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임진각에서
분단의 비극 너머 평화를 염원하다
글·사진 남상학
분단의 비극을 말할 때 우리는 쉽게 파주를 먼저 떠올린다. 그 이유는 파주의 판문점과 임진각 때문이다. 판문점은 정전협정 조인 장소이며, 정전협정 이후 유엔군과 북한군의 공동경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군사분계선에서 7km 남쪽으로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임진각은 6.25 전쟁의 비극이 그대로 남아 있는 대한민국 대표 평화관광지이다. 여기에 만약 북한군이 다시 불법 남침을 시도할 경우 파주는 지리적으로 서울로 진입할 수 있는 최단 거리라는 점에서 남북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이슈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파주시 평화누리길
평화누리길은 2010년 5월 8일 개장된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을 걷는 길이다. 평화누리길 총 12개 코스(김포 3코스, 고양 2코스,하다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 189km의 길 가운데 파주 평화누리길은 한국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평화 염원의 길로 6코스~9코스에 해당한다.
평화누리길 6코스는 ‘출판도시길’로 분동패지하차도→출판도시(이채사거리)→송촌대교→검단사입구→성동사거리에 이르는 16km로 걷는데 4시간 20분이 걸린다. 이국적 정취가 느껴지고 출판도시를 통과해 인공습지를 지나면 곧바로 농촌마을로 이어져 문발리, 신촌리, 송촌리를 지나면 탁 트인 한강 하구와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평화누리길 7코스는 ‘헤이리길’로 성동사거리→프로방스→오금교→내포리쉼터→반구정에 이르는 21km로 걷는데 5시간 30분이 걸린다. 하지만 헤이리마을, 프로방스카페촌 등을 거쳐 가게 되므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체류 시간을 알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후 펼쳐지는 반구정까지는 한가로운 긴 구간이 계속된다.
평화누리길 8코스는 ‘반구정길’로 반구정→임진강역→장산전망대→화석정→율곡습지공원에 이르는 13km 구간이며 걷는데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방촌 황희와 율곡 이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길이다. 특히, 황희 선생이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냈다는 정자 반구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또, 장산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북녘 풍경과 마주한다. 이이 선생이 제자들과 시를 지었다는 화석정에는 왕을 향한 일화가 전해져오는데 이곳 역시 유유한 임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평화누리길 9코스 ‘율곡길’은 율곡습지공원→파평면사무소→적벽산책로→자장리 마을회관→황포돛배→장남교(원당리)에 이르는 18km 구간이며, 걷는데 5시간이 걸린다. 이 길은 임진강 절경인 적벽 산책로를 통과하며 한적한 농로와 오솔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비교적 난이도가 크지 않은 코스이다. 이 길 위에서는 전쟁의 아픔과 경기도의 다양한 역사 유적을 만나는 것은 물론 자연과 역사,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자유로를 끼고가는 길
►통일교육의 장, 오두산통일전망대 (탄현면 성동리 659)
평화누리길 6코스 끝부분에 있는 오두산통일전망대는 1992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서울의 젖줄인 한강과 북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해발 118m의 오두산 정상에 있다. 이곳은 광개토대왕 비문에 나오는 관미성 터(오두산성)가 있는 곳으로 고대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지금은 서부전선의 최북단으로서 남과 북이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2km의 짧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휴전선 155마일 중 비무장지대 폭이 가장 짧은 곳이다.
국민의 통일 염원을 담아 건립된 오두산통일전망대는 석조건물로 외관이 우람하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되어 있는데, 지하 1층은 어린이 통일체험관, 지상 1층은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생필품 전시장인 상설전시실, 통일염원실이 있고, 2층은 극장 ‘그리운 내고향’, 3층과 4층은 전망실과 야외 전망대로 꾸몄다. 그리고 옥외에는 여러 대의 망원경을 설치하여 북한 지역을 두루 살펴볼 수 있고, 야외에 통일기원북, 평화의 상징탑, 고당 조만식 선생 동상, 망배단 등을 설치하여 분단의 비극을 통해 통일의 의지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가다듬게 했다.
실향민에게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장소이지만, 동족상쟁의 비극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통일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낄 수 있다. 서울에서 가려면 지하철 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내려 파주 033 마을버스를 타고 오두산통일전망대(통일동산)에서 내리면 된다.
►프로방스 (탄현면 성동리 82-1)
파주에 있는 프로방스 마을은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따뜻한 색을 가진 독립된 건물에서 각각의 컨셉을 갖고 운영되는 상점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소박한 스타일의 형형색색 건물들은 유럽의 낭만과 열정을 느낄 수 있어 데이트와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1996년 품격 높은 프랑스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유럽풍 베이커리와 카페,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국적인 음식 등 전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생활용품, 체험시설 등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 테마형 마을이다.
또한, 프로방스 마을은 온실 및 야외 정원을 조성해 꽃과 물이 공존하는 휴식공간을 제공하여 방문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축제 등을 기획하여 4계절 내내 방문객에게 다양한 문화 공연과 새로운 체험, 아름다운 이벤트를 선사하고 있다.
►헤이리 예술마을 (탄현면 법흥리 1652-239)
임진강을 끼고 자유로를 달려 통일전망대를 지나면 파주 헤 이리 마을이 나온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문화예술의 생산, 전시, 판매, 거주가 함께하는 통합적 개념의 특수한 공동체 마을이다. 헤이리 마을의 어원은 인근 지역에서 불렸던 금산리 농요(農謠)의 후렴구에 나오는 ‘에 헤이 에 헤이리’에서 유래되었다.
약 15만 평 규모로 통일동산 관광특구 내에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꿈꾸며 일정한 자격 조건을 갖추고 심사에 통과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예술가 300여명이 공동체 마을을 이루며 거주하고 있다. 수많은 갤러리, 박물관, 전시관, 공연장, 소극장, 카페, 레스토랑, 서점, 게스트하우스, 아트숍과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헤이리 마을에 가면 중앙에 갈대광장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정보를 얻은 후에 본격적으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예술마을은 크게 은행마을, 느티마을, 벚나무골, 창포마을, 참나무골, 밤나무골, 솔마을 등 일곱 개 권역으로 나뉘는데, 규모가 꽤 크니 미리 지도를 살펴 동선을 짜보는 것이 좋겠다.
이 안에는 20여 개 박물관과 수많은 갤러리, 카페, 게스트하우스, 소극장, 공연장 등이 있고, 예술인들의 창작과 주거공간이 있다. 건물마다 특색이 있어 외부에서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곳이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건물, 지형을 그대로 살려 비스듬히 세워진 건물, 사각형의 건물이 아닌 비정형의 건물 등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이 개성을 뽐내며 서 있다.
헤이리 마을을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는 것이다. 산책을 하다 재미있는 건축물을 만나면 카메라에 담고 그러다 마주치는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각종 미술작품이 자연의 생생한 숨결과 어울려 그대로 또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 되는 헤이리는 새로운 분위기를 찾는 연인과 가족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다. 인근에 오두산 통일전망대, 프로방스 마을 등을 둘러 봐도 좋다.
아름다운 호수와 정원
►마장호수, 출렁다리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
마장호수는 파주시 관탄몀 기산리에 있는 호수로 주변 푸른 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족, 연인들의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깔끔하게 조성된 공원과 분수대, 곳곳에 쉬어갈 수 있게 마련된 벤치, 야생화가 가득한 하늘계단, 호수 둘레길,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카페를 갖춘 낭만적인 관광지이다.
수변 경관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3.6km의 순환 산책로는 평탄하여 누구나 물빛풍경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고, 호수를 가로질러 설치된 길이 220m, 폭 1.5m의 출렁다리는 돌풍과 지진에도 안전하게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물 위를 걷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리 중간 18m 구간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되어 아찔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무서움을 느끼는 사람은 목제발판이나 철망을 걸으면 된다.)
산책길을 걷고 출렁다리도 건넜다면 15m 높이의 ‘전망대 카페’(15m)에 올라 차를 마시며 호수 전체의 전망을 감상하는 멋을 즐길 수 있다. 출렁다리 이용시간은 하절기(3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월~2월)에는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호수 주변에 여러 개의 주차장이 있다. 호수 주변에 용미리마애이불입상, 보광사, 벽초지수목원, 공릉관광지등이 있고, 황포돛배와 감악산 출렁다리 같은 파주시 연계 관광으로 볼거리도 많아 꼼꼼한 계획을 갖는다면 아주 알찬 여행지로서 손색이 없다.
►벽초지문화수목원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2005년 9월, 도마산초등학교 맞은편에 개관한 벽초지문화수목원은 갖가지 주제로 꾸민 정원과 산책로, 연못을 비롯하여 휴게건물, 실내온실, 체험·교육·세미나장, 잔디광장, 화훼재배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벽 같은 입구에 들어서면 약 13만 2,230m²여 평의 정원이 펼쳐진다. 중앙에 설렘의 공간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동양식 정원과 반대편 말리성의 문을 들어서며 시작하는 서양식 정원들로 조성돼 있다. 이 두 개의 정원이 한데 어우러진 식물원에는 교목 100여 종·관목 200여 종·자생식물 600여 종·수생식물 70여 종·일년생초화류 150여 종·숙근초화류 300여 종 등 총 1,420여 종의 식물이 철따라 저마다의 모습을 드러낸다.
소나무와 야생화·초화류로 꾸민 빛솔원, 초화류와 관목으로 꾸민 유럽풍 정원인 퀸즈가든(Queen'sGarden), 잎과 꽃에 무늬가 있는 식물을 모아둔 무늬원, 초화로 구성된 무지개원, 숙근초·야생화원이 있으며, 단풍터널길·주목터널길·버드나무길 등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한가운데 벽초지(碧草池)라 이름 붙은 넓은 연못에는 둥그렇게 연꽃이 피어나는 연화원이 있다. 연못에 설치된 관찰탐방로(수련길)를 따라 연못 안으로 들어가 각종 수생식물은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연못 한켠에는 각종 수생식물을 심어 놓은 습지식물원이 조성되었고, 연못가에 통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 무심교와 육각정자 파련정이 놓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벽초지수목원에는 수목원 외에도 보타니 브런치 카페, 먼치먼치 푸드코트, 기프트 숍, 벽초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갤러리, 화원도 자리 잡고 있다. 벽초지문화수목원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해질녘까지이다.
고매한 선비들의 자취를 찾아가다.
►반구정과 황희 선생 유적지
평화누리길 8코스의 시작점이 되는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강가에 반구정과 황희 선생 유적지가 있다. 황희 정승은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의 여러 요직을 거치면서 세종 연간에는 19년간 의정부 최고의 관직인 영의정에 재직하면서 세종 대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청백리였다.
이곳에는 황희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벗하며 지냈다는 반구정(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2호)과 황희 선생의 영정을 모셔놓은 방촌영당(경기도 기념물 제29호) 그리고 황희 선생의 동상 등이 있는 공간이다. 황희 선생 영당은 세조 1년(1455) 후손들이 선생의 유업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 6·25 때 전부 불탔으나 1962년 복원하여 영당 내부 중앙에 별도의 감실을 두고 선생의 영정을 모셨다.
반구정은 황희정승이 말년에 고향에 돌아와 지낸 곳이다. 먼저 반구정에 오르면 시원스레 흘러가는 임진강의 모습이 일품이다. 예로부터 갈매기가 많이 모여들어 갈매기를 벗 삼는 정자라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 반구정 옆 앙지대는 반구정이 있던 옛터로 1915년 반구정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지은 육각 정자다. 앙지대는 황희 선생의 덕을 우러른다는 뜻이다. 두 정자 모두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었지만 1967년 이후 몇 번의 개축과 증축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바로 아래 임진강 줄기를 따라 쳐진 철조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화석정(花石亭)과 율곡 이이(李珥) 유적지
황희 선생 유적지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화석정이 있다. 파주시 파평면 임진나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율곡리 임진강 변에 서 있다.
조선전기 문신 이명신이 건립한 누정(정자)로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초익공(初翼工)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이곳은 원래 고려 말기의 문신 길재(吉再)의 유지였던 자리였다. 1443년(세종 25)에 이명신(李明晨)이 건립하였고 1478년(성종 9)에 이숙함(李淑瑊)이 화석정이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자운서원 일원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복합문화공간, 임진각
►임진각
►자유의 다리 (독개다리)
►망배단과 망향의 노래비
►경의선 증기기관차, 철도 중단점
►평화의 종(鐘)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그곳에는 납부자 가족들이 납북자 가족임을 드러내 놓고 말을 못 한 채 지내온 세월의 아픔이 배어 있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평화누리공원
2005년에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면적 약 99만㎡의 넓은 잔디 언덕에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었던 임진각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희망, 통일의 상징으로 조성한 공원이다.
►임진각 평화 곤돌라
평화곤돌라는 임진각에서 탑승하여 임진강을 가로질러 민통선 지역인 캠프 그리브스 간 850m를 연결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곤돌라 시설이다.
DMZ 안보관광
►제3땅굴
►도라전망대
►최전방 마을, 통일촌
감악산 가는길
임진각에서 나와 동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적성면 감악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쪽 길가에 영국군설마리전투추모공원이 나온다.
►영국군설마리전투추모공원
공원 입구 평화의 문을 지나면 공원조성비와 글로스터셔 연대의 상징인 베레모 형상의 대형 조각, 영국군 동상, 글로스터셔 다리, 파주영국군설마리전투비가 위치하고 있다. 추모공원의 쉼터는 울창한 나무와 그늘이 있으며 글로스터셔 교 아래 계곡물이 흐른다. 파주시에서는 1976년부터 매년 4월 설마리전투 생존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산화한 넋을 위로하는 추모행사를 거행한다.
►감악산 출렁다리 (적성면 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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