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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천사섬 분재정원,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분재의 천국

by 혜강(惠江) 2023. 10. 27.

 

 천사섬 분재정원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분재의 천국

 

글·사진 남상학 / 염호섭

 

 

  1004개의 섬을 자랑하는 전라남도 신안 바다는 섬들로 가득 차 바다정원을 이룬다.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에 있다. 압해도는 한자로 누를 압(押), 바다 해(海), 섬 도(島)를 쓴다. 낙지 다리가 세 방향으로 뻗어 바다를 누르는 지형을 하고 있다고 이름 붙었다. 낙지가 다리를 뻗은 곳답게, 낙지도 많이 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갯벌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압해도는 신안의 수많은 섬 가운데 가장 크다. 면적이 6390만㎡, 해안선이 190㎞나 된다. 주민도 5,000명 넘게 산다. 8개의 유인도와 70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신안군청이 압해도에 자리하고 있다. 압해도에 갈 때마다 압해도 송공리 앞바다에 세워진 노향림의 <압해도>라는 시가 생각난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 가자 친구여 / 서해 바다 그 푸른 꿈 지나 󰁚 언제나 그리운 섬 /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 하이얀 뭉게구름 저 멀리 흐르고 / 외로움 짙어가면 친구여 / 바다 소나무 사잇길로 가자 / 늘리(우리)보다 더 외로운 섬 압해도 / 압해도로 가자 가자 /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간 압해도의 가장 높은 산은 해발 230.9m의 송공산이다. 바다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송공산 산기슭에는 신안의 풍경을 압축해 놓은 듯한 또 하나의 정원이 있다. 바로 천사 분재정원이다.

  총면적 13만 7,000㎡(4만1,500평)로 만들어진 ‘천사섬 분재정원’에는 기기묘묘한 분재 1,000여 점이 미니어처 무릉도원을 연출하고 있다. 정원 안에는 분재원과 수목원, 초화원, 야생회 정원, 연못, 산림욕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다도해 바다정원도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애기동백 숲길과 산림욕장

 

  매표소에서 받아든 안내도의 3개 관람코스 중에서 3코스를 택했다. 점심을 배불리 먹은 터라 정원의 야외 숲을 따라 걷기로 하고 우측으로 접어들었다. 미니동물원이 나온다. 동물원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금계·은계와 토끼들이 자라고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다.

  작은 계곡을 지나면 아기 동백 숲길이다. 3km에 걸쳐 2만여 그루가 산책로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잎과 꽃․나무가 작다고 '애기동백'이다. 이파리가 찻잎과 비슷하다고 '산다화(山茶花)'로 불린다.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방문한다면, 산기슭을 온통 아름답게 장식하는 아기 동백의 붉은 자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2월에는 '1004섬 신안, 애기동백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축제를 열었다. 또, 산림욕장에는 메타세콰이어와 편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늘진 곳에는 맥문동 50만 주가 사철 푸르게 자라고 있다.

 

 

초화원의 팜파스 그라스

 

  잠시 쉴 겸 무인 애기동백카페에서 커피를 받아들고 야외테이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햇살 연못을 지나 초화원으로 향한다. 초화원은 분재정원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갖가지 초화가 우리를 반긴다.

  낯익은 감나무, 산수유, 해당화 등이 열매를 매달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황금 삼나무 숲과 ‘서양의 억새’로 불리는 팜파스 그라스였다. 하얗고 반짝이는 꽃술이 바람에 나부끼며 푸른 하늘에 비단길을 놓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그 외에도 겨울펜지, 페츄니아, 메리골드, 맥문동이 예쁘게 피어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다.

 

 

야외분재원

 

  초화원에서 분재정원의 가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야외분재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에는 발원지-암석원-1004폭포에 이르는 공간에 분재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분재목은 소사나무·주목·소나무·곰솔·보리수나무·모과나무·향나무·팽나무·등나무 등 모든 분재목을 망라하고 있어 분재의 집합을 보는 듯하다.

  특히 분재의 중요한 재료인 곰솔은 해송이라 불린다. 현재 전국에서 유통되는 곰솔의 상당수가 신안군 해안선에서 채취된 후 분재로 만들어져서 유통되고 있는데, 지역 명물 곰솔의 외부 유출을 막고 신안을 떠난 곰솔 분재를 고향으로 불러들이려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명품 분재정원으로 거듭나게 했다.

  전시된 분재 주위에 둔덕을 만들어 바람으로부터 분재를 보호하며, 관람 시 반대편의 분재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아 편안한 감상의 시간을 제공해 준다.

 

 

암석원과 연못

 

  야외분재정원 아래 만들어진 암석원은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홍도의 용섬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분재와 기암괴석으로 만들어져 산수화 한 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분재정원이라고, 분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생태연못과 삼림욕장이 잘 조성돼 있다. 이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풍문이 있다. 암석원 아래 바위들 사이로 흐르는 작은 폭포가 운치를 더한다.

 

 

유리온실 (실내분재원)

 

   야외에서 분재를 둘러보고 유리온실로 발길을 옮기면 이곳은 실내분재원이다. 이곳에도 300여 점의 분재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주로 잡목류가 전시되며, 동백·수사해당·수양매화·산사나무·마삭줄등이 전시되고 있다. 새로 신축한 유리온실에는 2021년 공매로 구입한 주목·소사나무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경거리는 수령 1500년 된 주목 분재다. 화분 생활 45년이 되었다는 이 주목은 밑동의 흰 부분은 죽고, 붉은 부분으로 영양을 섭취해 살아가고 있다.

 

▲분재박물관 내 1,500년 된 주목의 모습

 

최병철분재기념관

 

  평생을 분재 연구에 헌신한 ‘한국 1호 분재박사’ 고 최병철 박사를 기리는 갖가지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건국대학교 분재학 교수로 재직했던 최 박사는 지난 2009년 1004섬 분재정원 조성 과정에서 자문을 맡으며 신안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분신 같은 분재작품 200여 점과 조경수 50점 등 분재관련 자료를 분재정원에 기증했다.

 

 

저녁노을전시관

 

  저녁노을 전시관은 고향을 사랑한 신안 출신 화가 우암 박용규 화백의 한국화 작품 169점을 기증받아 2014년에 문을 열었다. 한국화의 대가인 우암 박용규 화백은 남종화의 조종인 소치 허련, 중흥조인 남농 허건의 외손이다. 미술관에서는 우암 박용규 상설전을 열고, 이와 함께 다른 전시회도 개최한다.

  미술관 안에 찻집이 있어 분재정원을 돌아보다가 쉬어가기 좋다. 찻집 앞마당이 일망무제의 바다정원이다. 앞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번잡한 속세의 마음을 씻기에 이만한 곳이 있을까?

 

 

송암 (松岩) 배롱나무 정원

 

  저녁노을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길에 배롱나무 숲을 만났다. 배롱나무는 꽃이 오랫동안 피어 목백일홍이라고도 한다. 7월부터 가을 초입까지 붉은색 꽃이 피는데 옛 선비들이 특히 좋아해 지금도 고택이나 서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배롱나무는 나주에사는 김정식씨가 김씨의 선조들이 200년 전 식재한 것을 기증함으로 이루어졌다. 나주에서 경찰차 호송을 받으며 왔다고 한다.

 

 

분재정원의 조각 작품들

 

  천사섬 분재공원에서 분재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분재공원 입구에서부터 양 옆에 도열한 분재들의 사열을 받으며 최병철분재기념관을 향해 가다보면 인근에 100여 점의 조각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 석조문화의 진수로 불리는 ‘쇼나조각’으로 분재와 조각이 어우러진 풍경은 보는 이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1004섬 분재정원에서는 사철 특별한 행사를 한다고 한다. 봄에는 꽃 분재 전시, 여름에는 크로코스미아 축제, 가을 대한민국 분재대전, 겨울에는 겨울꽃 애기동백 축제를 연다고 한다. 자연친화적 생태예술공원 속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사색, 휴식,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오후 한나절 분재정원을 걸으며 감사한 마음을 안고 돌아욌다.

 

 

● 여행 정보

 

►주소 :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읍 무지개길 330 / 전화 : 061-240-8778

►개방 : 오전 9시~오후 6시 (3~10월), 입장은 폐장시간 1시간 전까지 가능

 휴무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익일 휴무)

►괌람료 : 성인 10,000원 (단체 8,000원) / 청소년 및 군인 5,000원 (단체 4,000원) / 어린이 2,000원 (단체 1,000원 원) / 신안군민, 국가유공자, 장애인, 미취학아동은 무료 / 만 65세 이상 어른, 자매결연 시·군민은 10,000원 지불하면 신안상품권 10,000원 지급

※자매결연 시·군 : 강남구, 마포구, 노원구, 은평구, 옹진군, 고양시, 평택시, 하남시, 여주군, 양평군, 광양시, 울릉군, 경산시, 김해시, 철원군, 청양군, 영동군

►가는 길 : 130번 버스 (해양대 → 군청사 → 송공항), 150번 버스 (해양대 → 동부시장 → 신안군청 → 압해중앙 → 1004섬분재정원 → 송공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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