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시티투어
포항물회ㆍ과메기ㆍ대게 맛사랑 코스… 입영일 맞춰 해병대 가족투어
포항=김정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포항시티투어 주요 코스에 포함돼 있는 포항운하를 항공 촬영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낮 12시10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KTX역사 앞 버스정류장에 ‘포항시티투어’라는 글씨와 포항지역 명소 사진이 그려진 대형 관광버스가 정차했다. 5분 뒤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 2명이 역에서 걸어 나와 버스에 올라탔다. 이어 12시30분 역사 정류장을 출발한 시티투어 버스는 차로 20분쯤 거리인 포항 남구 상도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도착했고 15명을 더 태웠다.
포항시티투어는 토ㆍ일요일(야경투어는 금ㆍ토) 다니고, 예약제로 신청 인원이 15명을 넘어야 운행한다. 행락철인 봄과 가을에는 45인승 관광버스가 꽉 찰 정도로 이용객이 많지만, 겨울은 추운 날씨로 기본 인원을 채우지 못할 때가 많다.
이날 시티투어를 예약한 승객은 17명. 손님이 거의 없는 겨울치고 꽤 많은 편이었다. 탑승객은 전부 외지 관광객들이었다. 서울부터 경기 오산과 의왕, 부산, 전남 순천까지 다양했다.
투어는 낮 12시30분 포항역사를 출발해 오후 6시30분쯤 다시 역사로 되돌아오는 반일코스였다. 포항운하와 오어사, 호미곶을 들른 뒤 저녁 늦게 끝나는 일정이었다.
[저작권 한국일보]전남 순천에서 온 김상연(59)씨 부부가 경북 포항KTX역사에서 정차 중인 포항시티투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천혜의 항구 영일만에서 시작되는 포항투어
버스는 첫 여행지인 포항운하로 향했다. 포항운하는 과거 1970년 도시화로 매립된 수로 1.3㎞ 구간을 뜯어내고 다시 물길을 낸 곳이다. 2012년 5월 착공해 2014년 1월 준공했다. 이 과정에서 매립된 땅에 살던 827가구, 2,200여명이 이주했다. 시원하게 뚫린 물길에는 14인승과 44인승, 55인승의 작은 유람선이 다니고 있다.
버스가 포항운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포항을 가로지르는 형산강과 푸른 동해가 만나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하며 잔뜩 설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당황했다. 배를 타려면 신분증을 내밀고 인적 사항을 작성해야 하는데 사전 설명이 없다 보니 일부 승객들은 차에 둔 가방을 가지러 주차장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가격 할인이 전혀 되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 스페인 등 전 세계 유명 관광지의 시티투어는 물론이고 이웃 대구시만 해도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쿠폰을 주지만 포항시티투어는 관광지 입장료 할인 등의 혜택이 전혀 없었다. 향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저작권 한국일보]포항운하 유람선 평소 운행 모습. 날씨가 좋을 때는 덮개 없이 다닌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탑승객이 탄 배는 44명이 탈 수 있는 유람선 ‘연오랑’호였다. 연오랑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연오랑호가 출발해 운하로 진입하자 승객들은 선장의 해설을 들으며 물길 양쪽으로 포항시가 운하 주변 곳곳에 설치한 철제 조형물과 벽화 등을 감상했다. 최근 포항크루즈사가 인도교 3곳에 이름 붙인 탈랑교와 말랑교, 우짤랑교 아래를 지날 때는 다리 명판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천안함과 동일한 제원의 포항함과 해경 경비함, 울릉도로 가는 포항 여객선터미널까지 구경한 승객들은 유람선이 좁은 물길을 거쳐 뻥 뚫린 바다로 나가자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어 동해로 나간 배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앞 바다와 푸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포항 송도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사이를 시원하게 달리며 선착장으로 되돌아왔다.
김상연(전남 순천시ㆍ59)씨는 “날이 추워도 배를 타기를 잘한 것 같다”며 “탁 트인 바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약 40분의 유람선 투어를 마친 승객들은 선착장 옆 포항운하관 건물로 향했다. 일부는 4층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수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일부는 3층 운하 역사관을 둘러봤다. 역사관에는 포항운하 건설 전후 사진과 포항운하로 집을 철거하는 데 협조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유적지는 전문 문화관광 해설사 가이드로 진행
버스는 30분을 달려 포항 오어사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본래 오어사에서 1.3㎞ 떨어진 공영 주차장에 내려 걸어가야 하지만 이날은 날씨가 추워 사찰 주차장까지 차로 들어갔다. 주차장에는 전문 문화관광 해설사 김재옥(56)씨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재옥씨는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원래 항사사(恒沙寺)였으나 원효와 혜공의 설화로 오어사(吾魚寺)로 바뀐 얘기가 유명하다”고 했다. 원효와 혜공이 사찰 근처 개천에서 물고기를 먹고 그것을 다시 살려내는 내기를 하고 물고기를 먹었는데 한 마리만이 나와 서로 ‘내(吾, 오)가 살린 고기(魚, 어)다’고 주장해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오어사 주변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저수지 오어지가 있고, 그 둘레로 7㎞의 산책로가 조성돼 시민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시티투어 이용객들은 오어사 경치를 감상하며 구석구석을 둘러본 뒤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사찰 내 작은 유물전시관으로 들어갔다. 해설사가 높이가 1m도 되지 않는 작은 동종을 가리키며 “가뭄이 심한 지난 1995년 포크레인이 저수지 바닥을 긁다가 발견했는데 고려시대 만들어진 범종이었다”며 “당시 포크레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하자, 다들 신기한 듯 종으로 눈길을 돌렸다. 30분이 넘는 긴 설명 후 승객들은 10여분간 오어지와 출렁다리를 둘러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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