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오면
남상학
바다에 오면
바다는 늘 푸르게 살라 하네
하얀 모래밭에
젖은 옷 벗어 놓고
답답한 가슴 열라 하네.
바다에 오면
바다는 늘 출렁이며 살라 하네
산 넘어 몰려오는
천둥과 먹구름
맑은 바람에 씻으며
파도치는 가슴으로 살라 하네.
바다에 오면
바다는 늘 낮아지라 이르시네
어둔 밤의 돌개바람
길 없는 성난 파도
넓은 품에 잠재우며
큰 바위처럼
침묵하라 이르시네.
저무는 바닷가 노을에 젖어
다정한 음성으로
푸르게 일깨우는
한평생 바다로 살아오신
한결같은 모습의 내 어머니
바다에 오면
인자한 얼굴에
미소 머금고
어머니가 걸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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