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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고흥 쑥섬, 섬 전체가 정원인 쑥섬 걸어서 한 바퀴

by 혜강(惠江) 2021. 10. 19.

 

고흥 쑥섬

 

섬 전체가 정원인 쑥섬, 걸어서 한 바퀴

 

다양한 꽃들과 주변 풍광이 어우러진 ‘일품 정원’

 

 

글·사진 남상학

 

 

 

▲쑥섬 선착장에 세운 쑥섬 힐링코스 안내도

 

  고흥의 작은 섬인 쑥섬은 전라남도 1호 민간정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했으며, 3년 동안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가고 싶은 섬’에 선한 바 있다. 지금 쑥섬은 탐방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쑥섬까지 가는 길은 거리상으로 만만치 않다. 우주 발사체 발사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군 최남단에서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까지 가야 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쑥섬은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운행하는 배를 타야 한다. 고흥 나로도항에서 2km,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 3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열두 사람밖에 못 타는 작은 배이므로 단체 여행일 때에는 여러 차례 나누어 타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따라서 성수기나 주말을 파하는 게 좋다.

 

 

▲쑥섬행 배가 떠나는 나로도연안여객터미널
▲배 뒤로 보이는 섬이 쑥섬이다.
▲우리 일행을 쑥섬으로 태우고 갈 '쑥섬호' 가 나로도항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다.

 

▲사철 꽃으로 가득한 쑥섬

 

  쑥섬은 면적 0.33㎢, 해안선 길이가 3.2㎞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臥牛形)으로 누워있다. 쑥의 질(약효)이 좋아 일찍이 ‘애도(艾島)’라 불리던 외나로도 앞 쑥섬이 꽃섬으로 변신했다. 섬 전체가 정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사철 꽃으로 가득하다.

 

  쑥섬이 꽃 정원이 되기까지는 교사와 약사인 김상현 · 고채훈 부부의 공이 컸다. 이들 부부는 1998년부터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칡밭을 일구어 직접 연구하며 꽃씨를 심고 쑥섬에 맞는 꽃모종을 만들어서 섬을 국내외에 보기 드문 ‘바다 위 비밀정원’으로 가꿨다.

 

  쑥섬은 2007년 민간의 정원을 발굴해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라남도 민간정원 프로그램의 첫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직접 마을길 청소, 돌담길과 숲, 탐방로, 바다 위 비밀정원인 꽃 정원 등 섬의 자원을 가꾸고, 나아가 숙원 사업인 상수도를 끌어들이고, 섬을 왕래하는 배를 마련하고 2016년부터 마을을 개방하여 외지인들의 쉼터와 힐링 코스를 만들었다.

 

  후박나무 우거진 난대원시림, 별 정원, 동백 정원, 수국 정원, 돌담길과 숲 탐방로 등으로 단장된 쑥섬에는 이름도 생소한 380여 종의 다양한 꽃들이 사시사철 피고 진다. 알록달록 꽃장식을 한 언덕 너머로 쪽빛 바다가 펼쳐지니 풍광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나로도항에서 쑥섬을 연결하는 ‘쑥섬호’를 타고 쑥섬에 들어서면 길 한쪽에 세워진 고양이 조형물이 맞이한다. 전라남도와 고흥군은 쑥섬을 '고양이 섬' 특화 마을로 지정하여 쑥섬을 ‘고양이 섬’으로 부른다.

 

 

▲쑥섬 선착장에 있는 고양이 조형물, 쑥섬에는 고양이가 많아 '고양이 섬'으로 불린다.
▲쑥섬 관광안내소와 갈매기 카페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걷다.

 

 

  쑥섬 탐방은 정해진 코스에 따라 걸으면 된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로컬매장(관광안내소), 갈매기 카페 옆( 탐방로 입구), 헐떡길, 난대원시림, 환희의 언덕, 몬당길(야생화길), 별정 원(비밀 꽃 정원)에 이른다.

 

  이어 여자 산포 바위, 남자 산포 바위, 신선대, 성화 등대를 탐방한다. 그리고, 마을 길로 내려와 우끄터리 쌍우물, 동백길, 사랑의 돌담길을 차례로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탐방은 끝난다. 이렇게 걷는 탐방로의 전체 길이는 3㎞에 불과하다.

 

 

▲쑥섬 탐방은 정해진 코스에따라 걸으면 된다.

 

 

►헐떡길

 

  탐방의 시작은 관광안내소와 갈매기 카페 사이의 계단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계단이 가팔라서 헐떡거리며 걸어야 하는 길이어서 ‘헐떡길’이라고 부른다. 3분여 걷는 숨 가쁘게 걷자니 등에 이마와 등에 땀이 맺힐 정도다.

 

 

▲쑥섬 탐방의 시작점과 헐떡길

 

 

►난대원시림

 

  그러나 헐떡길도 잠시, 난대원시림 길로 접어든다. 제주 곶자왈을 닮은 원시 난대림이 펼쳐진다. 400여 년 동안 마을 주민조차 제사를 지낼 때 외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비밀의 숲은 2016년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 때문에 자연이 키워낸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태고의 숲을 방불케 하는 이곳에는 푸조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육박나무 등 500여 종의 고목들이 저마다의 자태와 사연을 뽐내고 있다. 특히 마을을 굽어보는 당 할머니 나무부터 하늘에서 온 차사가 기르는 동물을 닮은 나무까지 빼곡하다.

 

 

▲난대 식물로 원시림을 이룬 숲길

 

 

 난대 원시림을 빠져나갈 때쯤 제주도의 환상적인 포토존이 나타난다안내판에 사진 찍는 구도까지 친절히 소개돼 있어 망설일 이유가 없다따라만 하면 무조건 인생 사진이다.

 

 

▲난대 원시림을 벗어나 포토존에서 인증사진 한 컷 (맨 아래 사진은 이광수 교장님 촬영)

 

 

►환희의 언덕

 

  난대 원시림을 지나면 환희의 언덕이다. 환희의 언덕에 서면, 해식애를 두르고 우뚝 솟아있는 돌출지형의 모습이 보이는데 쑥섬과는 방파제로 연결된 무인도다.

 

  무인도는 또 다른 방파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본섬과 함께 외나로도 항을 더욱 안전하게 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오랜 세월 풍상을 입은 기암괴석이 수평선을 바라보며 서 있는 절경은 가히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방불케 한다.

 

  벤치에 앉아 멀리 바라보면 여수 소거문도·거문도·손죽도·초도, 완도 청산도, 고흥 시산도·거금도·소록도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바람까지 살랑거리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다.

 

 

▲환희의 언덕에서 바라본 나로도항 풍경
▲환희 언덕에서 바라본 소거문도(좌) 손죽도(우)

 

►비밀정원인 ‘별 정원’

 

  환희의 언덕에서 야생화가 피어있는 몬당길을 비밀 꽃 정원인 ‘별 정원’에 이른다. 이 높은 산정에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 있다는 건 누구도 상상 못 할 일이니 ‘비밀의 정원’이 아닐 수 없다.

 

  쑥섬 지기 김상현, 고채훈 부부가 피땀으로 직접 가꾸고 일군 현장이다. 별 정원에는 수선화를 비롯해 꽃 잔디, 꽃양귀비, 금어초, 금계국, 튤립, 락스퍼, 수레국화, 사포나, 이베리스, 상사화, 코스모스, 돌갓꽃, 상사화, 황화 코스모스, 천일홍, 디기탈리사, 철포나리, 송엽국, 매리골, 다알리아, 접시꽃, 청화국화, 천일홍 등 이름도 생소한 380여 종의 다양한 꽃들이 사시사철 피고 진다.

 

  알록달록 꽃밭에 푸른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지니 황홀경이 따로 없다. 쑥섬 탐방의 하이라이트, 쑥섬의 참모습은 별 정원에 있다.

 

 

▲별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꽃의 향연

 

▲질이 좋다고 알려진 쑥섬의 쑥

 

▲위 넉장의 꽃 사진은 이광수 교장님 촬영분

 

 

►문학정원 & 인연정원

 

  별 정원에서 이어지는 곳이 문학정원 & 인연 정원이다. 이곳에는 문학가들이 쓴 작품의 글귀를 ‘한 줄로 읽는 책’이라는 이름으로 팻말을 만들어 탐방객이 읽어보도록 했다. 자연 속에서 문학적 감성을 일깨우려는 의도일 것이다.

 

 

▲문학정원에서 '한 줄로 읽는 책'

 

►여자 산포 바위와 남자 산포 바위

 

  여기서 능선을 타고 오르면 바위 군(群)이 드러나면서 섬 여인들이 명절과 보름날 밤에 음식을 싸 와서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여자 산포 바위, 남자들의 놀이터였던 남자 산포 바위가 이어 나타난다.

 

  두 바위 사이, 쑥섬의 하늘 정원인 정상(해발 83m)에는 팻말이 붙어 있다. 에베레스트(8848m), 백두산(2750m), 한라산(1950m)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글귀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무튼, 정상에 서면 아래로 탁 트인 다도해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자 산포바위와 남자 산포바위

 

►성화 등대와 신선대

 

  숲길을 따라 계속 진행하여 쑥섬의 동쪽 끝머리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하얀 성화 등대가 나타난다. 이 등대는 여수와 완도를 오가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무인 등대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 불을 밝힌다.

 

  등대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널따란 바위와 두 개의 수직 절벽이 어우러진 비경을 만나게 된다. 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거문고를 켜고 놀았다는 신선대와 도력을 겨루던 중이 빠져 죽었다는 중빠진굴이다. 중빠진굴은 썰물 때 동굴의 모습이 드러난다.

 

 

▲등대 가는 험한길
▲무인 등대인 성화등대, 여수와 완도를 오가는 배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중빠진굴'
▲등대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우끄터리 쌍우물

 

  등대에서 신선대를 구경하고 선착장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면, 섬의 남쪽 해안 길로 내려오게 되는데, 해안 길옆에 오래된 우물(우끄터리 쌍우물)이 있다. 글자 그대로 두 개의 우물이다. 두레박 체험을 할 수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이 우물은 위 깨끗한 우물은 식수로, 아래 우물은 빨래나 발을 씻는 허드렛물로 사용했다. 섬마을 아낙네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섬 생활의 애환을 나누던 장소이기도 했다.

 

 

 

 

▲아기 동백 정원과 수국 정원

 

  우물을 지나 마을로 들기 바로 전, 마을 뒤쪽 언덕 경사면에 있는 아기 동백 정원과 수국 장원을 둘러보았다. 아기 동백은 아직 봉오리를 달지 않았고, 수국 철이 지나 마른 꽃을 달고 있다.

 

  난간에 고양이 문양을 단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그만이다. 멀리 외나로도 대교가 보이는가 하면, 푸른 물결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려가는 배들도 보인다.

 

 

▲아기동백 정원
▲마른 꽃을 달고 있는 수국정원
▲마을 뒤 수국정원에 있는 전망대에서 한 컷

 

►사랑의 돌담길

 

  수국 정원에서 내려와 만나는 쑥섬 마을에는 20채가 채 정도의 가옥이 있다. 해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은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모진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을 쌓았다. 400년 전 마을이 형성되면서 쌓았던 돌담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셈이다.

 

  주택 사이의 좁은 돌담길의 이름을 ‘사랑의 돌담길’로 붙인 것은 예전에 이 돌담길에서 동네 남녀가 몰래 사랑을 속삭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지금이 돌담길은 탐방객들에게 사진을 찍고 추억을 장식하는 자리가 됐다. 어쨌든 정겹기 그지없다.

 

 

▲쑥섬의 돌담
▲꽃에서 꿀을 빨고 있는 곤충을 찾아보세요 (촬영 이광수 교장)

 

▲고양이와 놀기

 

  마을 길가에는 고양이들이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다. 현재 17가구 2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에 4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그 대신 쑥섬에는 고양이 말고는 돼지, 닭, 개 등 가축이라곤 없다.

 

  고양이들은 외부인들이 와도 도망을 가지 않고 스스로 다가와 애교도 부린다. 이는 사람과 고양이가 오랜 세월을 함께해 왔음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

 

  고양이를 보살피는 할머니의 인자한 모습도 좋은 그림이 된다. 현재 쑥섬의 고양이는 40마리로 네 집에서 10마리씩 맡아 키운다고 한다.

 

 

▲고양이 벽화와 조형물, 그리고 쑥섬마을의 고양이들

 

 

▲쑥섬 걷기 마무리, 쑥 식혜를 마시다.

 

  쉬엄쉬엄 2시간 동안 쑥섬을 둘러보고 나니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사방 다도해의 청정풍경으로 안구를 정화해 준다. 또, 잠시나마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심신을 위로받는 느낌이다.

 

  나는 3일간의 긴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정현종 시인의 <여행의 마약>을 생각한다. “여행을 가면/ 가는 곳마다 거기서/ 나는 사라졌느니/ 얼마나 많은 나는/ 여행지에서 사라졌느냐/ 거기/ 풍경의 마약/ 집들과 골목의 마약/ 그 낯선 시간과 공간/ 그 모든 처음의 마약에 취해/ 나는 사라졌느냐/ 얼마나 많은 나는/ 그 첫사랑 속으로/ 사라졌느냐”

 

  돌아갈 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 근처 마을 정자에서 잠시 쉬다가 쑥 식혜를 사 마셨다. 쑥 냄새가 듬뿍 나는 달달한 맛에 금세 피곤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쑥섬에서 자생하는 쑥은 질이 좋아 쑥 식혜, 쑥 미숫가루, 쑥차 등으로 만들어 쑥섬의 특산물로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톳, 미역, 우뭇가사리 등이 있다.

 

 

▲마을 정자(위) 앞에서 특산품을 판매하는 주민들

 

 

◎여행 정보

 

▲가는 길

 

  내비게이션 주소  :  나로도연안여객터미널  

쓱섬으로 가려면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로 가서 쑥섬으로 가는 배를 탄다. 쑥섬을 왕래하는 ‘쑥섬호’는 12인승으로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루 9번쯤 왕복 운항한다. 단, 승객이 8명 이상이면 수시 운항한다. 오후 5시 운행하는 배가 있으나 이 배에는 주민과 숙박인만 탈 수 있다.

 

  요금은 성인 8,000원 (탐방비 6,000원+승선료 2,000원)이다. 안내 책자에 포함된 1,000원 쿠폰은 쑥섬의 모든 업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쑥섬을 왕래하는 배 시간표

 

▲숙소

 

  쑥섬에는 최근 지은 ‘꽃게펜션’이 있다. 규모가 작으니 쑥섬에서 나와 숙박하는 것이 좋다. 고흥 발포해수욕장에 있는 ‘빅토리아호텔’(061-832-3711)이나 남열리 해안도로 부근의 ‘전망좋은창펜션’(061-835-9978)이 좋다.

 

 

▲선착장 가까이에 있는 꽃게 펜션

 

▲식당

 

먹을 곳은 ‘갈매기 카페’, ‘돌담 밥집’ 등 두 곳뿐이다. 갈매기 카페에서는 비빔밥, 육개장, 국수 정도, 돌담 밥집에서 막걸리와 백반, 쑥전, 수제비 등을 먹으려면 예약해야 한다.

 

섬 밖으로 나와 식사한다면 맛집이 몰려 있는 녹동항에 생선구이 백반을 푸짐하게 내놓는 정다운 식당(061-843-0217)과 백반을 잘하는 대원식당(061-842-5018)을 추천한다.

 

 

▲갈매기 카페
▲쑥섬의 '돌담밥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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