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정석회 대전 모임
경치 좋은 대청호반 레스토랑에서의 즐거운 만남
글 : 남상학
대학 시절 가깝게 지내던 친구 네 사람이 정기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것은 볼과 5~6년 전 일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각자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살다 보니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자유로워진 퇴직 후에는 잠시 잊혔던 벗이 그리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성사된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셋, 한 친구는 대전. 서로 만나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쯤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찍이 공자가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벗이 멀리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말한, 바로 그런 마음이었다.
서울에서 만나면, 그다음에는 대전에서, 어느 때는 중간지점에서. 1년에 3~4번 정도. 이렇게 오가는 우리의 발길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벗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는 즐거움에, 일찍이 신라 화랑(花郞)의 수양방식이었던 “명산과 대천을 찾아 즐기는 일(遊娛山川 無遠不至)” 의 의미가 더해져서 더욱 그랬다. 이런 감흥은 나의 졸작 <만남>의 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그리움의 바닷가에서/ 너는 발 빠르게 달려오는 밀물로/ 나는 발 빠르게 달려가는 썰물로/ 서로 뜨겁게 만난다// 한번은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젖은 눈물로 만나고/ 한번은 육지와 맞닿은 곳에서/ 만월(滿月)의 가슴으로 만난다// 하늘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육지가 되고/ 우리는 비로소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밀물과 썰물이 서로 만나듯/ 너와 나는 그리움의 바닷가에서/ 뜨거운 입맞춤으로 다시 만난다.”
그런데, 2020년에는 문제가 생겼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우리 일상을 바꿔놓으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올림픽도 연기되고, 모든 국제행사가 취소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만남도 중단되었다. 이 와중에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어, 한번은 대전에서 기차를 이용하여 서울역에 도착, 서울역 4층 ‘그릴’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도 갑자기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취소한 적이 있다.
하는 수 없이 일 년을 그대로 보내고, 드디어 2021년 5월 우리는 대전에서 모이기로 했다. 모두 네 사람이니 ‘5명 이상 집합(集合) 금지’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고, 승용차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일이니 감염에 대한 염려도 없으니, 주저 없이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날은 토요일, 그것도 어버이날이 겹쳐 도로 사정은 최악이었으나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보다 큰 문제는 도착시각이 터무니없이 늦어져 식당의 예약시간에 맞추지 못해 쩔쩔맬 친구가 더 걱정되었다. 예약 취소, 새 장소 모색, 시간을 변경하여 재예약하는 등 과정을 거쳐 늦게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점심을 위해 초대된 장소는 대청호반에 있는 ‘더 리스(THE LEE’S)‘ 레스토랑. 이 음식점이 매력을 끄는 이유는 브라질 정통바비큐 슈하스코 전문레스토랑이라는 점과 식당 앞으로 펼쳐진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리라. (더리스 : 대전시 동구 냉천로 30, 042-272-7897)
바비큐 코스는 ‘소고기+닭고기+돼지목살+안창살+토시살+고구마+파인애플’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음식을 기호에 맞춰 자유롭게 이용하게 되어 있었다. 모처럼 우리는 여유를 즐기며 맛있게 음식을 나눴다.
식사 후 정원 산책, 소나무와 잔디가 깔린 정원, 그 정원에는 벤치와 조각상을 배치하여 운치 있게 꾸몄다. 그리고 정원에서 바라보는 호반의 경치는 압권(壓卷)이었다. 물이 가득 찬 호수는 왜 가슴을 활짝 열리게 하는 걸까?
산책을 끝낸 우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셔도 되지만, 굳이 커피는 다른 곳에 가서 마셔야 한다는 사치스러운(?) 고집에서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레스토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마로니에’.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2층에선 대청호의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로니에 : 대전 동구 대청호수로 472, 042-274-7007)
우리는 여기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학창시절의 연애담,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가득찼던 젊음의 추억, 덧없이 흐른 세월의 아쉬움, 노년의 건강과 보람 있는 삶 등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매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끝날 줄 모르던 대화는 상경하는 시간을 생각하여 아쉽게 끝났다. 친구들을 위해 이번 모임을 주선하고 초청하여 융숭한 음식을 제공한 우리의 친구 문정일(文正一)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평생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대학교수로서, 성실한 신앙인으로서 철학과 경험, 신앙을 담아 저술한 에세이집 ⟪젊은 세대를 위한 메시지 100선⟫까지 선물로 준 것도 고맙고, 언제나 든든한 정만석, 최선섭 형들께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2021. 5. 8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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