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일전망대에 서서
하염없이 금강산 · 해금강을 바라보다.
글·사진 남상학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분다고 한다. 앞으로 여러 가지 난관이 있겠지만 평화관광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이맘때 북녘의 풍경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아침 9시쯤 속초 델피노에서 고성 통일전망대를 향하여 달렸다.
차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 거진, 화진포를 거쳐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에 도착했다.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들판은 가을로 물들어 있고, 간간이 우측으로 보이는 바다는 짙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보였다.
통일전망대는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위치해 있기 때문에 통일안보공원 안에 있는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반드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출입신고소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탐방객들이 꽤 많이 있었다. 우리는 절차에 따라 출입신고를 하고 안보교육관에서 8분간 화면을 통하여 안보 교육을 받았다.
최북방 우리 제진검문소에서 <통일전망대관광> 표지판을 받고 통과, 여기서부터는 DMZ로 가는 길이다. 걸어갈 수 없고 차량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한 그 길 끝 10km 북쪽에 통일전망대가 있다. 뻥 뚫린 길을 달리는 기분은 설렌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런 기분은 잠시, 분단의 현실을 느끼는 순간 눈 녹듯 곧 사라진다.
휴전선과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통일전망대는 휴전선의 가장 동쪽,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 높이 70m 능선에 세워져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다. 통일전망대는 고성지역을 지키는 육군 5861부대가 1984년 2월 건립한 것이다. 개관한 이후 매년 50만 명의 실향민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2층으로 된 통일전망대 내에는 통일관, 통일기원기도회 및 교육장, 통일기원범종, 통일미륵불, 성모마리아상, 6.25전쟁체험전시관이 있다. 통일관 북쪽 면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실내에서도 멀리 금강산과 해금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편안한 좌석도 마련이 되어 편히 앉아 여유롭게 전망을 즐겨 볼 수 있다. 통일전망대 통일관 안에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북한의 생활용품들과 각종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하염없이 북쪽을 응시하고 있는 필자
야외 전망대에 서면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더욱 지척에 보이고 맑은 날에는 옥녀봉, 채하봉, 일출봉 등도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기존 건물은 건립된 지 오래되어 낡아서 바로 옆에 고층 현대식 건물로 고성 통일전망타워가 건축되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상3층(높이 30m) 신식 건물이다. 준공이 되면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더 편리하게 북녘의 산하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
* 준공을 앞두고 있는 고성전망타워
이곳에서 바라보는 금강산 1만 2천봉과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 바다의 금강이라 불리는 해금강,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깃든 감호, 하얀 포말에 휘감긴 송도, 군사계선 너머의 산과 바다는 우리의 산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 여전히 익숙한 기분이 아닌 것은 무슨 때문일까? 떨어져 있던 세월이 너무 길어 어색해진 것일까?
너와 나 사이에 철조망이 있고
아무렇게나 자라는 풀들이 있네
한 떼의 바람이 내게로 와
얼굴을 부비며 지나가네.
풀들 일제히 눈을 뜨네.
적당한 거리에서 쓸쓸해지는 저녘
나는 너의 흔들림을 지켜보네.
네가 잠간 내 쪽을 향해 몸을 뒤척일 때
네 이마에 깊어가는 노을을 세어보네
슬프도록 반짝이는 너와의 행간을 읽네
여전히 정지된 사이 이쯤에서
또 다시 등을 보여야 하네
서늘해진 가슴으로 네가 흐르네.
정서영 시인의 시 <아름다운 강>이 이런 기분을 대변해 준다. 다가갈 수 없는 거리. 남북의 교류가 확대되고 철길이 곧 이어진다는 소식이 들려도 아직은 서먹하고 서툴다. 산 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 측 동해안 최북단 관측소인 금강산 전망대(717 OP)와 그 뒤로 멀리 북한 측 관측소가 높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발아래로는 2004년 12월 개통된 동해선 남북연결도로가 잠자듯 누워있다. 잠깐의 금강산육로 관광이 아니라 자유왕래의 길은 여전히 먼 날의 이야기가 아닌가.
* 앞쪽 산봉우리에 있는 것은 우리측 관측소, 그 뒤로 보이는 산봉우리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북측 관측소
야외에 있는 성모마리아 상이나 통일기원미륵불상, 교회의 십자가 등 종교적인 부대시설과 통일기원범종은 모두 북녘에 두고 온 산하와 가족을 그리는 실향민과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의 애틋한 마음을 안고 동해의 세찬 바닷바람에 시달리며 한 많은 세월을 견뎌온 것이다.
또 야외에 전시한 장갑차, 탱크, 비행기 등과 6.25전쟁체험전시관은 모두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한 전시물들이다. 351고지전투전적비, 공군 351고지 전투지원작전 기념비, 민족의 웅비, 고성지역전투 충혼탑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나오는 길에 인근에 있는 DMZ박물관으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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