳도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역사의 변화 가운데 서 있다.
이곳은 본래 고대 로마인들이 제사를 지내던 장소로, 한때는 포도주 창고로 쓰이는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4세기 카톨릭이 국교로 되면서 성당이 세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루이 7세 때(1163년) 모히스(Maurice) 라는 파리 주교가 첫 주춧돌을 놓아 개축 공사를 시작했다. 이 공사는 1330년경 예배당 내부와 남탑, 북탑, 서쪽 정문 등을 완성함으로써 170여년 만에 끝이 났다. 프랑스 초기 고딕 성당의 대표작'이다. 정면 왼쪽에 북탑이 있다.
이곳에서 잔다르크의 명예 회복 심판의 장소가 되었고, 앙리 4세의 대관식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다고 한다. 또, 드골 장군의 장례식이 치러진 역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우선 노트르담에서 놀라는 것은 그 규모와 화려함이다. 규모는 내부 길이 130m, 폭 48m, 높이 35m, 수용 인원은 9천명. 정면은 고딕식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특히 정면과 남북 측면에는 직경이 9.6m나 되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끼워 넣은 창문들이 있는데, 북쪽의 창문들은 13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트르담의 성당은 그 외형뿐 아니라 내부 장식 또한 훌륭한데 성당은 스테인드 글래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참으로 아름답다. 성당 안에는 프랑스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일요일 저녁 18:45부터 연주되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미사 시간에 가면 파이프 오르간 연주와 성가대의 합창을 들을 수 있다.
스테인드 글래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오르간 연주를 듣는다면 한편의 영화가 따로 없을 것이다. '성당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스테인드 글래스의 북쪽의 것이 구약성서의 내용으로 꾸며져 유명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꼭대기 탑에서 바라보는 시테 섬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파리를 방문하여 세느 강을 유람하며 세느 강변의 노트르담 성당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파리 관광의 큰 목적을 달성했다는 느낌이다. 세느 강 물결 따라 유서 깊은 역사의 도시 프랑스의 겉모습을 바라보며 세느 강변의 아름다운 다리, 그 다리에 얽혀진 역사와 사랑이야기, 그리고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멋과 낭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소설과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노트르담 성당을 찾아 이곳에 얽힌 사랑이야기와 프랑스의 역사를 그 현장에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건 여행자에게는 분명 큰 행복이다. 이런 행복을 안고 내일 있을 탐방에 기대를 다시 걸며 잠자리에 들었다.
<끝>
'해외여행 및 정보 > - 프랑스, 독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프로방스, 영원히 살고픈 佛 최고의 전원 풍경 (0) | 2009.09.19 |
---|---|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0) | 2007.04.23 |
베르사유 궁전, 프랑스 절대 왕조의 상징 (0) | 2006.01.21 |
'빨간풍차'의 물랑루즈와 화가의 거리 몽마르뜨 (0) | 2006.01.18 |
프랑스 파리, 역사와 예술의 향기가 묻어나는 낭만의 중심지 (0) | 2006.01.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