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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남해

고흥 연홍도,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인 섬

by 혜강(惠江) 2021. 10. 17.

 

고흥 연홍도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인 섬

- 연홍 미술관을 중심으로 곳곳에 벽화와 조형물, 설치작품으로 가득 -

 

 

글·사진 남상학

 

 

 

  고흥 팔영산 자락에서 하루를 묵고 고금도로 향했다. 예술의 섬인 연홍도를 보기 위해서다. 연홍도(連洪島)는 고흥군 거금도에 딸린 작은 섬이다. 고흥 도양(녹동)에서 소록대교, 소록도, 거금대교를 거쳐 거금도에 들어와 거금도 서쪽 끝 신양 선착장에 서면 500m 거리에 있다. 배를 타고 5분이면 닿는다.

  면적 0.77㎢, 해안 길이가 약 4km인 연홍도는 섬이 말의 형상과 비슷해 예전에는 마도(馬島)로 불렸다. 1895년(고종 32)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연홍도’라 개칭되었다. 섬의 형상이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연(鳶)과 같이 보여 연홍(鳶洪)이라 부르지만, 한자로는 알기 쉽게 ‘연(連)’ 자를 쓴다.

  외딴섬 연홍도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전라남도에서 연홍도를 ‘가고 싶은 섬’ 가꾸기 대상으로 선정한 뒤부터였다. 이때부터 연홍도를 ‘전국 유일의 미술섬’으로 가꾸기 위해 폐교를 활용하여 만든 기존의 미술관을 리모델링하고, 마을 골목마다 예쁘게 담장 벽화와 조형물, 설치미술 작품으로 단장했다.  마을주민이 합심하여 유휴 공간을 활용하여 마을식당과 카페를 열고, 섬 둘레길을 조성하는 등 사업을 마무리하고, 예술의 섬으로 탄생시켰다.

  2018년 KBS2 '다큐 3일'에 연홍도의 72시간이 방송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 행렬이 줄을 잇는 등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에는 평균 500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가 되었다.  요즘 외지인들을 위한 카페, 팬션 등도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연홍큐브팬션은 저렴하고 뛰어난 전망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으며, 섬 입구에는 VR(가상현실)기념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첨단시설까지 섬 한 켠에 들어서고 있다.

 

▲종합안내판과 승선 방향 표지판

 

▲연홍도 상세 안내도

▲지붕 없는 미술관, 연홍도

  연홍도는 50가구 73명이 사는 조그만 섬이 하나의 작품처럼 하늘을 이고 바다 위에 떠 있다. 연홍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방파제 위에 대형소라와 조형물이 보인다. 이름하여 '소라 부부'. 소라껍데기 모형의 2개 조형물 옆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바람개비를 돌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상징하는 빨간색 철제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빨강과 초롱, 파란색으로 산뜻하게 단장된 함석지붕과 다양한 벽화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관광안내소 앞에 자리한 집은 벽 전체가 거대한 사진박물관이다. 주민들이 기증한 400여 장의 사진은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말 그대로 섬 전체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모습이 영락없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마을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은 거대한 전시장으로 조형물 60여 점이 늘어서 있다. 벽에도, 거리에도 벽화와 공예 작품이 가득하고, 정원에도 해안 둘레길에도 마치 요정들이 춤을 추는 듯한 이색 조형물이 가득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여기에 섬 유일의 미술관이 자리하니 연홍도를 섬 안의 섬,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야자 망태기가 깔린 아르끝 길, 후박나무가 있어 여름에도 시원한 좀바 끝 길이 조성되어 있다.

 

▲연홍도 선착장 모습

▲연홍도 골목길의 벽화

   먼저 연홍도 골목길을 걷기로 했다. 연홍도의 매력은 아기자기한 골목길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은 거대한 전시장으로 그림과 조형물 60여 점이 늘어서 있다.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과 담장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마을 입구 관광안내소, 커뮤니티센터 맞은편에는 벽 전체가 주민들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연홍도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 타일 벽화에선 주민들의 역사와 삶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고흥이 낳은 프로레슬러 ‘박치기왕’ 김일, 아버지 고향이 고흥인 축구선수 박지성 등 명사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돼 있는 동네 어르신의 입대 시절, 귀여운 손자·손녀, 결혼식장에 선 어르신들의 과거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사진들이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연홍도 관광 안내소 및 커뮤니티 센터와 사진박물관(도자기 벽화)

 

  마을주민들이 거주하는 집과 벽에는 벽화와 다양한 조형물이 부착되어 이곳도 하나의 거리 미술관 역할을 한다. ‘만수무강 경로당’을 끼고 마을 안길로 접어들면 말뚝박기 놀이하는 아이들, 조개껍질로 만든 꽃송이, 생선을 굽는 부엌, 물고기를 잡고 소라 피리를 부는 아이들의 조형물 등 일일이 세기도 어려운 작품들이 이어진다.

 

▲연홍도 마을 골목길의 벽화

 

  이곳의 벽화는 단순히 그림만을 그려놓은 것이 아니다.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나 타일을 가져다 붙여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바다 아래에서 건져 올린 부표, 밧줄, 폐목, 철근 같은 폐자재를 활용해 마을 곳곳에 정크(Junk)아트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이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모두 관광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로서 작품을 감상하며 골목길은 천천히 걷다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폐자재를 이용하여 담벽을 장식한 정크아트

 

▲해안 둘레길에서 만나는 설치작품

  골목길을 빠져나와 연홍도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 건너 완도 금당도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해안로 가장자리에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30여 개의 설치작품이 정겹게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 타는 어린이, 낙조 풍경을 담으려는 사진사,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연인 등 철제구조물이 가득하다.

 

▲해변길에 설치한 갖가지 철제 조형물

  그중에서 압권은 바로 앞 바닷속에 프랑스 설치미술가 실벵페리가 1주일 정도 머물며 설치했다는 ‘은빛 물고기’ 철제 조형물이다. 밀물 때 조형물의 2/3가량이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어부 산티아고가 며칠간의 사투 끝에 잡은 거대한 청새치를 상어 떼에게 다 뜯기고 앙상한 머리와 뼈만 남은 채로 가져온 물고기가 연상된다.

 

▲바다에 설치한 '은빛 물고기' 조형물

 

 미술관에서 언덕 너머 거금도 쪽 해안로에는 인어상, 어부상, 물고기 등 조형물이 해안도로를 따라 설치되어 있다. 어부상에서 역동적인 어부의 힘이 느껴진다. 철제로 된 투명한 물고기를 통해 연홍도의 푸른 바다가 보였다.

 

▲인어상과 어부상 및 사랑의 모자상

 

▲연홍도 스틸 조각공원

  금당도가 바라보이는 해안 둘레길 옆에 설치된 작품에 눈을 팔다 보면 ‘환경 스틸 작은 조각공원’을 만나게 된다. 공원 안에는 쉼터를 중심으로 30여 종이 넘는 폐고철로 만든 환경 스틸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외부의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하는 스테인리스와 철을 재료로 사용한 스틸 작품들은 자연과의 조화와 자연과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다양한 모습의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강한 의미를 전달해 주는데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듯하다.

 

▲'환경스틸 작은 조각공원'의 작품들

 

▲섬 미술관 ‘연홍 미술관’

  조각공원에서 이어지는 곳이 연홍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연홍도를 예술의 섬으로 탄생시킨 중심 역할을 했다. 1998년 이후 8년 동안 방치되었던 폐교를 고흥 출신 김정만 화백 등 지역 예술인들이 매입해 2006년 아담한 미술관로 문을 열었다. 전국 최초의 섬 미술관이다.

   김정만 화백은 육군 대령으로 제대 후에 어릴 때 꿈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 홍대에서 만학으로 서양화를 공부한 다음, 고향인 이곳에 내려와 고향의 산과 바다 등을 화폭에 담았다.

  김정만 화백에 이어 운영을 맡은 선호남 관장은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로 연홍미술관을 개관한 김정만 화백과 고흥 민예총 사무국장 시절에 만나 연홍미술관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김 화백의 뜻을 기려 미술관을 새롭게 꾸며 150여 점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운동장에는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웠다.

  또한,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갤러리 카페와 6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숙소를 갖춰 운영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갤러리 카페에서 뜨거운 커피와 유자차를 마시며 잠시 선호남 관장과 대화를 나누고 휴식을 취했다.

 

▲입구에서 본 연홍 미술관 전경
▲연홍 미술관 입구
▲연홍미술관에서는 심영숙 화가의 'BLUE VIBRATION'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갤러리 카페 입구
▲갤러리 카페에서 만난 선호남 연홍 미술관 관장, 잠시 환담을 나눌 수 있었다.
▲갤러리 카페 내부
▲스틸 작품으로 가득한 미술관 정원,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파고라도 설치되어 있다.

 

▲연홍도 공방

  미술관 옆길로 접어들어 언덕을 넘다 보면 연홍도 공방이 나온다. 예술인들이 섬 방문객들을 상대로 양초를 만들거나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주말에만 문을 열고,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부자(浮子, 어구에 다는 찌나 일정한 표지로 삼기 위해 물 위에 띄워 놓은 물건)를 주워오는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화분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반가웠다.

  지금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문을 닫은 상태여서 내부는 볼 수 없었으나, 공방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앙증맞은 재활용 화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홍공방의  아기자기한 재활용 화분들

 

▲연홍도 섬 둘레길

  연홍도에는 마을 골목길 말고도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길이 두 개나 있다. 좀바끝 숲길과(940m 왕복 40분) 아르끝 숲길( 1.76km, 소요시간 약 40분)이다. 이 길은 모두 상쾌한 숲속 길을 걸으며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다.

  좀바끝 숲길은 연홍도 미술관에서 우측으로 접어드는 마을 위쪽 길이다. 반대로 ‘아르끝 숲길’은 연홍도 서쪽 방파제를 지나 연흥보건소에서 좌측으로 산길로 접어들면 된다. ‘아르’라는 말은 섬의 사투리로 ‘아래’라는 말이다.

  우리는 좀바끝 숲길을 걷기로 했다.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뒤돌아보니 연홍 미술관에서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바닷길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좀바끝 숲길을 거의 다간 언덕에 2층 해안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건너편 금당도와 고흥 천관산이 보인다. 여기서 왼쪽 숲길로 직진하면 좀바끝이다.  ‘좀바’는 붉은색 생선인 ‘쏨뱅이’로 이곳이 '쏨뱅이(좀바)가 많이 잡히는 곳'이라고 한다. ​좀바끝은 연홍도 제일 끝부분이다.

 

▲연홍도 종합안내판에는 연홍도 섬길 3코스가 기록되어 있다.
▲좀바끝 숲길을 걷노라면 끝 부분에 전망대가 있고, 그 아래 포토존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앞에 보이는 섬이 금당도이다.

 

▲마을의 수호신, 팽나무

  좀바끝을 다녀와서 마을 뒷동산에 서 있는 팽나무를 찾아갔다. 3백 년이 넘었다는 팽나무는 혹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온 줄기가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흔적으로 남아 있다.

  온갖 역경을 딛고 수백 년을 버텨온 나무는 연홍도의 역사를 지켜온 산 증인이다. 이 팽나무는 오랫동안 연홍도 주민의 그늘막이 되어주고, 밭일하러 가는 주민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달곰한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했으리라.

 

▲영흥도 주민과 함께 해 온 팽나무

 

  거의 두 시간에 걸쳐 연홍도를 둘러보았다. 규모는 작지만 깨끗한 모래 해변(백사장)과 몽돌해변은 걸어보지 못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하여 시간 가는지 모르고 둘러본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조류가 빠르고 수심이 깊어 갯바위 낚시가 잘 된다는데 여유를 두고 갯바위 낚시도 해 보리라 다짐하며 연홍도를 빠져나왔다.

◎여행 정보

▲문의전화

고흥군청 관광과 : 061-830-5696

연홍도관광안내소 : 061-842-0177

연홍미술관장 (연홍미술관 펜션 및 카페)  : 010-7256-8855 (월요일 휴관)

마을식당 및 펜션 예약 : 010-5064-0661

섬마을 카페 : 0109633-8225

연홍사무장 : 010-5064-0661

연홍호 선장 : 010-8585-0769

▲가는 길 : 전남 고흥군 금산면 신촌리 1421-5 (신양 선착장에서 선박 이용)

 

▲연홍도 위치

 

▲배편 및 요금

  연홍도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고흥에서 거금대교를 지나 거금도 신양 선착장에서 도선을 이용하는 방법과 고흥 녹동항에서 여객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은 신양 선착장을 이용하는 편이다. 

(1) 신양 선착장 ↔ 연흥도 도선표 : 07:55, 09:45, 11:00, 12:30, 14:30, 16:00, 18:00 (동계 17:30) / 5분 소요 / 요금 대인 5,000원, 소인 3,000원

(2) 녹동항 ↔ 연홍도 : 녹동항 출발 : 06:15, 06:50, 13:00 / 연홍도 출발 : 07:25, 09:15, 16:35

 

▲연홍도를 오가는 배편, 우리 일행이 타고 있다.

 

▲숙박

  연홍도 안에는 숙박할 수 있는 곳이 딱 두 군데로 마을에서 운영하는 큐브펜션(010-5064-0661)과 미술관 펜션(010-7256-8855)이 있다. 굳이 연홍도에 머물 필요가 없다면 거금도 내 삼성리조텔 펜션(061-843-1117), 거금 아일랜드펜션(061-844-2235), 고흥거금락한옥펜션(010-8654-9695)을 이용하거나 고흥 읍내에서 숙박해도 좋다.

▲식사

  연홍도에 식당은 마을식당 하나뿐이다. 마을주민들이 채취한 재료로 섬마을 부녀회원들의 ‘연홍 식당 엄마 밥상’으로 차린 남도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메뉴는 토속음식으로 쏨뱅이탕, 우무 콩국, 간자미 회무침, 청각 무침, 톳무침이 있다.

 

▲큐브펜션(위)과 하나밖에 없는 연홍마을식당(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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