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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꽃샘추위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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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남상학

 

불거진 늑골 사이로

바람이 칼날을 세우며 지나간다
잡목 사이 숨었던 복병들이
일제히 소리지르며 달려나가는
한랭한 전선
목이 부러진 겨울나무의
아픈 환부에 무수히 산탄이 박힌다

아무런 방비도 없는
오오, 겟세마네
그 날 오욕(汚辱)의 화살 맞으며
당신이 거기 그렇게
피 흘리는 나무로 서 계셨을까
살기 가득한 눈을 뜨고
다메섹 언덕으로 치닫는 함성

앙상한 가지 사이

어느 날 샛바람 불어오고

한 무리의 짐승이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바다 깊숙이 빠지는 날
눈 속에서 복수초 꽃잎 피어나듯 
어둠 속 죽음을 이기고 살아나는
그 아픈 사랑  
생목피(生木皮) 찢으며 눈은 뜨리라

찬 바람 부는 벼랑 끝에서도
겨울나무로 버티고 서서
조용히 봄을 가꾸는 일
얼마나 큰 보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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