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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돌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1.

 

 

 

 

 

돌이어라. 나는
파도가 출렁이는 바닷가에 앉아
먼 수평을 향하여
영원을 꿈꾸는 외로운 돌이어라.

밤마다 홀로 눈을 뜨고
어린 별 눈을 가슴에 품었다가
새벽의 하얀 모래밭에
빛나는 기도의 말들을 쏟아내고

새벽이면 이슬 젖은 영혼
푸른 파도에 헹궈
썰물로 달아나는 하늘에
높다랗게 걸어 놓고

천 년 비밀의
바다 이야기를 읊조리며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한 개 돌이어라    
 
      2

돌이어라. 나는
하늘을 향하여 열린
동공(瞳孔) 가득히
우주 속에 감춘 밀어를 출렁이다

더 출렁일 수 없는
최후의 울음 안고
일체(一切)를 안으로 삼킨
응어리진 마음

물소리에 감격하고
물소리에 울어보고
온몸을 뒤척이는
숙명의 바닷가

파도 따라 밀리는 물결에
환한 내일을 발돋움하다가
어느 날 태고의 침묵을 깨고
문득 아무도 몰래 눈이 뜨이는
멍청한 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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